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의사가 본 치매 영화 관람기 2부
신경과 의사가 본 치매 영화 관람기 2부
  • DementiaNews
  • 승인 2017.05.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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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이후 영화들

윤 웅 용
맑은 수 병원장

이번 호에는 2010년도 이후의 치매영화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판단의 편의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이 별점으로 영화를 평가하였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이 아니라 환자보호자 및 일반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치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작품일수록 높은 별점을 매겼습니다.

시간을 내서 꼭 봐야 할 치매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깊은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보통인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약간만 있는 영화 ★★☆☆☆
치매와 연관성이 거의 없는 영화 (치매영화 아님) ★☆☆☆☆

그대를 사랑합니다 I Love You , 2010  ★★☆☆☆
드라마/ 한국 118분 감독: 추창민
출연 : 이순재(김만석), 윤소정(송이뿐), 송재호(장군봉), 김수미(군봉의 처)

강풀 작가의 만화가 원작으로 김만석(이순재)과 송이뿐(윤소정)의 노년의 사랑을 다룬 멜로영화입니다. 마파도,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의 영화를 만든 추창민 감독의 작품으로 깔끔한 영상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돋보이며 두 노인 주인공의 시각에서 서로의 사랑을 차분히 잘 그리고 있습니다. 


김만석(이순)의 친구인 장군봉의 아내(김수미)가 치매환자로 나오는데 영화 처음부터 중증치매여서 그런지 약간 과장된 치매연기가 눈에 거슬리기는 합니다. 남편인 장군봉이 일하러 나갈 때 대문을 자물쇠로 잠그러 가거나, 혼자 있을 때 집안이 엉망이 되고, 집을 나가서 못 찾는 모습 등에서 지금 이런 상황이 된다면 장기요양보험서비스로 간병인이나 요양사나 데이케어 센터 등 도움을 받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남매의 자식들을 두지만 아무도 치매어머니를 돌보려 하지 않고 급기야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면서 장군봉이 치매 걸린 부인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2-3년전 한창 이슈화 되었던 치매 가족들의 동반 자살 문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치매는 환자와 가족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국가적인 도움과 정책이 꼭 필요한 질환임을 느끼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The Most Beautiful Goodbye , 2011 ★☆☆☆☆
드라마 / 한국125분 감독 :민규동
출연: 배종옥(김인희), 김갑수(정철), 김지영(할머니)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주인공(배종옥)이 말기 자궁암에 걸리고 그동안 무관심했던 가족들이 서로간의 사랑을 느끼고 가슴아프고 아름다운 이별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치매 시어머니로 나오는 배우의 연기가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의 정신행동 장애라기 보다는 며느리를 일부러 괴롭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치매 이야기 보다 암환자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무르 Amour, Love , 2012 ★★☆☆☆
드라마, 멜로/로맨스 /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127분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장 : 루이 트린티냥(조르주), 엠마누엘 리바(안느), 이자벨 위페르(에바)

노년에도 콘서트와 독서를 즐기는 교양이 있는 고학력 부부가 나오는 영화 입니다. 안느(아내)는 경동맥 협착으로 의식이 떨어지는 일과성 허혈발작증상으로 경동맥 협착 수술을 받았으나 결과가 좋지 못해 후유증으로 뇌졸중이 와서 우측 편마비, 보행장애가 오며 두 번째 뇌졸중 이후에는 언어장애, 인지기능 장애, 삼킴장애가 오게 됩니다.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혈관성 치매환자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간호사가 간병서비스를 오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이 병수발을 다하며 극진히 간병을 합니다. 치매환자보다는 뇌졸중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뇌졸중 예방의 중요성 및 중추재활치료의 필요성,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에 대해 알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해피엔딩 프로젝트 Still Mine , 2012 ★★★☆☆
드라마 / 캐나다103분 감독 : 마이클 맥고완
출연: 제임스 크롬웰(크레이그 모리슨), 쥬느비에브 뷰졸드(아이린 모리슨)

전직 목수인 할아버지가 치매 걸린 부인을 위해 집을 짓는 영화로 실제 일어난 일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원래 집안일은 거의 신경 안쓰는 할아버지이지만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신행동 장애가 생긴 아내를 돌보기 위해 불편한 이전 집보다 새로운 집을 구상하게 됩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연기도 단계별로 잘 표현되었고 간병사나 요양원 입소를 거부하고 60여년 동안 같이 살아온 아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할아버지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서양의 치매영화인 경우 여자주인공이 대부분 치매이고 지고 지순한 순정으로 남편들이 뒷바라지 하며 자기 자신들의 공간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멋진 캐나다의 자연 풍광은 덤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깡철이 Tough As Iron , 2013 ★☆☆☆☆
드라마 / 한국 108분 감독: 안권태
출연: 유아인(강철), 김해숙(순이)

부산을 배경으로 유아인이 아들로 나오는 효자 영화입니다. 김해숙이 치매, 신부전 걸린 어머니로 나오고 유아인이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로 연기를 하게 됩니다. 어머니 신장이식을 위해 조직폭력배의 돈을 빌리고 그로 인해 협박과 고초를 당하게 됩니다. 어머니역인 김해숙의 치매 연기는 아들을 남편으로 잘못 알고 소변을 못 가리는 중증 치매 연기라고 하기에는 많이 어설픈 느낌이 있습니다.

치매에 대한 내용을 떠나서 전반적인 구성과 스토리 전개와 연출이 떨어지는 작품으로 그나마 유아인과 김해숙의 연기력으로 버틴 영화입니다. '베테랑'에서의 유아인을 생각하시는 분이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 2015 ★★★★☆
드라마 / 미국101분
감독: 리처드 글랫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줄리안 무어(앨리스), 알렉 볼드윈(존 하울랜드), 크리스틴 스튜어트(리디아)

대부분의 치매영화는 보통 환자보다는 주변의 가족과 간병인의 힘든 모습을 그려내는데 이 영화는 치매 걸린 주인공 앨리스의 내면적, 외면적 모습의 변화를 잘 담고 있습니다. 앨리스 역을 하고 있는 줄리안 무어는 이 영화에서 치매환자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하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게 됩니다. 제목의 스틸 앨리스처럼 여전히 이전의 앨리스가 되고자 하는 주인공의 필사적인 노력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앨리스는 언어학자이자 대학교수로 최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사람입니다. 2-3년 전부터 조깅을 하다가 길을 잃고 단어 및 약속을 까먹는 등의 증상을 느끼자 병원에서 인지기능 검사, MRI, PET 등 검사 후 초로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습니다. 자기의 병을 알고 난 후 병을 숨기기 보다는 자기 아이들에게 알리고 유전자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합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협회에서도 연설을 함으로써 질병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편견을 없앨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병이 진행되어 인지기능과 정신행동장애가 악화되고, 자신의 외형도 점점 피폐해져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잃어버리는 모습을 훌륭하게 연기하는 줄리안 무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치매환자 진료를 볼 때 환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보호자가 모든 것을 알아서 결정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대중에게 영화가 주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습니다. 대중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현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 그대로 인지하게 되며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모방하여 행동하기도 합니다. 임상에 있으면서 치매환자 보호자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많은 것들을 짧은 진료시간이나 보호자들의 이해부족 등의 이유로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할 때마다 이 모든 설명을 담고 있어 내 설명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영화 한편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신경과 의사인 내가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자신있게 소개해 줄 수 있는 영화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글은 2017년 1월  대한치매학회의 소식지 AlzAha Webzine(vol. 4)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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