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내일 태양이 떠 오를 확률은?
[곽용태 칼럼] 내일 태양이 떠 오를 확률은?
  • 곽용태 신경과 전문의
  • 승인 2020.06.29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날로 먹기(9)

- 내 남편 뇌 속에 있는 테러리스트

제목: 루이소체 치매의 치료 선택: 무작위 대조군 네트워크 메타분석 (Treatment Options for Dementia with Lewy Bodies: A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 Trials)1)

저자: Tahami Monfared AA, Desai M, Hughes R, Lucherini S, Yi Y, Perry R.

결론: 기존에 발표된 루이소체 치매 무작위 대조군 치료 연구를 네트워크 메타분석한 결과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도네페질이 가장 유용하였다.

논문명;  Neurol and Therapy 2020 Jun 3.

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장면1: 1961년 1월 2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골즈버로 상공에서 24시간 공중 비상대기 중이던 미 공군 B-52 폭격기가 내부 연료누출로 추락하였습니다. 군사 훈련 중에 일어난 통상적인 사고처럼 보였지만 문제는 이 비행기에 수소폭탄 2개가 탑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고 당일은 냉전 때 항상 하던대로 미국 전역에서 수십대의 폭격기들이 실제 핵폭탄을 탑재한 채 평화롭게(?) 24시간 공중 비상대기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B-52기는 이중 한대였습니다. 승무원들은 2,700m 상공에서 비행기로부터 탈출하였습니다. 승무원들이 탈출한 이후 수소폭탄 2기 모두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분리되어 떨어져 나왔습니다. 이 중 하나는 낙하산이 펼쳐져 지상에 떨어지면서 경미한 손상을 입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아 그대로 낙하하여 지상에 충돌합니다. 다행히 이것은 떨어트리면 그냥 터지는 재래식 폭탄이 아니어서 폭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음속(340m/s)에 근접한 속도로 지상에 떨어지면서 지하 깊숙이 파고 들어가서 지하수층을 건드려 회수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미군은 차선책으로 폭탄 추락 지점을 매입 후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지금까지도 방사선이 나오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면2: 1966년 1월 17일 스페인 지중해 해안 동네 팔로마레스에서 수소폭탄 4개를 탑재한 미국 공군의 B-52G와 공중급유기가 9,450m 상공에서 충돌합니다. 4개의 수소폭탄 중 세 개는 육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하나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강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두 개는 지상에 충돌하면서 핵폭발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기폭장치 등의 재래식 폭약이 폭발하였습니다. 이 폭발로 폭탄에 들어 있던 방사능 물질들이 이 지역을 오염시켰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행방불명된 나머지 수소폭탄 1개였습니다. 이것이 근처 바다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은 되었지만 필사적인 미국과 스페인 해상 탐사에도 불구하고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해군은 탐색이 더 이상 어렵다고 존슨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끝내려고 하였으나 대통령은 끝까지 찾을 것을 지시합니다. 결국 1966년 4월 7일 지중해 심해에서 이 수소폭탄을 인양하게 됩니다.

제가 이번 장의 제목을 '최신 치매 논문 날로 먹기'로 한 것은 저번 'Chapter 8.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 내 남편 뇌 속에 있는 테러리스트'에 인용되었던 논문을 다시 우려먹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저번 칼럼에서 쓴 것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루이소체 치매의 치료 약물들의 기존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입니다. 메타분석에서 관심있는 두 군간 효과를 비교할 경우, 관심있는 두 군을 직접 비교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andomozed controlled trial, RCT)들이 많이 있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 컬럼에서 이미 이런 좋은 논문들을 많이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두 군을 직접 비교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이 없거나 충분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허가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에서 신약은 대부분 위약(placebo) 또는 표준치료제(standard care)와 비교하게 됩니다. 대부분 표준치료제는 개발된 지 오래된 약 즉 라이센스가 끝난 약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새로 개발한 신약이 최근에 개발되어서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 즉 활성대조군(active control treatment) 보다 효과가 좋은 지 알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이러한 비교 연구는 하지 않습니다. 또한 국가마다 관심있는 대조군이 다를 수 있으므로 동일한 적응증에 대해 많은 치료법을 하나의 임상시험에서 모두 고려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어떤 질환에서 다양한 약제들 중 어떤 것이 더 효과가 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지만 문제는 다양한 약제를 서로 직접 비교한 연구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A와 B를 비교한 논문이 있고 B와 C를 비교한 논문이 있다면 A와C 역시 비교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관심 있는 두 군간 직접비교가 없는 경우, 간접비교와 혼합비교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방법이 네트워크 메타분석 방법입니다. 즉 직접적인 비교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동일한 약효로 임상 현장에서는 사용되고 있는 여러 치료약들에 대한 간접(indirect) 비교가 더 요구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직접 비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수행하지 않았지만 논리추론에 따른 간접적 비교도 메타분석에 포함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 바로 네트워크 메타분석입니다. 이때 전문가 의견과 같은 외부 정보를 자료의 취합에 이용하고자 할 경우는 베이지안 네트워크 메타분석법을 사용하며 외부 정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는 전통적 네트워크 메타분석법을 하게 됩니다. 이 연구는 베이지안 메타분석법을 고려하였으므로 외부 정보를 이용한 분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주관적인 관점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두 재앙적인 상황에서 각광을 받게 된 분야가 무엇일까요?
 
