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병원, 시설보강 미흡·전문인력 미확보에 '예산 표류'
치매안심병원, 시설보강 미흡·전문인력 미확보에 '예산 표류'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8.10.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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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립요양병원 기능보강사업조차 이행 불투명

정부가 전국에 분포돼 있는 79개의 공립요양병원을 중증치매 환자 등을 돌볼 수 있는 치매안심병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놓고도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배정된 예산은 한푼도 못 쓴 데 이어 올해도 배정된 예산 상당 부분 남을 것으로 예측된다.

16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의 일환으로 79개 공립요양병원에 시설장비를 보강해 집중치료병동 설치를 위해 추경 예산 604억8,000만원을 배정한 바 있다.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해 대규모 예산이 즉각 반영됐으나 실제로 예산은 하나도 집행되지 못했다. 지자체 수요 조사를 하는데 시간이 걸려 예산 집행이 해를 넘겨 버렸기 때문이다.

나중에 집행과정에서 밝혀진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해당 사업 지침에 따르면, 국비로 인지재활장비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작업치료사를 갖춰야 한다.

실제 조사 현황을 보면 79개의 공립요양병원 중 재활의학 전문의가 있는 곳은 38개에 불과해 수요 조사가 빨리 됐더라도 예산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난해 남겨진 예산은 올해로 이월되고 신규 예산까지 반영됐으나, 올해도 지난해 전철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높다.

79곳의 공립요양병원 중 34곳은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이전부터 치매병동을 운영 중이었으며, 약 19곳이 별도의 기능보강사업 없이도 치매안심병원 기준을 충족해 역할을 수행 중이다.

치매 병동이 설치된 공립요양병원 10여곳과 치매병동이 전혀 없는 20여곳 등 약 40곳에서는 기능보강사업을 통해 병상을 추가하거나 장비를 보강하고 있다.

상당수 병원이 시설 기준을 맞춰가고 있지만, 필수 인력 부분에서는 여전히 충족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안심병원 필수 인력으로는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매전문간호사 등이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기준으로 79개 공립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만 봐도 65명이 전부며, 여전히 관련 전문의가 없는 곳은 34곳이나 됐다.

공립요양병원 중에서도 관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예산 집행을 못하는 곳이 수두룩 하다는 얘기다. 1,000억원 가량 배정된 예산이 또 내년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치매안심병원 운영에 있어 전문인력 보강 문제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지적됐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치매안심병원 운영을 포함한 내년 치매관련구축 예산은 올해보다 60% 가량 증액된 2,300억원 가량이 배정됐지만,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배정된 예산을 제대로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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