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인도하는 신경과학의 비밀, 알츠하이머병에도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빛이 인도하는 신경과학의 비밀, 알츠하이머병에도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전성각
  • 승인 2018.11.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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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실 전성각

 

빛이 신경을 비추기까지

‘광학(Optics) + 유전학(Genetics) = 광유전학(Optogenetics), 살아있는 조직의 특정 세포를 표적화하고 빛에 반응하는 이펙터(effector)를 전달함으로써, 빛을 이용하여 세포의 활동 조절, 특정 세포의 시각화, 전기적 기록 등과 같은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광유전학은 이제 섣불리 어느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경과학을 넘어서 게놈, 분자 공학, 광학 기기 등 다양한 융합 학문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2005년 8월의 어느 연구로부터 촉발된 후로, 이제는 전 세계 800개 이상의 실험실에서 사용되며 관련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광유전학의 시작을 알기 위해선 조금 더 과거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1979년, DNA 이중 나선 구조의 발견으로 친숙한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신경과학이 직면한 주요한 도전은 뇌에서 나머지 세포들은 변경하지 않은 채 세포의 한 유형을 조절하는 것이다. (Major challenge facing neuroscience was the need to control one type of cell in the brain while leaving others unaltered.)’ 그 당시에 신경을 자극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극(electrodes)으로 유도한 자극은 특정 세포만을 정밀하게 표적 할 수 없었고, 약물(drug)을 통한 조절은 너무 느린 반응 속도와 실시간으로 조절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크릭은 조절 도구로서 ‘빛’의 가능성을 예측했지만, 그 당시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실행에 옮길 명확한 전략이 없었습니다.

그보다 8년 앞선 1971년, 미생물학자들에 의해 가시광선에 의해 열고 닫히는 이온 펌프 단백질 박테리오로돕신(bacteriorhodopsin)이 발견되었으며, 이어서 옵신(opsin) 계통(family)의 할로로돕신(halorhodopsin, 1977년)과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 2002년)이 잇따라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래(foreign) 막 단백질의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신경독성, 너무 느리고 약한 광전류(photocurrent), 그리고 무엇보다도 옵신이 광자를 흡수하기 위해 화학적 보조인자인 ‘전트란스형레티날(all-trans retinal)'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낮선 단백질이 신경과학에 접목되기까지는 3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이러한 견해들은 현재 생물학적 실험의 거의 필수로 자리 잡은 녹색 형광 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의 발전과 활용을 지연시키는데도 한몫했습니다.

2005년 8월, 특별한 다른 구성요소 없이도 미생물 옵신 유전자를 신경에 도입 시 신경이 빛에 반응한다고 보고된 이후로, 2010년 박테리오로돕신, 채널로돕신 그리고 할로로돕신 모두 신경에 도입되어 빛을 이용해 신경을 켜고 끌 수 있음을 증명되었습니다. 척추동물은 옵신의 광자 조절에 필수인 ‘all-trans retinal'을 선천적으로 갖고 있었기에, 이제 연구자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포유류에서, 유전적 조절을 통해 특정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빛을 이용하여 마치 전등처럼 원하는 때에 신경을 켜고 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유전학이 밝혀주는 신경과학의 비밀

광유전학은 광섬유를 통한 빛의 도입으로 뇌의 특정 부위만을 원하는 때에 시공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 Cre 재조합효소와 같은 유전적 기술과 접목되어 특정 세포 유형의 선택적인 조절을 가능케 했습니다. 실제로 할로로돕신은 사람의 망막 신경 조직에 전달되기도 했지만, 광유전학의 개척자인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는 광유전학의 가장 근본적인 영향력은 사람에게 옵신을 직접 유도하는 것이 아닌, ‘복잡한 생체조직 기능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한 연구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use as a research tool to obtain insights into complex tissue function)’에서 비롯된다고 서술했습니다. 실제로 2009년, 파킨슨 병 동물모델에서 광유전학을 이용하여 특정 회로를 유도하거나 억제한 연구는, 파킨슨병의 신경회로를 광유전학적으로 접근하여 심부 뇌 자극(deep brain stimulation) 도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광유전학은 뇌의 국소 부위를 넘어서 세포 수준에서 뇌 전체의 국부적인 회로의 상호작용을 지도화 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광섬유(fiberoptics)와 전극(electrodes)을 합친 optrodes를 이용하여 실시간 신경 반응을 측정함과 동시에 조절하거나, 로돕신-G-단백질 결합 수용체 키메라(optoXRs)와 같이 빛으로 특정 수용체의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신경처럼 전기적 활성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세포와 조직에서 광유전학을 융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녹색형광단백질이 발견됐을 때 무궁무진한 연구의 가능성을 몰랐던 것처럼, 광유전학은 신경과학으로부터 촉발되었지만, 현재 심장, 근육,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경과학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 융합되어 기여할 것입니다.

