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케이스
[곽용태 칼럼] 케이스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 승인 2020.09.0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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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19)

– 케이스(Case)

제목: TNFα 억제제 사용으로 생긴 가역성 치매; 1예(Reversible anti-TNFα treatment induced dementia: A case report)1)

저자: Hou C, Azzi E, Salmon A, Osmont MN, Perdriger A.

결론: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서 TNFα 억제제 사용 후 급격하게 치매가 생겼다. 원인을 알기 위하여 신경학적 검사와 많은 검사에서도 이 치매의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 결국 이 환자에서 TNFα 억제제 사용을 중단하니 환자가 서서히 회복하였다. 환자에게 치매가 생기고 없어지는 시간적 관계로 보았을 때 이 약제가 치매 증상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며 이 증례가 TNFα 억제제 사용 후 발생한 가역성 치매의 최초 보고이다.

논문명;  Joint Bone Spine. 2020 Jul 1:S1297-319X(20)30129-9

종양괴사인자-α(tumor necrosis factor-α, TNFα)는 주로 활성화된 대식세포에 의해 염증이 생겼을 때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TNF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면역 세포의 조절입니다. TNFα는 열이 나게 유도하거나, 세포 자살을 유도하거나, 종양생성과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게 합니다. 특히 TNFα 억제제는 뛰어난 면역 세포 조절 기능으로 다양한 종류의 류마티즘 질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약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서 이와 연관된 다양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의 논문은 TNFα 억제제를 투약한 이후 발생한 급속히 진행하는 치매 증상에 대한 증례 보고입니다.

2014년 50세 남성이 요통으로 내원하였습니다. 검사 결과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한 양측 천장관절염 3기 진단을 받고 비스테로이 항염증약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약 만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2015년 1월부터 환자는 TNFα 억제제인 adalimumab 40mg을 2주에 한번씩 피하주사를 맞았습니다. 이후 환자의 증상이 급속히 호전되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아픈 것은 좋아졌으나 단기기억장애, 단어찾기장애, 집중력 감소, 기운 저하 등이 생겼습니다. 2015년 5월에는 우울증으로 생각하여 항우울제를 사용하였으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2015년 6월 신경학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이 검사에서 가벼운 주의집중력 장애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후 시행한 뇌 MRI에서는 이상 소견 없었습니다. 2016년 6월 시행한 뇌 페트 단층검사(PET-CT)에서 양측 전두엽-측두엽에서 대사저하가 관찰되었습니다. 혈액 검사 뇌척수액 검사에도 정상이었습니다. 다른 호르몬 검사, 자가면역 검사, 감염성 질환 검사도 정상이었습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 생체표지자인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도 정상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점점 더 인지기능장애가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adalimumab이 환자의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하였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아 2015년 10월부터 이 약을 중단하였습니다. TNFα 억제제를 중단한지 14개월이 된 2017년 5월 인지기능과 행동장애가 현저하게 좋아졌습니다. 2018년 2월 시행한 인지기능 검사에서도 인지기능과 행동장애 모두 좋아진 상태로 유지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어느 날 요통으로 찾아 온 50세 남성의 이야기 입니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일단 일차 약제로 치료하였는데 그게 잘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2차 치료로 TNFα 억제제를 사용하였더니 증상이 좋아졌습니다. 잘 되었다고 손을 떼려고 하니 점차 환자가 기억력도 떨어지고 강박증상도 나타나는 등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처음보는 증상이라서 아마도 주치의는 매우 당황하였을 것입니다. 강직성 척추염이 엄청 아픈 병이니 아마 우울증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주치의는 우울증약을 처방합니다. 그래도 환자가 안 좋아집니다. 치료한지 거의 6개월이 지나서 부랴부랴 이런저런 검사를 왕창 합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치료 9개월 후에 설마 하면서 adalimumab을 끊었더니 아주 천천히 환자가 좋아집니다. 거의 3년을 추적 조사했는데 약간의 장애는 있지만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설마 했는데 TNFα 억제제가 급속히 진행하는 치매의 원인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는게 좋겠다 가 결론입니다.

