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진] 치매의 정명(正名) [2]
[정 진] 치매의 정명(正名) [2]
  • DementiaNews
  • 승인 2017.06.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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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진
보건행정학 박사
경동대 보건관리학과 교수

일찍이 공자는 정명을 주장하였다. 논어의 한 구절을 보면
子路曰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子路曰 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자로가 말한다. “위나라 군주가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한다면, 선생님은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실 겁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반드시 명분을 바르게 할 것이다." 그러자 자로는 “선생님께서는 참 세상 물정을 모르십니다. 지금 같은 때에 어찌 명분을 바로잡는단 말입니까?"라고 하자 공자는 역정을 내며, ”저속하구나! 자로야 군자는 알지 못하는 일에는 참견을 하지 않는다.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리에 맞지 않게 된다. 말이 순리에 맞지 않는다면 일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공자의 정명을 100%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노자 할아버지의 명가명 비상명의 매력이 아직은 나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자는 정치의 시발을 필야정명호라고 했다. 반드시 정명을 먼저 해야겠다는 것이다.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소통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정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인 듯하다. 얼마 전 정권교체의 뼈저린 아픔을 겪은 우리가 몸소 체험한 말이다. 그렇게 새 정부는 들어섰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야심차게 치매 정책을 내놓았다.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새 정부의 치매정책을 공자의 말을 빌려 치매에 대한 정명을 이야기해 보려한다.

'치매'는 한자로 '어리석을 치(癡)'자에 '어리석을 매(呆)'자를 쓴다. 치(癡)'자는 알지와 병들어 기댈 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呆)'자는 사람이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상형화 한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바보나 멍청이 어리석고 어리석다는 뜻이다. 의학용어로서의 괴리감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서도 부정의 의미가 강한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용어로 치매는 라틴어의 ‘정신이 나간 상태’를 의미하는 Dementatus에서 유래하고 있다. 박탈, 상실을 의미하는 접두사 “de’와 정신을 의미하는 어근‘ment’ 그리고 상태를 가리키는 접미사 ‘ia’ 의 합성어다. 정신이 부재한 상태를 일컫는다. 의학적 관점에서 치매는 정신박약이 아닌 뇌의 기질적 병변에 의해 발생한다. 증세로는 기억력장애, 언어장애, 행동장애 및 기타 지적능력의 소실이 특징이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장애를 나타내는 후천적 임상증후군인 것이다. 

이름의 의미는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이름을 듣는 우리의 뇌리 속에 더 많은 의미로 남는다. 실제로 2014년 국내에서 치매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도 일반인의 70%가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도 "용어 자체가 갖는 부정적 의미가 치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매의 특징을 왜곡한 용어 때문에 환자와 가족이 치매를 부끄러운 병으로 인식해 병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려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실상에서도 최종적인 병명으로 치매라는 진단명 그 자체를 받기 거부한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도 솔직히 치매라는 진단명은 숨기고 병을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집안엔 우리가문엔 치매가 없다고 자랑하는 노인들도 허다하다. 점점 사회적으로 낙인의 대상이 되어가는 치매라는 진단명이 갖는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하여 빨리 정명하여야 한다.

우리는 그 예로 2010년 간질을 뇌전증으로, 2011년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 다시금 명칭을 정명하여 치료의 효율을 높인 것을 기억한다. 2011년 조현병으로 정명할 때 치매도 인지장애증(認知障碍症)’으로 용어의 변경을 추진하려고 시도 한 적이 있다. '치매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지만,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었다. 무척 아쉬운 일이다. 인지장애증의 명명 또한 보다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2004년 일본이 인지증으로 변경한 것을 도입하여 발전시킨 듯하다. 인지저하증, 인지쇠약증 등 다양한 정명이 대두되고 있다. 일정부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의학계에서도 합의를 넘어 제시와 관철의 행동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치매(인지저하증) 정책에 뜨거운 기대를 가지고 있다. 공자의 정명을 다시금 고쳐듣고 새로운 정부와 의학계와 국민들이 올바른 뜻으로 정명하여 그 뜻을 바르게 소통하고 결국에는 정책이 성공하여 이 나라 미래에 기틀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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