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의사가 본 치매 영화 관람기 1부
신경과 의사가 본 치매 영화 관람기 1부
  • DementiaNews
  • 승인 2017.04.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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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도 이전 영화들 


                                                             윤 웅 용
 맑은 수 병원장


치매가 얼마나 힘들고 소모적인 질병인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치매에 대한 정보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조기진단과 예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분명하지만, 치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을 볼 때면, 아직도 일부 정보들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들은 주변인들의 경험담과 매스미디어가 주는 약간은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평소 치매와 관련된 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개인적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을 대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의사로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치매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 분들에게 대처방법을 교육하여 환자와 보호자가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또한 진료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몇 편의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는 2000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정우성·손예진 주연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영화가 처음 상영되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습니다. 치매 영화의 주제는 서양영화의 경우 부부간의 멜로물이 주를 이루고 동양영화(한국, 일본)는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 사랑 등이 다루어집니다. 이것은 환자를 돌보는 주체(보호자)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호에는 2010년도 이전의 치매영화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판단의 편의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이 별점으로 영화를 평가하였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이 아니라 환자보호자 및 일반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치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작품일수록 높은 별점을 매겼습니다.

시간을 내서 꼭 봐야 할 치매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깊은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보통인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약간만 있는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거의 없는 영화 (치매영화 아님) ★☆☆☆☆

소중한 사람 折り梅 , Ori Ume , 2002  ★★★★☆
드라마 / 일본 111분   감독 : 마츠이 히사코
출연 : 하라다 미에코(토모에), 요시유키 카즈코(마사코), 토미스 마사(유조)

일본은 일찍부터 고령화로 인하여 치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많은 나라입니다. 이 영화는 15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시간의 격차를 느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갈등과 고생을 보여 주고 나중에는 이해와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높은 별점을 준 이유는 첫째는 치매 시어머니가 보여주는 이상행동증상을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초기에 불안, 우울, 병원 기피증 등부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망상(의심, 피해망상 등), 폭력 등을 보이는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남편과 아이들과도 사이가 멀어지게 됩니다. 둘째는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보호자에게 주는 심리적 충격, 우울감 등이 매우 큰 것을 보여줍니다. 시어머니의 온갖 의심과 물리적 폭력에 며느리는 계속 눈물로 지새우는 날이 많아집니다. 셋째는 이것을 며느리를 비롯한 가족들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지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 형태인 개호보험을 신청하고 요양 보호사를 집에서 쓰고 나중에 데이케어센터 및 요양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가족들이 치매에 걸린 주인공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환자 관리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국가)와 지역 공동체에서 같이 도와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노트북 The Notebook , 2004   ★★☆☆☆
멜로 & 로맨스, 드라마 / 미국 123분      감독 : 닉 카사베츠
출연 : 라이언 고슬링(노아), 레이첼 맥아담스(앨리)

이 영화는 멜로물 중에서도 꽤 유명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2004년 개봉 후 2016년 10월에 다시 개봉했습니다. 여주인공의 치매연기 역할은 큰 비중은 아니고 남녀주인공들의 과거의 회상 장면이 (로맨스 장면) 주가 되는 영화입니다. 요양원에 있는 남자주인공(노아)은 심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 이외에는 인지 기능은 멀쩡한데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요양원에 상주합니다. 그 이유가 치매에 걸린 여주인공(앨리)에게 매일 노트에 적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인데요. 이것을 듣고 있는 여주인공(앨리)은 계속 이야기 내용을 궁금해하고 관심 있어 합니다. 멜로물로는 잘 만든 영화이지만 치매영화로서는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지재활치료의 회상요법처럼 과거의 책, 사진, 물건 등이 환자의 기억회복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A Moment To Remember , 2004  ★★☆☆☆
멜로 & 로멘스 / 한국 117분        감독 : 이재한 
출연 : 정우성(철수), 손예진(수진)

벌써 13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한국에서 최초로 치매환자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 당시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치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형적이지만 짜임새 있는 멜로 스토리, 여기에 그 당시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던 남녀주인공의 발탁과 열연이 합쳐진 영화라 그런지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을 하고 올해에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도 들리는 군요. 저도 멜로물로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치매 걸린 여주인공이 나온다 뿐이지 치매의 증상을 묘사하는 것이 많이 어설픕니다. 초기에 나오는 치매환자의 불안, 초조 등이 없으며 도리어 여주인공이 치매 진단을 받고 난 뒤 침착하게 남주인공을 걱정하는 모습, 치매 증상의 단계가 섞여서 나오고, 여주인공이 치매 말기로 갈수록 점점 더 예뻐지는 역설(paradox)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내일의 기억 明日の記憶 , Memories Of Tomorrow , 2006   ★★★★★
멜로/로맨스, 드라마 일본 121분       감독 : 츠츠미 유키히코
출연 : 와타나베 켄(사에키 마사유키), 히구치 카나코(아내, 사에키 에미코 역)

주인공(켄)은 유능한 광고회사의 부장입니다. 부하직원들에게 존경 받고 회사에서 인정받던 그가 어느 날부터 초기 건망증처럼 시작하는 물건 잃어버리기, 사람 및 물건이름 기억 안나기부터 사온 물건을 계속 또 사오고, 날짜 감각이 떨어지고 길을 잃어버리고 할 일을 쪽지메모 붙여 놓아도 무시하는 등 점점 치매증상으로 악화되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별점을 만점을 준 첫 번째 이유이며 두 번째 이유는 병원에서 가서 신경과 의사를 만나고 인지기능검사 및 MRI, SPECT 등 검사를 하는 등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진단 과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환각, 환청, 망상(의처증) 등의 행동정신장애 증상으로 고통 받는 보호자(아내)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고 이를 같이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2002년도 작품인 '소중한 사람'이 고부간,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가 주제가 되었다면 이 영화는 전반적인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치매 영화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증상과 진단, 악화되는 과정을 가장 실감 있게 표현한 영화입니다. 치매에 관심이 있는 의사나 의과대학생이 introduction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 2006  ★★☆☆☆
드라마, 멜로/로맨스 캐나다 110분          감독 : 사라 폴리
출연 : 줄리 크리스티(피오나), 고든 핀센트(그랜트)

이 영화는 치매환자역할을 한 여주인공이 2008년도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병원에서 몇 가지 질문(인지검사)를 받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닦은 프라이팬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장면, 근처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 등은 치매환자 연기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양원에 간 여주인공(피오나)이 불과 한 달 만에 남편의 존재를 망각하고 남편을 거의 치한 취급을 하게 되는 장면은 신경과 의사에 입장에서는 무언가 어색함을 남깁니다. 팁으로 미국요양원의 모습도 엿볼 수가 있네요.

러블리, 스틸 Lovely, Still , 2008   ★☆☆☆☆
드라마, 멜로/로맨스 미국 90분    감독 : 니콜라스 패클러
출연 : 마틴 랜도(로버트 말론), 엘렌 버스틴(메리), 아담 스콧(마이크)

무료하고 일상이 심심한 주인공(로버트 말론)에게 어느 날 다가온 메리, 둘은 연인 사이가 되고 연애를 통해서 인생의 활력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할머니 메리는 사실 주인공의 부인이고 주인공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눈물겨운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연인(실제는 부인)과의 여러 가지 약속과 일들은 기억하는데, 가족(부인, 아들, 딸 등)을 기억 못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은 치매환자의 병 진행과정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이 글은 2016년 10월  대한치매학회의 소식지 AlzAha Webzine(vol. 3)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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