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카산드라 콤플렉스 혹은 카산드라 후회
[곽용태 칼럼] 카산드라 콤플렉스 혹은 카산드라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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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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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6)      

–카산드라 콤플렉스 혹은 카산드라 후회

제목: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APOE4  유전자와 단순포진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 사이에서의 상호작용 (Interaction between APOE4 and herpes simplex virus type 1 in Alzheimer’s disease)1)

저자: Linard M, Letenneur L, Garrigue I, Doize A, Dartigues JF, Helmer C.

결론: APOE4 유전자가 있고 단순포진 헤르페스 바이러스 1 형  항체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비(hazard ratio)가 3배 이상 높았다.

논문명;  Alzheimers Dement. 2020 Jan;16(1):200-208.

효자병원 곽용태 신경과장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에게 카산드라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젊고 잘생긴, 그리고 능력있는 태양의 신 아폴론도 카산드라에게 홀딱 빠져 구애를 합니다. 그녀는 아폴론에게 미래를 내다볼 예언 능력을 준다면 그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이 능력을 받았으나 아폴론의 구애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먹튀를 한 것이지요.

화가 머리끝 까지 난 아폴론;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면 마지막 이별의 키스라도…"
어떻게는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카산드라; “예”

아폴론은 카산드라와 키스를 하면서 그녀의 입안에 침을 뱉습니다. 그러자 카산드라의 혀는 설득력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랑과 아픔을 겪고 조용히 트로이에서 무녀로 살고 있던 카산드라에게 위기가 옵니다. 오빠인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납치하자 아키아 연합군이 트로이를 공격합니다.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 것 입니다. 수 많은 영웅들이 이 전쟁에서 죽어 나갔지만 10년이 되도 전쟁이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자 아키아 연합군의 장수 오디세이가 거대한 나무로 만든 말을 만드는 계책을 씁니다. 그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이 말을 남겨 둔 채로 거짓으로 철군합니다. 물론 이 말 안에는 오디세이를 포함한 정예의 특공대가 숨어 있었지요. 그런데 오디세이는 목마라는 하드웨어만 만든 것이 아닙니다. 오디세이는 미리 트로이 성내에 아키아 연합군이 남겨놓고 간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놓아야만 완벽한 승리를 거둔다는 예언을 퍼트려 놓은 것입니다. 무녀인 카산드라는 이 목마가 트로이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예언하였지만 승리에 도취된 트로이인들을 아무런 의심 없이 이 목마를 성안으로 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멸망하게 됩니다.

이 연구는 프랑스에서 1,037명의 일반인을 평균 7년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입니다. 어렵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연구이니 일단 좋은 논문에 실릴 자격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연구대상군에서 단순 헤르페스(herspex simplex virus) 1형 감염여부와 아포지단백-E4 유전자형 유무를 확인합니다. 단순 헤르페스의 과거 감염과 최근 재발 유무는 혈청 항체 검사로 진단합니다. 이후 이 연구대상군을 추적합니다. 일정 기간 후 이 연구대상자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면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과 아포지단백-E4의 유무가 알츠하이머병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합니다. 결과적으로 아포지단백-E4 유전자형을 가졌으며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 있었던 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하여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입니다.
 
결론은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가 흔하게 앓았거나 모르게 지나간 단순한 이 바이러스가 '치매위험을 3배 이상 높인다, 단 부모를 잘 만나면 이 저주를 피할 수도 있다' 입니다.

의과대학생이 본격적으로 임상을 공부하게 될 때 제일 처음 마주하는 것이 병의 범주화(categorization) 입니다. 예를 들어, 내과 교과서를 보면 감염성질환, 암성질환, 결핍성질환, 대사성질환, 유전질환, 발달장애, 혈관성질환, 퇴행성질환 등이 다른 챕터(범주화)로 쓰여져 있습니다. 이 범주화는 마치 디지털화 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0은 0이고 1은 1이지 0.6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퇴행성 질환은 퇴행성 질환이고 전염성 질환은 전염성 질환이지 이것이 서로 관련 있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이들이 배타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퇴행성 질환의 대표적인 병인 알츠하이머병이 혈관성질환, 대사성질환, 혹은 더 황당하게는 감염성 질환이라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위의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감염성질환인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하여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형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매우 흔한 바이러스입니다. 전세계적으로 50-60%의 사람이 감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아주 간단한 피부발진, 무력감, 미열 등만 나타나고 사라지지요. 하지만 드물게는 급성으로 뇌에 들어가 심각한 뇌염 증세를 일으킵니다. 위의 연구처럼 단순 헤르페스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알츠하이머병이 이 질환과 연관되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뇌에 침투하느냐는 것입니다. 이 연구자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직접 뇌로 들어갈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뇌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뇌의 바깥에서 뇌 안쪽으로 접근을 아주 심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영양을 공급하기 위하여 뇌로 들어가는 혈관도 꼭 필요한 영양소와 물질 이외에는 뇌혈관장벽이라는 아주 튼튼한 울타리로 막아 놓아 위험 물질의 접근을 차단합니다. 이 울타리에는 틈이 없기 때문에 헤르페스 같은 범죄자는 보통 이곳을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헤르페스는 고민을 합니다. 그 결과 이들은 다른 전략을 찾습니다. 즉 직접 들어가기 보다는 우리 몸의 일부인 식세포(phagocyte)를 감염시키고 그 안에서 숨죽이고 숨어 있습니다.2) 그러면 뇌혈관장벽은 이를 무해한 물질이나 자신의 일부로 보고 스스로 뇌혈관 장벽을 열어줍니다. 일종의 트로이 목마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원래 아포지단백은 주로 혈중 콜레스테롤의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데,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아포지단백-E 2, 3, 4). 이중 아포지단백-E4가 치매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포지단백- E4가 뇌혈관 장벽 뿐 아니라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트로이 목마를 성안에 들이는 데에도 영향을 주고 들어와서는 이 목마를 의심할 수 있는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줍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아포지단백- E4가 있을 경우에만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있다고 나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헤르페스의 감염과 아포지단백-E4가 알츠하이머병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복잡하게 설명하였지만 이것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후천적인 환경(헤르페스 감염)과 타고나는 유전(아포지단백 유전형)이 70, 80년 이후에도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은 외부의 많은 병원 균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누구는 병에 걸리고 누구는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생활 습관이나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유전적인 요인 즉 운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운명 속에서도 좀더 다른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인들은 승리하였다는 안도감에 모든 경계를 풀고 축제를 벌이고 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무방비가 마지막 트로이의 숨통을 끊은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이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면, 아마 트로이 목마 속 적군들은 대부분 굶어 죽거나 힘이 없어서 전쟁에 영향을 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부분 뇌 안으로 숨어 들어와도 우리가 건강한 면역을 가지고 있다면 상당히 오랜 기간 이 목마 안에 가두어 둘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나이가 들고 면역이 떨어지면 어느 순간에는 결국 주어진 운명의 터널로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없겠지요.

