[김동선] 커뮤니티케어, 커뮤니티가 먼저 있어야
[김동선] 커뮤니티케어, 커뮤니티가 먼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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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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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조인케어 대표

핫이슈진단_커뮤니티케어 알아보기

최근 사회복지사들로부터 ‘커뮤니티케어’와 ‘지역포괄지원센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일본 노인복지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커뮤니티케어는 현재 일본 노인복지계에서 핵심적 구호로 쓰여지고 있으며, 이를 지역 기반에서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지역포괄지원센터’이다.

2023년이면 고령화율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에서 요보호노인에 대한 높은 수발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 ‘커뮤니티케어’, 이를 위해 2014년 의료개호종합확보추진법, 2017년 지역포괄케어강화법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지역 단위로 의료와 개호가 종합된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전문가 중심으로 ‘지역포괄지원센터’, ‘커뮤니티케어’등이 거론되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일본 출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 보건복지부 장관의 복지철학이 실린 ‘커뮤니티케어’는 강력한 힘을 받아, 향후 몇 년 간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의 흐름을 이끌어나갈 전망이다.

커뮤니티케어는 노인ㆍ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할 사람들을 병원ㆍ시설보다는 본인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 머무르며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매우 인간적인 흐름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각론이다.

아직까지 정부에서 내세운 커뮤니티케어의 구체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보건복지부는 대략 5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확정했다고 한다.

▶돌봄ㆍ복지 등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체계 강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
▶병원ㆍ시설의 합리적 이용 유도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 인프라 강화 및 책임성 제고 등이다.

이를 위해 말기 환자를 위한 가정형 호스피스, 장애인 건강주치의제 시범사업, 중증소아환자를 위한 재택의료 시범사업도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지역정착 지원사업, 노인을 위한 공공실버주택 확대등의 안도 거론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요보호 노인인구의 증가이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ㆍ장애인 인구는 지난해 87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 수준이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2026년엔 22.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거 환경의 어려움, 돌봄 서비스 부족으로 병원ㆍ시설로 향하는 이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요보호노인인구의 30%가 시설에 입소해 있다. 14%를 넘어선 우리나라 고령화율에 비추어볼 때 과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설입소자들을 되도록 가정과 지역에서의 회복으로 방향을 틀어주자는 것이 커뮤니티케어일 것이다.

커뮤니티케어의 본질은 두 가지이다. 인간적인 삶, 그리고 돈 문제이다.

오래 살아서 편안한 내 집에서 죽음을 맞는 것, 그리고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적인 관점에서 매우 필요하다. 그래서 커뮤니티케어가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커뮤니티케어의 또 다른 본질은 재정 문제라고 본다(필자의 관점이다). 커뮤니티케어란 원래 영국에서 정신질환자들을 장기간 억제하는 시설보호대신 가정과 지역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재생할 수 있도록 한 ‘탈시설화’에서 연유한다.

영국에서 커뮤니티케어가 등장한 것은 대처의 ‘복지개혁’에 따른 결과이다. 복지병에 시달리던 영국이 보다 비용효율이 큰 커뮤니티케어를 내세워 복지재정에 메스를 댄 것이었다. 일본에서 ‘커뮤니티케어’가 등장한 것도 실은 2025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문제란 일본의 전후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세대가 75세에 진입하는 시기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숫자의 노인이 수발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단계가 예상되지만, 일본의 재정 적자는 이를 감당하기에 힘겨운 상황이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는 가족이 돌볼 수도 없고, 국가는 재정파탄으로 힘들고, 그러니 지역이 돌보도록 하자는 취지가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복지재정’문제가 공론화되고 있지 않지만 재정적자의 눈덩이가 산사태로 불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불하는 건강보험 보험료율은 소득의 6.2%이며 2023년에는 7%에 도달할 전망이다. 전체 의료비의 증가는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으며 2023년에는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문재인케어’ 대신 다른 부문에서 재정을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사회적 입원에서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케어가 노리는 또 다른 목적은 바로 ‘사회적 입원’의 해결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사회적 입원'으로 대표되는 불필요한 의료기관 이용을 줄이기 위해 요양병원의 기능에 대한 검토와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서 커뮤니티케어가 도입되는 것이 이러한 재정문제에 대한 본질 꿰뚫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료·복지 구도재편을 위해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커뮤니티케어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커뮤니티케어의 입법화, 제도화에서 누가 주도를 하는가, 의료계와 복지계가 어떻게 문제를 달리 보는지 등은 사실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커뮤니티케어를 만들기 위해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어린 아이를 기르는 데에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역으로 노인을 돌보는 데에도 온 마을 사람들의 눈과 손이 필요하다. 길을 잃고 헤매는 옆집 할머니, 며느리가 과로로 쓰러진 이웃집의 치매할머니... 이웃들의 조그만 관심과 배려면, 많은 부분들이 해결될 수 있다. 커뮤니티케어는 이웃의 온정을 되살리고 해체되어가는 지역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 딱 좋은 구호이다.

일본에서 탄생한 이 시스템이 한국에서도 잘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일본 사회를 조금은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내 생각에는, 한국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일본은 인구, 경제, 산업 구조등이 우리 보다 선진화돼 있지만, 의외로 가족관계, 지역사회의 유대감 등 전통적인 부분이 강하게 남아있는 부조화의 나라이다. 그래서 각 지역마다 주민들이 주최가 된 마쯔리가 있고, 지역특산의 오미야게가 있고, 쿄토대, 나고야대 등 도쿄대 뺨치는 지방 명문대들이 즐비하다.

한국은 농촌 공동체는 사라지고 있으며 아파트로 뒤덮인 도심에서의 삶은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커뮤니티리스이다. 커뮤니티케어를 떠받치는 것은 다양한 민간복지자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이러한 민간자원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외국의 좋은 제도,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도입돼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정, 환경에의 적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를 제도화하면서 이를 떠받힐 한국의 커뮤니티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김동선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joincare.co.kr)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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