18세기 천재 수학자 라플라스(Laplace)는 “지구가 생성된 이래 45억년 동안 해가 떠왔다고 하면 내일 해가 뜰 확률이 얼마일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합니다. 이 이야기는 ”동전을 100번 던져서 앞면이 나왔다면 101번째 동전을 던진다면 앞면이 나올 확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같은 것입니다. 답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은 1/2(50%), 어떤 사람은 1(100%), 또 어떤 사람은 101/102(99%)라고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왜'이지요. 세상은 어떤 원인을 알고 있다면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어떤 현상을 보고 원인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때 이용되는 것이 베이즈 정리입니다.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는 1740년대의 영국의 목사인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가 정립하고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가 수식으로 정리한 조건부 확률에 대한 수학적 정리입니다(자세한 수학 공식은 생략하겠습니다). 원래 이 정리는 어떤 상황이 어떤 사건을 만들었고 우리가 그 사건을 목격하였을 때 원인이 되었던 상황을 추론하는 역확률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99%의 민감도를 가지는 간염 검사가 있는데 우연히 제가 그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 나왔을 때 실지로 제가 간염에 걸려 있을 확률을 찾는 방법이지요.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전의 경험과 현재의 증거를 토대로 처음 확률이 아닌 새로운 확률로 갱신할 수 있다는 이 개념을 어떤 사건의 확률을 추론하는 알고리즘으로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위의 동전의 경우도 후자의 경우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일반인은 그냥 동전이라는 말만 듣고 아무 의심없이 1/2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은 이전에 아무리 이상한 일(100번 던졌는데 앞면이 나왔다)이 생겼다고 해도 '동전'이니까 라는 도그마에 빠져 그 다음에 결과 역시 1/2이라고 합니다(믿습니다). 전통적인 주류 통계주의자들은 이미 100번 동전 던지기에 나온 데이터를 모집단으로 101번째를 추론합니다. 이것을 이용하여 다음에 앞면이 나올 확률을 1(100%)이라고 추론합니다. 반면 베이지안 통계주의자들은 알려진 혹은 임의의 확률을 이용하여 일반적인 사전값을 이용하여 여러값을 계산합니다. 그 중 하나가 101/102가 될 수가 있습니다. 라플라스가 계산한 내일 태양이 떠오를 확률도 (45억+a)/(45억+a+1) 중 어느 한 값이 되게 됩니다. 즉 정통 빈도주의 통계주의자들과 달리 베이지안 통계주의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이용하여 미래의 확률을 갱신하고 예측해 가는 새로운 통계영역을 개척한 것 입니다.

