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투입된 부산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 "결과없는 부실 사업"
혈세 투입된 부산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 "결과없는 부실 사업"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7.06.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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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부산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이 대상자 선정부터 시행 방법, 연구 결과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도 정부 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어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에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입수한 '2016년도 한방치매사업보고서'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도출된 결론은 대한신경과의사회의 자문을 거쳤다.

'부산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은 부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한의사회가 공동으로 2016년도에 2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됐다. 60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한약제제와 침시술 등의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치매예방을 하겠다는 것이 사업 목적이었다. 총 238명의 참가자를 선정해 지정한의원에 배정했고, 중도에 38명이 탈락해 최종 200명으로 사업이 종료됐다.

부산시는 사업 전후에 선별인지기능검사인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몬트리얼 인지평가검사(MoCA)를 실시해 이 사업을 평가했다. 그 결과 MMSE 점수는 사업 후에 1.51점, MoCA 점수는 2.89점 상승했다며, 이 사업으로 대상자의 인지기능이 개선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은 ▲대상자 선정 부적절▲치매예방 결과 부재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활용 ▲건보재정 투입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상자 선정 부적절=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는 경도인지장애를 엄밀한 의학적 진찰을 통한 진단이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를 선별하는 설문도구에 불과한 MoCA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정했다"며 "MoCA 설문검사는 말 그대로 집단을 대상으로 인지기능장애 환자를 스크리닝하는 검사로 양성이더라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치매일수도 있고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역시 "선별인지기능검사(MoCA)를 이용해 경도인지장애 등을 판정했으나, 이 평가만으로 인지기능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다.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의 판단 및 구별에는 일상생활능력 평가가 필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부산시는 인지기능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가 아니라 선별검사 상 특정 점수를 기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했다는 얘기다.

◆치매예방 결과 부재= 바른의료연구소는 단순히 인지기능선별검사 점수의 호전 정도로만 인지기능 개선을 평가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도 "인지장애의 경우 대상자 선정이 불투명하므로 선별검사 점수의 변화만으로 호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힘을 실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결과적으로, 사업명과 달리 치매예방사업이 아니라 선별검사의 점수 올리기 사업"이라며 "설령 대상자 선정을 경도인지장애로 한정해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대조군이 없어 치료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활용=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에 활용된 치료법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가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도인지장애 치료법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한신경과의사회는 "메타분석 결과에 의하면 근거가 있다고 밝혀진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하였다. 또한 부산시 사업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이용한 임상연구로 판단되며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됨. 부산시 사업의 경우 안전성 평가 내용이 존재하지 않음"이라고 답변했다.

실제 모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에서도 한약의 간독성이 확인된 바 있다. 6개월간이나 한약을 복용시키면서도 간기능 등의 혈액검사를 전혀 시행하지 않은 것은 대상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심각한 생명윤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료사업이라 홍보하며 건보재정 투입= 부산시 『2016년 한방 치매관리사업 추진계획』의 예산내역에는 침구치료비로 부산광역시한의사회가 7200만원을 부담했고. 2016년 한방치매사업보고서의 경제성평가에는 "부산광역시청 사업지원금, 부산시 한의사회 부담금, 침치료의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합산해 비용을 계산했다"고 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는 결국 침구치료에 대한 대상자의 본인부담금(5,000원)은 면제하고, 건강보험공단부담금은 청구했음을 의미한다. 사업기간에 대상자 1인당 72회의 침구치료를 받았으므로 공단부담금을 1만원이라 가정하면, 1인당 72만원, 사업대상자 200명에는 1억4,400만원의 건보재정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투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산광역시한의사회는 이 사업을 한방치매예방 무료지원사업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무료가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에서 상당 부분을 지원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무료로 홍보하면서 대상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은 환자유인의 소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부산시 사업은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한의사회 이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수행하는 것으로 홍보내용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 부산시 사업에서는 인지기능 선별검사인 MMSE, MoCA, GDS(전반적 퇴화척도) 등을 지정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직접 시행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선별검사를 포함한 신경인지검사는 의과의료행위로 분류돼 있어 한의사들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의과행위의 침해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 의견"이라고 회신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결론적으로 부산시 사업은 명확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매우 부실한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 결과를 잘못 해석하여 확대될 경우 추가 예산의 낭비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시에 이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이와 함께 부산시 사업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디멘시아뉴스 최봉영 기자(bychoi@dementi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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