2005년부터 개별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자발적인 참여자의 개인의 유전자 분석을 공개함으로써 각 개인의 유전자에 따른 질병이나 여러 인간 현상을 연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DNA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 박사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유전자 중에 딱 한가지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포지단백-E 유전자였습니다. 그가 왜 이것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는 그의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이 있었고 완전히 치료할 수가 없는 이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 공포를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왓슨 박사가 느꼈을 법한 미래에 대한 공포를 카산드라는 더 심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스 중 카산드라가 말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암울하고 진실한 예언의 고통은 예언된 일들의 폭풍 속에서 정신없는 나의 뇌를 떨게 하는구나(Now once again the pain of grim, true prophecy shivers my whirling brain in a storm of things foreseen)” 카산드라의 의지와 관계 없이 환영은 나타나 갑자기 머리를 뒤흔들어 버리고 이 고통스러운 환영은 빗나가지 않습니다. 카산드라는 목마를 들여오면 트로이는 멸망할 것이라고 절규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혀는 저주에 걸려 어느 누구도 설득할 수가 없고 이 고통스러운 미래를 바꿀 수가 없습니다. 카산드라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이 예언을 보는 것을 거절할 자유마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트로이는 멸망하고 아가멤논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그녀는 또 다시 아가멤논의 죽음과 자신의 죽음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결국 아가멤논과 같이 비참하게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진실을 말해주어도 믿지 않는 것이 카산드라 콤플레스(cassandra complex)이고 보지 않을 것을 보았다는 후회가 카산드라의 후회(caassadra’s regret)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진실을 보지 않을 자유마저 빼앗길 수 있습니다. 밥딜런의 노래 'Blowin’ in the Wind'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옵니다. 언제까지 고개를 돌려 모르는 척 할 수 있을까요? (How many times can a man turn his head, pretending he just doesn’t see?) 제임스 왓슨은 그 진실에 대해서 눈을 감음으로써 그 고통을 바라보지 않았지만, 눈을 감고 싶은 카산드라에게 폭풍처럼 밀려들어오는 미래(진실)를 피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서 점차 유전자가 우리가 만날 미래의 모든 병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이 중 어떤 병은 현재 치료도 되지 않는 무서운 병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때로는 이것이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눈 앞에 보여질 수 도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눈을 뜨고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눈을 감으시겠습니까?

사족. 남자들이 술만 먹으면 하는 무용담 중에 한가지는 고등학생때 혼자 좋아하던 여자에 대한 추억입니다. 당시에는 개인 휴대 전화도 없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보수적이고 엄격하셔서 사귀자고 말 한번 하기 쉽지 않을 때 입니다. 처음에는 혹시 만날 수 있을까 집주변에서 서성이다가 그 여자의 아버지에게 걸려 혼나거나 도망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녀와의 거리는 철통 같은 경계에 가까워 질 수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고민하였습니다. 어떻게 사귀자고 편지라도 보내야 하는데….. 그러다 어느 날 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어떻게…. 어느 날 코 흘리며 들어가는 남동생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순진한 동생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고 누나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꼬마는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어머니와 아버지의 온화한 미소를 받으면서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저의 연애편지는 무사히 그 누나의 책상 위에 올라가게 되지요. 철없는 동생이 일종의 트로이 목마이지요. 그래서 연애가 잘 되었냐고요? 들어가는 것은 트로이 목마로 잘 들어갔는데 나오는 것은 개미지옥 같아서 답장이 없었습니다. 이것도 다 젊은 날의 추억이 되었군요.


참고 문헌
1. Interaction between APOE4 and herpes simplex virus type 1 in Alzheimer's disease. Linard M, Letenneur L, Garrigue I, Doize A, Dartigues JF, Helmer C. Alzheimers Dement. 2020 Jan;16(1):200-208
2. Mechanisms of microbial traversal of the blood brain barrier. Kim KS. Nat Rev Microbiol. 2008:6; 6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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