위의 두 사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첫번째 1961년 골즈버로 상공에서 비행기 추락과 이에 따른 수소폭탄의 낙하 사건은 미국 본토에 수소폭탄이 폭발할 수 있던 사건이지요. 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러한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확률적 예측이 시도되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확률론에서는 정확히 정의 되지 않는 공간,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을 확률로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위에 라플라스가 말한 내일 태양이 떠오를 확률은 내일 떠오르지 않을 확률의 반대이지요. 전통적인 통계학에서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성을 수학적으로 평가할 수 없었고 수치적 평가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 위험 관리가 매우 허술하였습니다. 하지만 전통 통계학과는 달리 베이지안 통계학에서는 이런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도 이를 수학적으로 접근할 수가 있습니다.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 국방부는 이후 이런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객관적이고 수학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물론 미국 국방부는 이런 중요한 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평화시 핵무기 관리에 대해서 많은 개선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1961년보다 훨씬 안전하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사건인 1966년 1월 17일 스페인 팔로마레스 사건은 베이지안 통계학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4개의 수소폭탄을 탑재한 비행기가 공중 급유기와 충돌하고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수소폭탄 4개 중 3개는 지상에 떨어지고 1개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문제는 수거되지 않은 1개의 수소폭탄입니다. 미국, 스페인 뿐 아니라 당시 라이벌이었던 소련도 이것을 찾기 위한 전쟁이 벌어집니다. 군사적 비밀유지도 문제이지만 수소폭탄의 상태가 정확하게 어떨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방치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고공에서 떨어져 사라진 수소폭탄을 찾는 것은 해안의 모래에서 작은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입니다. 필사적인 수색에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습니다. 이때  수학자 크레이븐(John P. Craven)이 등장합니다. 그는 기존의 수학적 모델에 의한 통상적인 낙하지점 예측으로는 수소폭탄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베이지안 모델을 이용하여 가능성이 높은 추락 지점을 계산하고자 하였습니다. 즉 폭발 시점 이후 모든 정보를 취합하여 확률의 정확성을 높이는 계산을 한 것이지요. 특히 근처 마을 어부가 사고 시점에 낙하산 모양을 얼핏 보았다는 진술은 사후 확률 계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들이 추정한 지점은 기존의 수색팀이 수색하고 있던 영역과는 전혀 다른 바다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수소폭탄을 무사히 인양하는데 성공합니다.

베이지안 통계 기법은 통계학에서 주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베이지안 통계의 가장 큰 약점은 사전 확률(priori)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서 많은 결과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을 이것을 사기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인 동전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완벽한 동전은 세상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류 통계학이 연역적 사고 방식을 통한 진실만을 추구한다면 베이지안 통계학은 귀납적 경험적 과정을 통하여 좀더 진실에 가까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확률을 결정된 것이 아닌 믿음의 정도로 보는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좀더 정확하고 딱 떨어지는 지식을 원하는 의학에서는 베이지안 통계기법을 잘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메타분석과 같은 경우는 많은 이질적인 연구들을 통합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후 확률을 높이기 위하여 이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논문을 볼 때는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논문을 썼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논문은 특정 제약회사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도 고려해 봐야하겠지요.

사족. '1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남자들이 좋아 하는 여자들을 쫓아다닐 때 주문처럼 외우고 스스로 다잡는 속담입니다. 이것을 베이지안 통계적으로 해석하면 아무리 처음 호감도(사전 확률)가 낮아도, 예를 들어 일반 다른 남자에 비해서 여러 이유로 1/10이 안 되어도 그 여자가 좋아 할 만한 행동을 반복하고, 다양한 행동을 한다면 처음의 좋아하는 정도 보다 훨씬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은 결혼까지 갈 수가 있지요. 그런데 만약 처음 호감도가 0(아주 없다, 진짜 진짜 없다) 이거나 1(아주 있다, 진짜 진짜 좋아 죽겠다)이며 아무리 어떤 행동을 하여도 처음 호감도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자를 쫓아다닐 때는 나에 대한 처음 호감도가 0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0이라면 쫓아 다니고 구애하는 행동이 그냥 돈 낭비, 시간 낭비를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망상에 대비해서 생각해보면 망상도 베이지안 모델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망상의 기본 개념은 처음에 가지고 있는 믿음이 있고, 이후 이 믿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 되어도 그 믿음이 전혀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즉 사전 확률이 0이거나 1인 것이지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부정선거 의혹도 마찬가지이지요. 이것을 안 믿는 사람이든 믿는 사람이든 쏟아지는 새로운 사실이 별로 대중의 믿음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절대적인 집단 신념은 조금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아 그런 것을 보면 과거 제가 그렇게 '싫다고 싫다고' 해도 떨어지지 않았던 많은(?) 여자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에 대한 호감도가 1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너무 잘 생기면 가끔 피곤할 때도 있습니다. 아…. 농담입니다.


참고 문헌
1. Treatment Options for Dementia with Lewy Bodies: A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 Trials. Tahami Monfared AA, Desai M, Hughes R, Lucherini S, Yi Y, Perry R. Neurol Ther. 2020 Jun 3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