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원인과 진료-2
치매의 원인과 진료-2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19.05.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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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인자와 보호인자

치매의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것은 질환 초기에 개입해서 치매 이행을 늦춰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의 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기개입으로 치매 이행을 2년 늦추면 20년 후 치매 유병률이 30% 감소하는 효과가 있으며, 5년 늦추면 유병률이 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

치매의 위험인자는 조절 불가 인자와 조절 가능 인자로 대별할 수 있다. 조절 불가한 위험인자는 나이, 성별, 유전자 등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포함한 대부분의 치매는 65세 이후에 발병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훨씬 높다. 아포지단백-EApolipoprotein E, APO-E의 한 유형인 APOE- ε4는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가능성을 촉진한다.

아포지단백-E(Apolipoprotein E, APO-E)의 발견

아포지단백-E는 65세 이후에 발생하는 노인성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인자로 알려 져 있다. 이 유전자는 19번 염색체에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의 조절 기능을 담 당하는데, 세 가지 대립유전자 ApoE2, ApoE3, ApoE4가 있다.

그 중 E4변형이 위험인자가 된다. 이 변형 유전자는 베타아밀로이드의 배출을 저 해하여 신경세포의 손상을 초래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50%정도가 적어도 하나의 E4 대립유전자를 보유하는데, 만일 이 대립유전자 하나를 보유하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3배 증가하며, 두 개를 가지고 있으면 위험이 10배 이상으로 격증한다.

드물지만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프리세닐린 1(presenilin 1), 프리세닐린 2(presenilin 2)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촉진한다.

아우구스테 데테르(Auguste Deter)의 치매 유전자(PSEN1 gene)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인 아우구스테가 사망하고 1세기가 지난 뒤에 독일과 호주의 연구자들이 그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프리세닐린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프리세닐린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전구체인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 분해효소인 감마-시크리타아제(γ-secretase)의 작용과정을 변형시켜 베타 아밀로이드를 과다 생성되도록 한다.

치매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에는 알코올 섭취, 흡연,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두부손상, 우울증, 갑상선 기능이상, 매독 등 감염성 질환, 뇌종양, 비타민 B12와 엽산의 결핍 등이 있다.

한편, 치매의 보호인자로는 운동, 교육,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항산화제, 호르몬 대체요법 등이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는 대부분의 위험인자를 공유한다.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를 조기에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면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치매의 치료

치매의 치료는 크게 약물 요법과 비약물 요법이 있다.

약물치료는 인지기능 개선을 목표로 한 치료와 치매에서 동반되는 행동심리증상의 개선을 목표로 한 치료로 양분된다.

사람의 뇌에서 기억을 포함한 인지기능과 가장 관련이 깊은 신경전달물질이 아세틸콜린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아세틸콜린 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며, 병세가 악화될 수록 그 농도는 더욱 낮아진다.

따라서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인 콜린에스테라아제(cholinesterase)의 작용을 억제시킴으로써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약제들이 사용된다.

최초의 치매약 타크린(Tacrine)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타크린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의 아 드리엔 알버트(Adrien Albert, 1907~1989)가 개발했다.

이 약제는 1993년 미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간독성이 확인되어 2013년 사용이 금지되었다. 타크린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 분해 억제제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제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이 있다. 또한 신경세포의 독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중 하나인 NMDA N-methyl-D-aspartate를 차단하는 메만틴도 약제로 사용된다.

위 약제들의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하지만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여 효과적으로 치료하면 수명연장은 몰라도 요양시설 입소 시기를 2년은 늦출 수 있다.

치매가 진행되면 가족의 직접간호는 언젠가 한계에 봉착한다. 결국 전문요양시설의 위탁간호가 불가피한 대안이 되는데, 조기치료를 하면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초조하고 근심 어린 표정으로 왜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증상이 초기에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의 목적은 증상의 악화를 늦추는 것이다.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복약을 중단하면 증상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급격히 진행된다.

경사로에 멈춰서 있던 자동차의 제동장치가 풀리자마자 이내 속절없이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과 같다.

현재 쓰이는 치료제들은 증상을 목표로 할 뿐,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 한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유발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에 직접 작용하는 약제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효능을 인정받지는 못한 상태다. 치료 지연도 한 가지 원인으로 지적됨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의 전 단계로 알려진 기억장애성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의 치료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치매환자의 비 인지기능, 즉 다양한 행동심리증상의 개선을 위하여 증상 별로 신경이완제,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이 처방된다.

치매환자의 비약물 치료법으로는 행동요법, 현실요법, 인정요법, 회상요법, 음악요법, 미술요법, 활동요법, 활동요법, 향기요법, 광요법 등이 있다.

치매환자와 함께 하기 : ‘그대를 사랑합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60%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대략 40%가 우울증에 시달린다. 치매환자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가족은 75%에 달한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본 치매환자 가족의 아픔

2011년 2월 추창민 감독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개봉되었다. 장군봉(송재호 분)의 아내 조순이(김수미 분)는 치매에 걸린다.

그는 출근할 때 아내가 밖으로 나가 길을 잃을까 봐 대문을 꼭 잠근다. 그러나 대 문 잠그는 것을 깜박하고 출근한 어느 날, 아내는 집 밖으로 나가 헤매다 길을 잃는다. 동네 주민 김만석(이순재 분)이 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장군봉의 아내와 마주친다. 조순이는 김만석을 남편 장군봉으로 착각하고 매달린다.

이런 아내를 돌보느라 지친 장군봉은 마침내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장군봉은 세 자녀들을 집으로 불러모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식들에게 그 동안 모은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손에 쥐어주며 돌려 보낸다. 그 자리에서 조순이는 자기 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마치 귀한 손님을 배웅 하듯 안녕히 가시라며 공손히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자식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장군봉은 아내와 같이 지내온 방의 틈새를 테이프로 밀봉하고, 약을 아내에게 먼저 먹인 다음 화덕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둘이서 손을 꼭 맞잡은 채 세상을 떠난다.

치매의 사회경제적 비용

우리나라에서 치매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8년 8,625억 원에서 2012년 1조9,234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 전체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2008년 97조원에서 2012년 120조원으로 24% 증가한 반면, 치매비용은 무려 123%가 증가하여 비중이 해마다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치매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2020년에는 21조 1,000억 원, 2030년에는 43조 6,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치매의 조기검진과 효과적 치료를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이 상당수준 절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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