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귀농 간 부부가 싸우는 이유
[곽용태 칼럼] 귀농 간 부부가 싸우는 이유
  • 곽용태 신경과 전문의
  • 승인 2020.05.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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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2)

- 귀농 간 부부가 싸우는 이유

제목: 도시 녹지와 치매 뇌졸중의 위험(Urban green space and the risks of dementia and stroke)1)

저자: Lauren A. Paula, Perry Hystadb, Richard T. Burnettc, Jeffrey C. Kwongd,e,f,g, Dan L. Crouseh, Aaron van Donkelaari, Karen Tuf,g, Eric Lavignej,k, Ray Copesa,f, Randall V. Martini, Hong Chena

결론: 녹지에 해당하는 사람의 치매 위험비(hazard ratio)는 0.97(95% CI: 0.96–0.98)이고 뇌졸중의 위험비는 0.96(0.95–0.98)이다. 이 논문은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첫번째 인구기반 코호트(population-based cohort study)이다.

논문명; Environmental Research 2020년 4월 17일

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첫 논문은 쉽고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이 논문에서 나오는 위험비(Hazard ratio)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환자; 선생님 담배를 피우면 얼마나 빨리 치매가 생기나요.
의사; 최근 연구에 담배가 치매에 대한 위험비가 1.33 이란 보고가 있습니다.2) 즉 담배를 안 핀 사람보다 담배 핀 사람이 33% 빨리 치매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위의 의사 선생님의 말은 맞을까요? 틀릴까요? 결론적으로 틀렸습니다. 흔히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대화에서 의사 선생님조차 위험비라는 개념을 혼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위험비는 실험군의 위험률을 대조군의 위험률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 안 한 사람에 비해서 이 행위로 인한 위험율이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치매로 예를 들면 어떤 행동(예를 들어 흡연함)을 하였을 때 위험비가 1.33이라면 이 행위를 한 사람이 앞으로 계속 치매가 생길 확률이 이 행위(예를 들어 흡연을 안함)를 안 한 사람보다 1.33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의 대화에서는 환자가 의사 선생님에게 알고 싶어 물어본 것은 담배를 피웠을 때 담배를 안 필 사람에 비하여 얼마나 빨리(‘얼마나 많이’가 아닌!) 치매가 생기냐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의사 선생님은 위험비 1.33을 근거로 환자가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면 나쁜 결과가 33% 빨리 좋아지거나 나빠진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험비에는 시간의 개념은 없습니다. 즉 ‘빨리’의 개념은 없는 데 가끔 의사 선생님들도 이 개념을 혼동합니다. 위험비는 단지 특정 시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확률이 그 정도 차이라는 것입니다. 2-3일 정도면 회복되는(자연경과) 가벼운 감기의 위험비가 2로 2배 효과가 있다고 하는 치료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50% 빨리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것을 알고 싶으면 다른 보조 자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위험비는 전제 조건이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그 위험성이 유지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은 엄밀하게 말하면 현실 세상에서 이런 일은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 개념이 아주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코호트 연구이다”라는 말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코호트 연구는 어느 시점에서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즉 이 연구는 100만명 이상을 2001년부터 기획하고 계속 찾아다니며 데이터를 모아서 논문을 낸 것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이래야 결과가 신뢰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첫번째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써 놓습니다. 즉 많은 돈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좋은 논문에 실릴 수가 있는 조건을 갖춘 것입니다.

사람들은 녹지를 본능적으로 찾습니다. 우리가 왜 푸른 나무나 잔디를 찾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이 녹지가 노인의 대표적인 질환인 치매와 뇌졸중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저에게 새로운 것은 방법론입니다. 과거에 이 논문을 쓰려면 100만명 이상의 많은 사람에게 설문지를 주어 이들이 얼마나 나무나 잔디와 같은 녹지 근처에서 사는지를 쓰게 하고 또 이를 검증해야 합니다. 다시 이들은 10년 이상 추적하면서 어떤 병이 생기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만 했습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제가 있는 곳을 알고 제가 앞으로 어떤 병에 걸릴지를 안다는 것이지요. 무엇을 통해서? 바로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연구에서는 NASA의 aqua satellite를 이용했습니다)을 통해서 입니다. 이 논문은 인공위성과 보험제도 하에 있는 주소를 이용하여 분석한 논문입니다. 제 의사와 관계없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 수명이나 병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는 나를 항상 지켜보는 터미네이터라는 영화의 Skynet이 생각납니다. 중국에는 인공위성이 아닌 수많은 CCTV와 안면인식시스템을 이용하여 중국 14억 인구의 방대한 데이터 자료를 모으는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을 천망(天罔)이라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천망을 영어로 번역하면 무엇이겠습니까? Skynet입니다. 나는 모르는데 나를 속속히 아는 누군가가 있는 것입니다. 생각하면 무시무시하기는 한데 중국의 인민은 범죄율이 떨어져서 좋다고 하는군요.

결론적으로 나도 모르게 누군가 나를 보고 논문을 썼다. 그 논문에 의하면 도시 사람 중 녹지 근처에서 산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치매 걸릴 확률이 3% 적어진다. 이 수치가 통계적 의미는 있지만 이 숫자가 큰 것인지 작은 것인지는 이 글을 쓰는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족.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던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 귀농 귀촌을 하고 싶어합니다. 남편이 우겨서 부인이 같이 가지만 부인은 매번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녹지 근처에서 살면 3-4% 치매나 뇌졸중이 안 걸린다고 우깁니다.  그러면 왜 부인은 그렇게 도시로 돌아가기를 우길까요? 재미있게 다른 논문에서는 녹지가 사람의 사망률을 낮추지만 그 효과는 남자에게 월등하고 여자는 효과가 적다고 합니다.3) “ 니 오래 살려고 나 고생시키냐….” 어부인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Urban green space and the risks of dementia and stroke.  Paul LA, Hystad P, Burnett RT, Kwong JC, Crouse DL, van Donkelaar A, Tu K, Lavigne E, Copes R, Martin RV, Chen H. Environ Res. 2020 Apr 17;186:109520. doi: 10.1016/j.envres.2020.109520. Online ahead of print.  
2. Relationship of Cigarette Smoking and Time of Quitting with Incident Dementia and Cognitive Decline. Deal JA, Power MC, Palta P, Alonso A, Schneider ALC, Perryman K, Bandeen-Roche K, Sharrett AR. J Am Geriatr Soc. 2020 Feb;68(2):337-345
3. Urban Greenness and Mortality in Canada's Largest Cities: A National Cohort Study. Lancet Planet Health  . 2017 Oct;1(7):e289-e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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