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밑지는 치매약, 환자분류 변경으로 약가 보전
쓸수록 밑지는 치매약, 환자분류 변경으로 약가 보전
  • 최봉영 기자
  • 승인 2020.02.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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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치매환자, 의료중도로 분류...약가 자진인하도 영향

지난해 10월부터 요양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매약이 일당정액제 항목에 포함되면서 요양병원의 손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약값에 대한 보험청구를 따로 할 수 없어 약을 쓰면 쓸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분류체계 변경에 따라 치매환자의 일당정액수가가 늘어나면서 약값을 보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의 경우 의료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가 없이 환자분류에 따라 1일당 정해진 수가를 지급받는다.

그동안 치매약은 일당정액제 항목에서 제외돼 있었으나, 10월부터 치매약도 일당정액제에 포함됐다.

정부가 일당정액제에 치매약을 포함하면서 반영한 약값은 877∼1,015원 수준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치매약의 2018년도 연간 의약품 주성분별 가중평균가격은 성분 및 제형에 따라 1일 소요비용이 1,292원에서 2,106원이었다.

정부가 책정한 약값이 현실적이지 않아 약을 쓰면 쓸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요양병원 업계의 푸념이었다.

하지만 치매환자의 분류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약값을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이전까지 요양병원 환자분류는 7개였다. 치매환자는 문제행동군이나 인지장애군에 포함돼 있어 각각의 일당정액은 5만8,860원, 5만8,040원이었다.

달라진 환자분류에서 문제행동군은 의료중도로 편입됐다. 인지장애군은 정부가 밝힌 분류에서 의료경도로 편입돼야 하지만 상당수 사례가 의료중도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분류 변경에 따라 치매환자의 요양급여비용이 6만1,530원으로 늘어 약값을 보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와 함께 제약사들의 경쟁도 요양병원이 기존에 사용하던 약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치매약이 일당정액제 항목이 포함되면서 저가약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요양병원과 거래가 없었던 제약사들이 신규 거래를 트기 위해 약값을 낮췄기 때문이다.

다만 치매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의료경도로 분류된 환자의 경우에는 일당정액이 5만9,470원에 불과해 저가약으로 처방이 바뀌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환자분류체계를 변경하면서 무의미한 장기 입원을 막고, 요양병원의 의료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치매의 경우에도 중등도나 중증 치매환자 위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인지장애군 등 경증환자는 지역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중등도 이상의 치매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에서는 환자분류체계 변경의 영향이 많이 받지 않지만, 경증 위주로 입원한 요양병원에서는 일당정액이 낮아져 전반적으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의 51.2%는 경증환자이며, 입원 기간은 174일에 달했다.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변경이 경증환자의 입원 비율을 낮추고 장기입원을 막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