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랑스 치매약 보험급여 중지는 적절한 조치일까?
[칼럼] 프랑스 치매약 보험급여 중지는 적절한 조치일까?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8.1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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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물치료 강화 차원이지만 약물접근에 대한 길은 열어놔야

국내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를 통해 프랑스에서 지난 8월부터 치매치료제 4종에 대한 보험급여가 중지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세계에서 치매치료제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 중인 성분이 4가지인 것을 감안하면 모든 약물에 대한 급여가 막힌 셈이다.

이번 조치는 프랑스 보건당국에서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판매 중인 치매약이 효과는 미미한데 반해 부작용이 심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프랑스 당국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더 이상 의미 없는 약에 의존하는 시대를 끝내고 실질적인 육체적, 정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에 정부 기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매치료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다. 치료제라는 것이 질병을 완치하거나 병을 앓기 이전으로 상태를 되돌릴 수 있는 것을 기대하지만 치매치료제는 사실상 치매 진행을 늦춰주는 역할 밖에 못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치매약에 대한 재정을 아껴 비약물요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최근 글로벌 추세와도 부합한다.

최근 추세를 보면 치매의 예방이나 치료에 있어 한 가지 방안에만 의존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감소를 위해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임상정밀의학이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임상정밀의학에서는 치매를 관리하기 위해 생활방식 개입, 운동, 영양, 수면, 스트레스 관리를 비롯해 비타민, 보충제, 약물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치매 전문인력이 배치된 치매전문병동 운영이 활성화 돼 있으며, 치매마을도 조성돼 있어 비약물치료를 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어쩌면 약물 치료의 효과보다 비약물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오랫동안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오랫동안 해 왔던 약물치료를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됐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급여 중지를 통해 절감된 재정을 다른 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치매 치료 환자 등에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치매 치료나 예방에 확실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약물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급여 정지 조치는 너무 앞서 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앞서 말했듯이 운동이나 영양 관리, 생활습관 개선 등 비약물치료가 치매 예방 등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약물 치료가 그동안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오래된 약이라 새로운 임상 시도 등은 적지만 효능과 부작용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할 수도 없다.

치매가 무서운 이유는 아직까지 치매 완치라는 도착지에 도달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이 없다는 점이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인 것처럼 치매환자나 그를 진료하는 의사도 마찬가지 상황일 거라 본다.

사람을 살리는 데 10가지 방안이 있다면 10가지를 다 써 봐야 최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가지 방안 중 의미가 덜 하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그 방법이 최고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약물치료가 치매환자들에게 있어 최고의 대안이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굳이 그 길을 억지로 막아서도 안 된다. 최소한의 길은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