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세대 이민자, 치매 관리 사각지대로 몰렸다"
"미국 1세대 이민자, 치매 관리 사각지대로 몰렸다"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9.11.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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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 신경과 전문의 임정국 원장

치매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 뿐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로 부상한 지 이미 수 년이 지났다.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되고 있는 미국도 치매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미국으로 이주한 1세대 이민자들의 나이가 고령화되면서 한인 사회에서도 치매 진료나 돌봄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D.C. 근교에서 신경과 전문의 임정국 원장은 지근거리에서 한인 치매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워싱턴 D.C.에 온 1세대 한인 이민자들은 1960~1970년대 이주한 세대들이며, 이들의 나이는 적게는 70세, 많게는 100세에 이른다.

1세대 이민자들의 나이가 들면서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임 원장은 미국 의료시스템 하에서 1세대 한인 이민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하고 있다.

임 원장은 "이민자 1세대 분들이 치매 진료에 있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언어나 문화적인 장벽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치매 진료는 신경과에서 주로 하게 되는 데, 검진 과정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과정을 보면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경심리검사 등을 거쳐 전문의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어가 익숙치 않은 이민자 1세대들에게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임 원장은 "치매 진단에 있어서는 언어나 문화적인 배경이 같아야 환자를 이해할 수 있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 원장의 병원에서는 치매환자들이 한국어로 된 검사지를 사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언어 차이 등으로 인해 치매 진단이 늦어지기도 하지만 한국과 다른 의료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많다.

환자가 치매 진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예약하면 보통 한달 반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진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돌봄에 있어서도 미국 정부에서는 치매환자의 돌봄을 위한 너싱홈(Nursing Home)이나 데이케어, 간병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지만, 한인 이민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경우도 많다.

언어와 사회·문화적인 소통이 되지 않는 미국인들과 섞여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치매가 빠르게 악화되는 사례가 있어 이를 기피하는 사례도 있다.

결과적으로 1세대 이민자들은 한인 간병인이나 한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케어센터를 개인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임 원장은 진료나 검사 비용 등을 포함한 의료시스템의 경우 전반적으로 한국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끝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한인 1세대 이민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임 원장은 "치매라는 진단을 받는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환자에게 게으름은 독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등 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정국 원장: 현재 미국 워싱턴 디시(Washington D.C.) 근교에서 신경과 전문의(neurologist)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의사로 개업했다. 이후 다시 의과대학에 들어가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의과대학 졸업 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University of Texas)에서 신경과학(neuroscience)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 의과대학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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