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의협 치매 국회토론회 발표 중 기공의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반박
[칼럼] 한의협 치매 국회토론회 발표 중 기공의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반박
  • 양현덕 기자
  • 승인 2018.11.15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13일 ‘치매 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 국회 토론회가 열리기 하루 전 12일에 보도자료를 통해, 치매국가책임제 편승을 목적으로 한의계가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치매예방사업 결과와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 논문들이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바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한의협은 토론회 주제발표와 보도자료를 통해 ‘한의약 치매 예방 및 인식 개선 사업에 치매 예방 기공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의협이 ‘기공이 치매로의 진행을 낮췄다’며 근거로 제시한 논문의 전문을 확보해 기공의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논문 내용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음을 확인했다.

한의협 치매 국회토론회 발표 자료 중 기공의 효과에 대한 내용

논문 분석

홍콩 내의 38개 기관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전체 548명 중에서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 점수 0.5, 또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 해당하는 노인 389명을 대상으로 운동 중재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참여자 389명 중 171명은 신심운동(Mind Body Exercise, 태극권 Tai Chi)군(Intervention, I), 그리고 218명은 신체유연/근력운동(Stretching and Toning Exercise)의 대조군(Control, C)으로 배정했으며, 한번에 30분씩 일주일에 3회 시행했다. 각 기관 내에서 치료군과 대조군을 배정한 것이 아니고, 각 군에 19개 기관씩 배정했다. 본 연구는 *이중맹검법이 아닌 단순맹검법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일차변수(Primary outcomes)로는 치매로의 이행, 인지기능척도(MMSE, *ADAS-Cog 등)를 평가했으며, 이차변수(Secondary outcomes)로는 자세균형척도, 신경정신척도, 우울척도 등이 포함됐다.

일년 후, I 에서 92명(54%), C 군에서 169명(78%)에서 프로그램 완료했다. 프로그램 완료자(Completer-only)를 대상으로 한 다중회귀분석에서, 1년 후 치매발생 위험도는 I 군에서 약간 낮았다. (Odds ratio 0.21, 95% CI 0.05-0.92, P= .04). 하지만 참여자 전체(Intention-to-treat)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I 군에서 171명 중 69명(46%)이나 중도에 탈락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프로그램 완료자만을 대상으로 1년 뒤 치매 발생률을 비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프로그램 완료자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I 군에서 CDR 총점, 지연 회상, 자세균형, 그리고 우울 척도에서 호전을 보였으나, 참가자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하였을 때는 I 군에서 CDR 총점과 자세균형에서만 호전을 보였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평가 항목이 MMSE 점수 등을 포함해 16항목임을 고려한다면 극히 작은 효과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MMSE 점수와 ADAS-Cog 점수에서는 양 군간에 차이가 없었다. 대표적인 치매 척도인 MMSE와 ADAS-Cog 점수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변화가 없었는데, 치매 발생률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연구 결과에 대한 의문점 중의 하나다.

I 군에서 교육 수준이 평균 4.1년으로, 2.6년인 C 군에 비해 높았고, 실험 기간 중 탈락자 비율이 I 군에서 46%로 C군의 22%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태극권이 일반운동(신체유연/근력운동이)에 비해 뚜렷한 인지기능 향상,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국회 토론회 자료와 일부 언론 기사에는 해당 연구가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됐다고 나오지만, 위 연구는 JAMD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에 실린 논문이다. 이를 ‘미국의사협회지’로 번역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의심이 가능하다. 참고로 미국의사협회지는 JAMA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이며, JAMDA의 2017년도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는 5.325이며, JAMA는 47.661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의협은 일반 운동에 비해 효과가 크게 다를 바 없으며, 치매 예방에 대한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기공체조(태극권)를 연구 논문 결과까지 왜곡·확대하면서, ‘한국형 노인기공’이라는 기묘한 이름으로 ‘노인대상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끼워 넣어 시범사업을 해오고 있다. 또 이를 이용해 치매국가책임제에 숟가락 얹기 신공을 발휘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해당 논문

1. 인지저하 위험이 있는 중국 노인에서 신심운동과 신체유연/근력운동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1년 무작위 대조군 임상 시험
A 1-Year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omparing Mind Body Exercise (Tai Chi) With Stretching and Toning Exercise on Cognitive Function in Older Chinese Adults at Risk of Cognitive Decline. J Am Med Dir Assoc. 2012; 13(6): 568.e15-20.

 

* 이중맹검법: 치료법의 내용을 실험을 받는 사람도 실험자도 모르게 하는 실험 방법
* 단순맹검법: 치료법의 내용을 실험자는 알지만 피실험자는 모르고 하는 실험 방법
* ADAS-Cog (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