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부부 사랑을 다룬 영화…그들도 ‘로망’은 있다
치매부부 사랑을 다룬 영화…그들도 ‘로망’은 있다
  • 조재민 기자
  • 승인 2019.04.26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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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로망’의 이창근 감독 

 

이창근 감독

치매국가책임제 등 최근 치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다방면에서 높아지고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암보다 무서운 질병,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질병,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질병 등 치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무거운 의미로 가득하다. 

미디어도 치매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가득했고, 치매 환자들의 사랑에 대해서는 크게 조명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부부가 동반해 치매에 걸려 잊고 살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사랑을 되찾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로망'이 개봉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특별하지도 않은 다소 평범한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부모님, 나의 아들,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더욱 따뜻하다. 디멘시아뉴스가 영화 로망의 이창근 감독을 만나 치매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망에 대해서 들어봤다.

Q. 영화 로망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짧게 이야기하면 70대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다. 치매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오고 점점 잊혀져가는 기억에서 아이러니하게 떠오르는 과거 추억들이 가슴에 묻었던 사랑을 다시금 꺼내도록 도와주는 영화다.

Q. 치매 소재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전부터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가족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로망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됐고 평소에 품었던 생각과 영화 컨셉이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부모님들의 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부장적인 모습이 바로 주연인 조남봉(이순재) 분이다. 그런 캐릭터들을 배치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너무 전형적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덕분에 삶이 드라마틱해 보이지 않고 치매라는 소재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치매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Q. 치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조사 등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가족 중에서 외숙모께서 현재 치매를 앓고 계신다. 72살에 치매가 찾아오셨고 현재 22년째 앓고 계신다. 시간이 지났지만 본인은 여전히 72살로 기억하고 계시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특이했다. 그리고 주변 가족들의 속마음을 듣기 위해 가족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치매환자의 마음은 물론 가족들의 마음도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

특히 초등학교 동창의 장인과 장모께서 1달 간격을 두고 동시에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장인이 먼저 치매가 왔고, 그러던 중 함께 병원에서 장모도 진단을 받고 치매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할머니가 현재 더 많이 증세가 악화됐지만 여전히 두분은 함께 살고 있는 중이다. 이런 다양한 부분에서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됐다. 

영화 제작을 위해 전문의 자문도 거쳤고 이를 통해 영화 주연인 남봉(이순재)과 매자(정영숙)의 치매 증상을 각기 다르게 표현했다. 다만 치매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질병임에도 영화의 한정된 시간으로 세밀하게 표현하고 다루지 못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Q. 영화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았던 질문이다. 하지만 질문마다 대답이 달라지곤 한다. 아마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과 상황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중 남편 조남봉과 아내 이매자가 함께 바다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조남봉은 잠든 아내 이매자에게 “우리 이만큼 살았으니 벌 받을 만큼 받은거 맞지?"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 둘의 인생을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랑도 있지만 후회와 회한, 그리고 인생에 반성이 함께 녹아든 장면이다.

극중에 표현은 못했지만 조남봉은 고아 출신에 아버지를 일찍 잃어 삼촌 손에 자라 가족에 대한 집착과 완성을 꿈꾸는 인물로 설정됐다. 하지만 아내 매자와 함께 살면서 불의의 사고로 원망만 갖고 살게 됐다. 오랜 시간동안 풀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한마디에 담아 사과한 것이다.

Q. 영화 촬영 전후 치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면?

결론부터 말하면 많이 달라지고 편해졌다. 영화 촬영을 위해 많은 부분을 공부했고 치매에 대해서 달리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치매는 공포가 아니라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대가 왔다고 본다.

처음 영화를 찍기 전에 두렵고 조심스러웠다. 과거에는 행동패턴이 알 수 없이 불규칙한 부분들이 다소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영화를 촬영한 이후에는 그런 모습들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받아들이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치매에 걸리신 외숙모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이해하는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Q. 다시 좋은 소재가 있다면 치매관련 작품의 의향은 있는지?

이번에 치매관련 이야기를 다뤘다고 해서 차기작에서는 다루지 않겠다는 마음은 없다. 개의치 않고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같은 소재를 다룰 수 있다. 감독마다 화두가 다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버지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좋다. 로망도 그런 부분을 신경 썼다. 날카롭게 다가 갈수도 있었지만 조금 더 아름답고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고통보다는 위로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Q.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치매 걸리신 어르신들은 분명히 그들만의 세상이 있으실 것이다. 세상을 이해주고 공감해 주면 지금 보다 더 나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분명히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지만 그때마다 조금 더 참고 인내하면 된다. 치매가 아니라도 함께 의지하면 아픔과 고통은 줄고 행복은 배가되기 때문이다.

로망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2348) 통해 확인 가능하다.

한편, 현재 로망은 제21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우디네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영화제로써 이창근 감독은 신인감독에 후보자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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