광유전학은 알츠하이머병에도 한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불분명한 알츠하이머병의 병인과 병태생리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아밀로이드베타(Aβ)와 타우와 같은 명확한 조직병리학적 특징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단일 치료 타깃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뇌 도파민성 신경의 사멸과 같은 비교적 뚜렷한 병리학적 기전과 타깃을 가지는 파킨슨병과는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뇌의 부위별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의 축적 단계와 수준이 다르며, 이에 따라 뇌 부위별 신경사멸과 신경회로 손상, 그리고 인지장애와 동반되는 다양한 이차증상에 이르기까지 복잡합니다.

2016년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2017년 콜롬비아대학교에선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의 해마에 채널로돕신과 광섬유를 도입하여 기억저장세포(engram cell)을 광유전학적으로 자극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모델에서 손상된 기억이 복구됨을 보고하여, 알츠하이머병의 개선에 광유전학의 가능성을 증명하였습니다. 또한 2018년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Trinity College) 연구결과에선, 해마의 CA(암몬각)3에는 광단자(optrode)를 통한 광유전학적 조작을, CA1에는 전극(electrode)을 통한 신경신호 기록을 통해, Aβ에 의한 시냅스 가소성의 회로-선택적인 손상을 증명하여, 알츠하이머병에서 비정상적인 뇌의 편재화(lateralization)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2015년 도교대학교에선 측면 내후각피질(lateral entorhinal cortex)에 5개월에 걸친 장기적인 광유전학적 자극을 가한 결과 부분적인 간질 발작과 해마 내 Aβ 축적이 증가함을 보고하였습니다. 이처럼, 현재 알츠하이머병에서 광유전학은, 칼 다이서로스가 서술한 것처럼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한 연구 도구로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과 201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세포 염색제로 주로 사용되는 ‘로즈벤갈(rose bengal)’과 메틸렌 블루(methylene blue)가 각각에 해당되는 파장대의 LED를 조사했을 때, 응집함으로써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병리인자인 Aβ의 응집을 억제하고 세포 독성을 감소시킴을 보고하여 광학적 치료 도입의 잠재력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특정 신경경로를 시공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 광유전학이 알츠하이머병에 치료적 목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선, 알츠하이머병에서 손상되는 신경회로와 병리학적 기전에 대한 보다 명확한 통찰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최근 조직투명화 기법과 광유전학이 도입된 신경회로의 추적 그리고 이미징 기술의 향상에 힘입어, 보다 정밀한 수준과 고해상도의 신경회로 지도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과 보고들이 축적되었을 때, 광유전학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적 도구로서 재평가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O'Riordan KJ, Hu NW, Rowan MJ. Ass Facilitates LTD at Schaffer Collateral Synapses Preferentially in the Left Hippocampus. Cell Rep 2018;22:2053-65.
2. Lee BI, Suh YS, Chung YJ, Yu K, Park CB. Shedding Light on Alzheimer's beta-Amyloidosis: Photosensitized Methylene Blue Inhibits Self-Assembly of beta-Amyloid Peptides and Disintegrates Their Aggregates. Sci Rep 2017;7:7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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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y DS, Arons A, Mitchell TI, Pignatelli M, Ryan TJ, Tonegawa S. Memory retrieval by activating engram cells in mouse models of early Alzheimer's disease. Nature 2016;531:508-12.
5. Yamamoto K, Tanei ZI, Hashimoto T, et al. Chronic optogenetic activation augments abeta pathology in a mouse model of Alzheimer disease. Cell Rep 2015;11:859-65.
6. Lee JS, Lee BI, Park CB. Photo-induced inhibition of Alzheimer's beta-amyloid aggregation in vitro by rose bengal. Biomaterials 2015;38:43-9.
7. Deisseroth K. Optogenetics. Nat Methods 2011;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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