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
[곽용태 칼럼]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
  • 곽용태 신경과 전문의
  • 승인 2020.05.06 18: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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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1)

- 들어가는 글
     
담장에 올라 이웃집 여성을 훔쳐본 40대 남성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중략)………… A씨는 건물 옆에 세워진 담장에 올라 B씨의 집안을 훔쳐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담장도 집의 일부이므로 담장에 오른 행위는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중략)….. 조 판사는 "A씨가 올라선 구조물은 그 높이가 50㎝ 정도에 불과해 이웃건물과의 경계를 표시하는 구조물로만 인식될 여지가 상당히 크다"며 "또 높이와 형태 등에 비춰 일반인의 통행을 차단하기 위한 물적 설비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머니투데이 2020년 2월 13일

 

2005년 11월 22일 MBC의 시사프로 PD수첩에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이라는 방송을 내 보냅니다. 얼핏 단순할 것 같았던 이 한편의 시사 프로그램이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던 방송사나 PD는 전국민의 질타를 받아야만 하였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모든 병을 고쳐 줄 것만 같은 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황우석 박사는 신성불가침적인 존재였던 것입니다. 단순한 이의 조차 이야기 하기 힘든 것이 당시 사회적 상황이지요. 이렇듯 일방적으로 MBC PD수첩만 몰락하고 끝날 뻔 했던 사태가 반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모두들 잠든 2005년 12월 5일 새벽에 anonymous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저가 BRIC(포항공대 생물학 정보 센터) 게시판에 논문에 실린 몇몇 사진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면서부터 그 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 사람이 쓴 글은 전형적인 아재 문체인 데다가 비문이 여럿 섞여서 조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논문을 무료로 볼 수 없어 아쉬운 대로 부록만 봤는데, 똑같은 사진이 몇 개 포함되어 있었다"가 요점이었습니다.

2020년 4월 28일 "아이 울음소리보다 더 잦은 곡소리"라는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렸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가 주된 내용이지만, 고령인구의 증가 역시 큰 몫을 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대한민국은 출산율은 줄고 노인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만 것 입니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모든 면을 덮치고 있는 쓰나미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미 개인적 수준에서 노령화와 연관된 치매를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든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국가, 사회, 그리고 연구자들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치매는 의학적, 복지정책적, 사회적인 아주 복잡한 문제일 뿐 아니라 각 개인들의 실존적이고 경험적인 문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황우석의 논문은  한 명이 보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이며, 방대하고 분량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황우석의 논문”이라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높은 위치에 있는 지식 수준을 그보다 낮은 지식 수준을 가졌지만 자발적이고 협력적인 다수가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자정을 하였습니다. 즉 그의 논문이 생명공학 관련 석,박사,연구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간 이후, 여러 사람들이 같이 살피다가 무언가 조작된 점을 발견하였고 이를 여러사람들이 의견에 의견을 더하게 되어 조작된 점을 포착했습니다. 이 과정은 중요한 것을 시사합니다. 그의 사이언스 지 논문에 조작이 있다는 걸 발견한 사례에서 집단지성의 개념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의학자들이 치매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논문을 쓰고 발표하며 이를 많은 동료 학자들과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지요. 하지만 이런 논문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아야하는 일반인들 특히 치매 보호자에게는 같이 참여하거나 이해할 수도 없는 높은 담장 너머의 일입니다. 까치발을 최대한 하여도 담장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의자를 하나 가지고 와서 살짝이라도 담장 너머를 볼 수 있다면 이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 될 수가 있습니다. 담장 너머 그 집의 정원을 구경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구석에서 샤워하는 마님을 훔쳐볼 수도(?) 있겠지요. 처음에는 담장 안에 있는 사람이 매우 불편하겠지만 이를 통하여 정원을 더 잘 손질할 수도 있고 마님은 좀더 단정하게 샤워를 할 수도 있겠지요(물론 농담입니다). 즉 치매 분야의 중요한 최신 연구도 일반인들이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의자를 놓아 준다면 치매 분야도 좀더 집단지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2-4주 사이에 발표되는 최신 치매 관련 논문 중 신뢰성이 있고 시사성이 있는 논문 한편을 제 마음대로 골라서 읽고 해석해 보려고 합니다. 맨 앞의 한두줄의 간단한 결론은 사실이고 그 이외에 이야기는 저의 주관적인 해석입니다. 제가 고른 논문은 신뢰성이 있지만 제가 쓴 글에는 한두줄 이외에는 객관적이지 않은 저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 담장 넘어 보는 것이 저의 목표이기 때문에 의자를 어느 방향으로 두어야 하느냐 고민하기보다는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이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진행해 보겠습니다.

자 그러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는 집을 찾아 가겠습니다. 구경 후에는 품평도 부탁드리겠습니다.

2020년 5월 코로나가 창궐하는 어느 날 진료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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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2020-05-11 08:50:40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