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국가책임제 훈풍에 엉터리 치매보험 약관 손질하나?
치매국가책임제 훈풍에 엉터리 치매보험 약관 손질하나?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7.07.05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에 걸릴 수도 있는 병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병에 걸려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보험이 있다. 바로 치매 보험이다.

치매보험은 거둬들인 보험료에 비해 지급률이 1% 수준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있으나 마나한 보험인 셈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을까? 이는 보험 약관상 규정된 치매에 대한 기준이 터무니없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들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의료계에서도 이같은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약관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일 한 의료계 관계자는 "치매 보험 약관에 보험급을 지급하는 치매 기준이 CDR 3 정도며, 심지어는 5인 곳도 있다"며 "이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에서 준용하고 있는 치매임상평가척도인 CDR 검사 점수는 0부터 5까지로 나뉜다. 점수별로 0점은 치매아님, 0.5점 불확실 혹은 진단 보류의 치매, 1점 경도의 치매, 2점 중증도 치매, 3점 중증 치매, 4점 심각한 치매, 5점 말기 치매다.

중증 치매는 시간에 대한 인지 능력이 없고 스스로 대소변도 해결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매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CDR 2점인 중증도 치매의 증상을 보면 ▲중증 기억력 감퇴 ▲시간관계에 심각한 장애 ▲집 밖에서 독립적으로 활동 불가 ▲단순한 집안일 등이 해당된다.

사실상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것은 중증 치매환자와 비슷하다.

이같은 이유로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보험을 들어놓고서도 보험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기관에서는 대부분 CDR 3등급 척도를 이용해 보험사가 기준으로 하는 5등급 척도와 차이가 있다. 일부 CDR 5를 지급 기준으로 하고 있는 보험사에 가입한 환자는 보험금을 받을 수가 없는 구조다. 

소비자원 분석을 따르면, 2016년 6월까지 12년간 치매보험 계약 건수는 약 571만 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만 5조5천억 원에 달한다. 반면 소비자들에게 지급된 보험료는 600억 원으로 전체 금액 중 단 1%에 불과하다.

보험금 지급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원에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접수된 99건의 불만사례를 보면, 치매보장 범위를 포함한 상품 설명 미흡 등 '불완전판매'로 인한 불만이 4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금 지급 지연·거부' 16.2%, '계약의 효력 변경·상실'과 '치매등급에 대한 불만'이 각각 8.1% 순이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CDR 3 이상에 해당하는 치매환자에게만 보험금을 주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CDR 점수를 현재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치매를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는 자발적인 약관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멘시아뉴스 최봉영 기자(bychoi@dementia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