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칼럼 2] 민주노총 텃밭이 되어가는 요양보호서비스
[김동선 칼럼 2] 민주노총 텃밭이 되어가는 요양보호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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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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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조인케어 대표

‘돌봄노동’이라는 말은 모순을 안고 있다. 돌봄은 사랑과 희생을 전제로 하는 이타적 행위이며 노동은 금전과 교환을 위해 이루어지는 계산적 행위이다. 그래서 집에서 엄마가 가족을 위해 상을 차리고 어린아이를 돌보는 행위를 ‘돌봄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척관계로 이루어진 이 단어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가족의 변화에 의해 만들어진 시대적인 부산물이다. 누군가의 ‘돌봄노동’이 있기에 여성들은 육아와 수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으며 그만큼 여성의 성취와 지위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돌봄이 오로지 외주화된 가정은 점차 축소되고 사라지고 있다.

가사, 돌봄의 주체였던 어머니, 며느리의 수고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처럼 현재 돌봄노동 역시 저렴한 노동으로 취급되고 있다. 최근,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시급은 9,661원이다. 필자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시급 9,100~10,000원 수준으로 받고 있다. 지난해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비가 사라진 대신, 최저임금인상 효과, 인건비 총액비율 등 임금 조건이 조금씩 개선된 결과다. 하지만, 이들이 버스를 타고 가서 몇 시간 동안 어르신의 기저귀를 갈고, 끊임없는 요구에 응해가면서 받는 돈으로는 아직 적다. 게다가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일으켜 앉히고 시중들다가 생긴 허리, 어깨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의 임금은 앞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제도적인 규정 이외에 부당한 노동행위도 적지 않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어떤 요양보호사는 7년 동안 일했는데 한 번도 월급명세서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3년 일하고 퇴직하는 데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적잖게 있었다.

이들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롯되는 산재인정, 노조결성의 권리 등 노동권의 문제 제기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실 환자나 가족이 원치 않은 경우 요양보호사를 그 자리에서 그만 두게 하는 것도 근로계약의 위반에 해당한다. 요양병원에서의 직원들 휴식시간이 대기시간인가, 휴게시간인가의 논쟁에서부터 이들이 없으면 요양병원은 죄다 문 닫아야 한다는 조선족 간병인의 문제까지 요양서비스 시장은 완전 노동 이슈의 지뢰밭이다.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간병인의 경우, 돌봄노동의 범위, 휴일근무수당, 수면시간까지 문제로 삼자면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기름진 옥토를 딛고 노동계의 발빠른 움직임도 돋보인다. 민주노총에서 돌봄노동자 분과가 생기면서 급속하게 그 가입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요양원이나 사용자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고 몰래 노조에 가입한 경우도 있으며, 이들이 못 받은 것을 대신 받아주겠다는 노무전문가들도 활약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경영악화로 문을 닫은 시설장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못 받은 퇴직금’을 받아주겠다고 약속하는 브로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순수하게 요양보호사들의 권익과 입장을 대변하는 자체 조직보다는 노련한 조직력을 갖춘 민주노총의 산하단체가 약진하고 요양보호사들이 이들의 분대 역할을 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노조는 본래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갈수록 제조업 기반이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집단에 영향력을 넓혀 나갈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노동집단이 노조 안으로 들어왔을 때, 기존 기득노조세력의 힘은 분산되기 때문에 노노갈등이 예상된다. 노노갈등에서는 강성이 우세한 법이다. 

요양보호사들의 정체성에는 계약조건을 따지는 노동자 정체성 이외에도 어르신을 돌보아야 하는 입장으로서 가져야 하는 협력성, 이타성, 이해의 노력도 필요하다. 갑자기 어르신이 위급하다는 데 근무시간이 지났다며 가버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부모님에게 잘 하는 요양보호사에게 계약 이상의 보너스를 주고 마음을 다해 대하게 되는데, 반대로 약점을 파고드는 노동자에게 돌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요양보호사들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고 노동계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할 것이다. 이런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노동계에 들어간 요양보호사들이 극단적 목소리의 전진세력으로 이용되는 것, 또는 시설들이 노동 분규를 피하기 위해 인력을 외주화하는 방안이다.

필자가 2001년 처음 일본의 요양서비스산업을 살펴보았을 때 많은 요양원들이 인력공급업체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파견근로다. 파견 근로의 문제는 임금 및 노무관리의 문제를 아웃소싱하는 형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응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취한 대응방식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공공분야에서도 이러한 아웃소싱이 일어나는데, 이는 사용자들이 노무,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문제를 쉽게 털어내기 위한 장치다. 공무원들이 일본에서 보고 배워왔다는데 이러한 방식은 노조가 거의 없는 일본의 인력시장 특징이기도 하다. 파견업체를 통한 인력공급은 중간 단계가 생김으로써 노동의 비용은 높아지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더 낮아지는 결과로 귀결된다. 또 인력용력은 비정규직을 고착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는 늘 의견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민주노총분과위원회가 됐든 요양보호사들의 조직이 됐든 이들의 임금수준, 복리수준은 올라가겠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국민이 내는 세금 부담, 보호자들의 비용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점차 돌봄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았다. 어느 쪽도 문제를 내재하고 있어 걱정이다.

사랑과 희생에 걸맞는 돈이 주어진다면 좋지만, 돈이 아니라면 최소한 인정과 예의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가족의 밥을 짓는 어머니에게 가족이 보내는 따뜻한 감사의 말 같은 것. 요양보호사들이 원하는 것에는 돈도 있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도 적지 않다.

김동선-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joincare.co.kr)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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