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칼럼 3] 영화 ‘신과 함께2’와 함께 생각해 본 사회복지
[김동선 칼럼 3] 영화 ‘신과 함께2’와 함께 생각해 본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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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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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조인케어 대표

현재 상영 중인 ‘신과 함께2’를 보다가 실소를 하게 된 장면이 있다. 조손가정의 할아버지 허춘삼을 데리러 온 저승차사들이 할아버지가 죽고 나면 천애고아로 남게 될 어린 현동이의 장래를 걱정해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러 간다. 공무원은 ‘이 아이에게 부양자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한다. 아니면 사업에 실패해 필리핀으로 달아난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부양포기각서’를 받아오라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는 우리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빈곤정책이다.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자격요건은 도움이 절실한 많은 사람들을 절망케 한다. ‘내 자식이 나를 버렸다, 부모가 이혼하고 나를 버렸다’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던 것은 본인이 직접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비슷한, 어처구니 없는 탁상행정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장면 역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현장을 비틀어 웃기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는 데 실패한 이들은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장애로 등록하기 위해 귀가 멀쩡한 할아버지에게 ‘안 들려...’를 연습시킨 뒤 다시 동사무소로 출동한다.

사회복지의 허점을 파고드는, 얄팍한 수는 어디에도 있다. 사회복지, 노인복지제도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선수)’들은 소득이 없는 노인부부에게 월 3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한다.

‘부부가 이혼을 해요. 서류로. 자식들은 다 처리하고. 방 두 개 나란히 빌려서, 주소는 따로 해야 하니까, 살면 되요. 두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각각 기초노령연금 나오지요. 그리고 장기요양 3등급만 받아요. 3등급이면 한 달에 100만원인데 서비스로 가는 돈이 80만원이에요. 요양보호사에게 그래요. ’나한테 안 와도 된다. 정부에서 나오는 돈 반반씩 갈라먹자‘고 해요. 그럼 1인당 40만 원이죠. 수급자니까 병원비가 들어요? 쌀 주지요, 연탄주지요. 겨울에는 전기장판, 여름에는 선풍기 가져다 주지요. 다 합치면 한 달에 300만원 버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정직하게 세금 내는 국민들만 속이 탄다.

한 때 ‘사회복지’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고 사람이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져,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사회복지’를 선점하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의 영역은 자꾸 커져서, 결혼, 주거, 교육, 일자리, 건강, 죽음까지 책임지게 됐다. 가히 ‘요람에서 무덤까지’ 종합선물세트이다.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사회복지는 ‘일자리 절벽’, ‘양극화’의 봇물을 힘겹게 틀어막는 맨주먹인 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의 가슴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사회복지 피로감은 무엇일까?

일단, 관료주의의 문제이다.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수많은 절차와 증빙서류, 끝없는 반려, 환수. 그러다 보니 복지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 사회복지사들은 점차 지쳐간다. 박봉의 월급 주는 직장인데, 하라는 일이 끝이 없다. 게다가 법률과 규정이 이들의 재량권을 완전히 틀어쥐었다. 뭐 하나 뜻 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자신의 책상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실적주의이다.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하니,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실적주의가 도입됐다. 그런데, 사회복지서비스의 결과라는 것은 정량화하기 어렵고, 만족도를 측정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실적 좋은 사회복지 사업이란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정부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복지카드가 ‘치매안심센터’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치매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정부가 필요한 것을 알아서 해 줄 테니, 안심하라고 한다. 그래서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기대가 높다. 초로기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을 돌보고 있는 김영아(가명)씨는 치매안심센터에서 가족 모임을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10년째 간병하면서 겪은 어려움, 나름대로의 대처법에 대해 다른 가족들과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의 담당자는 일단, 김씨와 남편의 정보를 필요로 했다. 서류에 서명도 했다. 그런데 모임이 5명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미 그 인원이 찼으니, 다음 기회에 참석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모임에 참석했던 다른 가족의 말에 따르면, 5명은 이미 몸으로 겪어서 잘 알고 있는 치매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했고 정부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퇴직경찰관으로 광역치매센터에서 치매교육을 이수한 박경수(가명)씨는 평소 치매환자를 위한 봉사를 하고 싶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그 길을 찾기 위해 찾아갔다. 담당자는 박씨에게 개인정보제공동의서와 함께 신청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치매검사를 하라고 했다. 박씨는 ’내가 치매에 걸려서 온 게 아니라 봉사를 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치매검사를 하고 난 뒤에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검사를 받았다. 담당자는 ’검사결과를 보니, 치매는 아니시니 안심하고 돌아가시라‘고 답했다.

치매안심센터의 일부분을 가지고 시비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치매안심센터는 의료나 사회복지 어느 하나의 분야로만 대응하기 힘든 복합적 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을 해 나갈, 치매 서비스전달체계의 중심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실적에만 휘둘리다 보면 이런 웃픈 일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사회복지의 단편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 좋은 사회복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존과 희망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점점 더 중요해지는 사회복지, 그래서 잘못된 부분은 끄집어 내 이야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김동선-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joincare.co.kr)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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