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간병살인·가족붕괴'까지 부르는 치매...사회적 지지체계 절실
긴 병에 '간병살인·가족붕괴'까지 부르는 치매...사회적 지지체계 절실
  • DementiaNews
  • 승인 2017.04.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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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3년부터 치매에 걸린 79세의 노모를 모시고 살던 S씨. 이듬해인 2014년부터 어머니가 자식들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해지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급기야 어머니와 자주 다투기까지 했다. 그러다 2015년 중순부터 어머니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어느 날 새벽, S씨는 어머니를 씻긴 후 옷을 갈아입히려다 거부하자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어머니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벽에 부딪히게 했다. S씨 어머니는 두부 손상에 의한 경막하출혈 등으로 몇 시간 후 숨을 거뒀다. S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 지난 2월, 제주시에 사는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동생 B씨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누가 모실지를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집안에 있던 칼로 B씨의 오른쪽 쇄골 부위를 찔렀다. 칼에 찔린 B씨는 즉시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다음날 아침 과다출혈로 숨졌다.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돌봄에 지친 가족이 치매환자를 학대하는 것은 물론 살해까지 하는 '간병살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치매환자 돌봄 체계가 미미한 탓에 간병 부담은 오롯이 환자 가족의 몫이다. 국내 치매환자가 70만명에 달하지만 마땅히 간병을 믿고 맡길 곳도 부족하고, 간병비 부담 때문에 가족들이 직접 간병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80대 아내가 80대 치매환자 남편을 간병하거나, 70대 노인이 치매에 걸린 90대 노모를 간병하는 '노노(老老)간병'도 늘고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탓에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늦추는 데 집중하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간병이 장기화 되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증상이 악화되면서 환자 가족의 간병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간병이 장기화되니 경제적 여유는 급격히 줄고, 돌보던 가족마저 건강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마련이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는데서 오는 사회적 활동제한에 따른 고립감으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가족관계의 부정적 변화, 심리적 부담, 재정 및 경제활동의 제약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신체적 건강상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가족붕괴와 존속살해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금까지 국내 치매관련대책은 주로 환자를 중심으로 짜였고, 가족을 위한 지지체계를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

뒤늦게 지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16~2020년)에 치매환자 가족지원 대책이 포함됐다.

복지부가 마련한 종합계획에 따르면 치매환자 가족의 여행 및 여가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부터 치매환자 가족 대상 여행바우처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60세 이하인 치매환자 가족도 노인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온라인 자가 심리선별검사 시스템을 구축해 검사결과에 따라 지역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과 사례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를 통한 치매가족 대상 24시간 상담서비스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간병부담이 커진 위기단계의 치매가족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사례관리를 함으로써 간병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계획에 담았다.

치매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연말정산 인적공제의 ‘항시 치료를 요하는 자(장애인)’에 치매환자를 포함시켜 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적극 홍보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치매환자 가족의 간병에 따른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고령화에 따른 '치매'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은 지난 2013년 치매 정책 추진 5개년 계획인 이른바 ‘오렌지 플랜’을 수립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마련한 '오렌지 플랜'에는 치매환자 가족 지원 서비스 강화를 명시하고, 가족을 대상으로 한 치매 간호 교육부터 부양자들 간 의견을 교류할 수 있도록 '치매 카페'를 설치하거나, 2017년까지 지역 자원봉사자가 치매환자와 가족를 도울 수 있는 '치매 서포터스'를 600만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치매환자 가족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고, 환자 돌봄 시간이 길어지면서 보호자는 경제활동 시간을 줄이거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치매환자 간병을 더는 사적영역에 맡겨둬서는 안되고 공적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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