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센터, 실적 달성에 목표 둔 신경심리검사 부작용 우려"
"치매안심센터, 실적 달성에 목표 둔 신경심리검사 부작용 우려"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8.08.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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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전문의들이 본 치매국가책임제 문제와 해결방안

현재 시점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치매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준비하는 것은 치매 환자를 위해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 정책 특성상 한 번 시행된 후에는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즉각적 정책 수정이 어려우며, 설사 반영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가적 예산 낭비와 정책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치매국가책임제 역시 정책의 입안과 시행 과정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치매 전문가이자 치매국가책임제의 실제적인 시행을 담담할 주축으로써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현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신경과 전문가의 입장에서 제안했다.

1. 의료급여화 및 중증치매 산정특례
2. 치매안심센터
3. 치매안심병원

그동안 가족 중 한명이 치매를 진단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 전체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었다.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이후 개인이 아닌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후부터 국민의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갑작스런 시행에 따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에는 의료계나 정부 등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으며, 이제는 파생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됐다.

치매 진료의 최전방에 있는 신경과 전문의들도 치매국가책임제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지 8월호에는 신경과 전문의들이 모여 ‘치매국가책임제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정책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한양대구리병원 최호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김승현,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충남대학교병원 이애영, 고려대안암병원 박건우, 헤븐리병원 이은아, 인하대병원 최성혜,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이대목동병원 정지향 교수 등이 참여했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운영을 위해 센터마다 일정한 시설과 25명 내외의 인력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보건 업무를 담당할 협력 의사는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지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이 계획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당면 과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놨다.

치매안심센터 전문 인력 부족

일단 센터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이 정책을 실패로 이끌 위험성이 높은 핵심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기존에 지역 치매센터가 운영되던 곳은 인력 수급이 비교적 원활한 대도시와 수도권이었다. 실제 일부 지방의 경우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운영방식을 모델로 치매안심센터의 시설과 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추진하면 의료와 복지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많은 지역에서 기준에 합당한 시설과 인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보건소 직영과 일부 협력의사 전문성 문제

치매안심센터는 일률적으로 보건소 직영으로 운영하되 민간병원이 협력의사를 안심센터로 파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의 핵심기능인 의료적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치매 전문가인 신경과 전문의가 중심이 돼야 하지만 현재는 치매의 관리 및 시행이라는 행정적 필요성을 우선시함에 따라 보건소장이 치매안심센터장을 겸임한다.

이에 따라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안이 ‘치매’라는 질병이 아닌, 치매를 위한 ‘행정’에 방점이 찍힌 운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또 지역내 치매 전문 의료기관과 치매안심센터 사이에 네트워크를 먼저 형성해 서로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인데, 이 부분을 무시함으로써 업무 분담이 효율적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 민간 의료기관의 여력, 인력에 대한 지원과 같은 기본적인 사안에 대하여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치매안심센터에서 민간기관의 인력 및 자원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많은 안심센터에서 협력 의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치매안심센터를 치매국가책임제의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할 수 있으려면, ‘행정’에 방점을 두지 말고, ‘치매’에 중점을 둠으로써 치매 전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심리검사 질적 향상 아닌 목표실적 달성에만 주력

센터에서 수행하기로 돼 있는 신경심리검사는 의료법에서 법리적인 논쟁과 함께 치매 진단의 근거를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 유발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기검진사업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방치돼 있던 환자를 초기부터 관리하면서 치매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평가의 기준을 치매 환자의 검진과 관리의 질적 향상에 두지 않고 기관에 일괄적으로 배정한 목표실적 달성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단순 대규모 검진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매국가책임제 정책에서는 의료적 진단을 위한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 신경심리검사까지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 시행하도록 바뀌었다. 현재 치매안심센터에서 수행하게 되는 신경심리검사인 CERAD, SNSB, LICA 검사 등은 엄밀히 말하면 치매조기검진 도구가 아니라 정밀검사 도구다.

실제 이 같은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검사자가 필요하고, 검사 결과의 질관리를 위한 전문의사의 관리 감독이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치매정밀검사를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검증 받지 않은 직원에게 수행하도록 하고, 한 안심센터당 몇 건을 했느냐에 따라 실적평가를 하는 현 상황은 치매의 오진 및 과잉진단의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결과만을 바탕으로 치매를 진단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것이 원칙인 치매 진단 원칙과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치매안심센터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연구자들은 ▲인력 기준에 적합한 인원 선발과 충분한 교육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하면서도 구체적 운영 지침 ▲지역 실정에 맞는 직영 또는 민간 위탁 ▲협력의사 부족한 지역의 경우 광역치매센터에서 전문의 파견 고려 ▲센터 운영에 의료진 역할과 권한 확대 ▲의료진 파견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치매예방 사업과 치매 환자등록 및 관리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 투입 등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디멘시아뉴스 최봉영 기자(bychoi@dementi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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