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치매
건망증과 치매
  • DementiaNews
  • 승인 2017.03.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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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과 치매의 구분

 

요즈음 치매가 사회 고령화로 인해 자주 거론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망증도 점점 관심범위 안에 들어오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 장애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건망증이 반복되면 혹시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곤 한다.

기억력이 쇠퇴했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건망증은 특정 사건의 세세한 부분을 일시적으로 잊지만. 치매는 이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잊는 등 기억 장애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자주 사용되는 구분기준이 있는 데, 귀띔을 해줘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으면 건망증이고, 귀띔을 해줘도 기억을 해내지 못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억장애와 연관된 내용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기억에 대하여 간략히 알아보고자 한다. 기억은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데, 크게 정보를 저장하는 단계와 저장된 정보를 불러내오는 인출의 과정으로 나뉠 수 있다. 이 때, 기억을 위한 정보가 머릿속에 저장이 되지 않는 경우를 저장장애라고 한다. 그리고 기억이 저장이 되었더라도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잘 불러내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힌트를 주어서 기억을 불러내올 수 있다. 이를 인출장애라고 부른다. 즉, 귀띔을 해주어 기억을 해냈다 하더라도 엄밀하게 말해 이를 정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Frank Jessen 등이 201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주관적 기억장애(subjective memory impairment)는 건망증의 또 다른 표현으로, 저장과 인출 기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기억력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오지만,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망증을 일컫는 용어이다. 주관적 기억장애를 가진 건망증 환자의 기억력 검사에서 인출장애가 나온다면 단순 건망증이 아니라 건망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단계에 이르렀다고 최소한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전단계로 알려져 있다. 치매의 경우는 인지기능장애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인지기능에 변화가 있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상실형과 비기억상실형(예: 공간인지 능력 부족)으로 구분되는데, 비기억상실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룰 수 있었으면 한다.

비기억상실형을 제외한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기억저장장애와 기억인출장애의 두 가지 경도인지장애로 구분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을 때에는 주로 인출장애 형태의 기억장애를 보이며, 증상이 심할 때에는 저장장애의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기억 장애가 심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되면 치매로 진단을 하게 된다. 경도인지장애환자 중 1년에 15%정도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의 경우에도, 치매의 초기에는 단서를 주었을 때 기억을 해내는 인출장애 양상의 기억장애를 보이는 경우를 흔히 본다. 물론. 알츠하이머 치매가 진행되면 정보가 아예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귀띔을 해줘도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얘기들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정상 노화, 건망증, 경도인지장애, 치매의 구별]

 정상 노화건망증경도인지장애치매
주관적 기억(증상)정상이상이상이상
객관적 기억(검사)정상정상이상이상
일상생활능력정상정상정상이상

건망증의 치매 이행 가능성

그렇다면, 과연 건망증은 경도인지장애 그리고 치매와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건망증은 경도인지장애의 전단계이다. 건망증이 진행되면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치매에 이르게 될 수 있다. Frank Jessen 등의 연구에 따르면 건망증을 호소하는 경우, 건망증이 없는 사람에 비하여 3년 내에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3배에서 최대 6.5배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치는 건망증이 있으면서 자신의 기억력 쇠퇴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경우 최대화된다고 한다.

또한, 건망증이 있는 상태에서 1년 반 후 경도인지장애로 진행된 경우에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1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도인지장애 중에서도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에는 그 위험도가 60배나 높다고 한다.

그러나 건망증이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 잠깐 서술된 것처럼 건망증이 없는 경우에 비해 건망증이 있는 경우의 위험도는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이 연구에 의하면, 전체 연구대상자 중 초기에 건망증이 있든 없든, 이후 치매에 걸리는 비율은 2075명 중 111명으로 5.3% 정도로 높은 수치는 아니었다. 이 숫자 내에서 건망증이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는 있지만, 건망증은 치매와 연관된 하나의 요소일 뿐, 치매로 이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망증에 대한 관리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건망증은 수면 부족, 약물, 음주, 스트레스, 불안, 우울에 의해서도 생기기 때문에 원인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언급되었다시피, 건망증이 있는 환자가 자신의 기억력 쇠퇴에 대해 걱정까지 하는 경우는, 치매로의 진행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억력의 변화를 느낄 경우, 정확한 평가를 통해서 우선, 건망증, 경도인지장애, 그리고 초기 치매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건망증이 반드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 모두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건망증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ferences

Frank Jessen et al, “Prediction of Dementia by Subjective Memory Impairment: Effects of Severity and Temporal Association With Cognitive Impairment”, Arch Gen Psychiatry, Apri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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