이번 컬럼의 논문은 전형적인 사례 연구(혹은 사례 보고)입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수련하게 되면 꼭 거쳐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논문을 쓰는 것입니다. 이때 교수나 선배 수련의가 새내기 수련의에게 보통 사례 연구 과제를 줍니다. 그만큼 사례 연구는 모든 연구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그림 참조). 의학에서는 전례가 없거나 흔하지 않은 새로운 증례, 중요한 질병의 변이, 치료 부작용이나 유해한 상호작용, 환자의 치료나 관찰 중에 생긴 돌발 상황 등을 포함하여, 새로운 질병, 치료, 관리에 관한 사례를 연구(보고)합니다. 이때 환자의 일상적인 인구학적 특징부터 병의 진행, 치료, 증상 등에 대해 자세히 시간적으로 기술합니다.

요즘 사례 연구는 위의 논문처럼 아주 짧게 필요한 사항만 간단히 보고합니다. 요즘에는 복잡한 논문들이 많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사례 연구는 처음 연구하는 초보 연구자들이 하는 분야라고 과소 평가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 연구는 그 환자의 인간사를 다 써 내려가는 구술적, 인문학적 연구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과거 의학자는 의학자이기도 하였지만 대단한 문필가이고 인문학자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치매 병명인 알츠하이머병도 독일의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1864-1915)가 1907년 "대뇌 피질의 특유한 질환(eine eigenartige Ekran-krung der Hirnrinde)"이라는 제목으로 56세에 프랑크푸르트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한 여자(Auguste D)의 사례 보고를 한 후 저자의 이름을 병명으로 한 것입니다.

이처럼 사례 연구나 사례 시리즈는 의학 지식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사례 연구로 새로운 병이나 병의 진행을 확인할 수 있고, 치료의 부작용이나 치료 후 의외의 결과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단점으로는 사례 연구에서의 개별 사례가 전체로 일반화 하기 어렵고, 아주 흔치 않은 사소한 것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것이 원인인지 연관인지 아니면 결과 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위의 짧은 사례 연구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첫번째는 우왕좌왕하는 의사들의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내가 치료하고자 하는 병은 치료가 잘 되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 하였던 부분에서 환자가 나빠진 것입니다. 6개월이나 지나서야 여러 다른 과와 협진을 하고 검사를 하였는데 모든 검사에서 딱히 이상인 것이 없습니다. 결론을 못 내립니다. 그리고 다시 또 3개월이 지나갑니다. 아마 환자는 계속적으로 나빠졌거나 좋아지지 않았을 겁니다. “한번도 이 약을 투약 후 이런 증상을 본적이 없었고 다른 문헌에도 이런 이상 증상이 없다. 이게 원인일리 없다”라고 주치의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개인적으로).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마지 못해 이 약을 끊습니다. 그러니 환자가 서서히 좋아집니다. 약을 끊으니 환자가 좋아지니 이게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시간적으로 약을 사용 후 증상이 나타나고 약을 끊으니 증상이 좋아지면 이 약이 원인일까요? 제가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갔는데 제가 들어갈 때 여자 동창이 웃고 있었고 제가 모임에서 나가니 그 동창이 찌푸리면 나를 좋아해서 일까요? 물론 저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도 있지요. 만약 이 증례 보고에서 주치의가 약을 끊고 좋아진 이 환자에게 다시 이 약을 써서 똑 같은 증상이 생긴다면 그때는 좀더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약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시 같은 약을 투약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례 연구에서 어떤 현상을 추적하고 추론을 할 뿐이지, 그것을 확정하거나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신뢰성이 다른 종류의 연구 보다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논문의 논거(discussion)에서 나오듯이 “내가 알기에는, 이 증례는 우리(내)가 처음 보고하는 것으로…(To our knowledge, we report the first case of)”는 의학자라면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처음 보았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입니다. 내가 어떤 사례를 시간을 두고 완벽하게 분석하였습니다. 이것을 학회지에 투고하려고 했는데 바로 오늘 완성도가 떨어지는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다른 학회지에 개제된 것을 발견합니다. 아마도 간신히 남극점에 도달하였는데 간발의 차이로 여기에 먼저 펄럭이고 있던 노르웨이 국기를 바라보는 영국의 스콧 탐험대의 심정과 비슷할 것입니다.

Eugene B wu

2003년 4월 4일 홍콩, 응급실에는 알 수 없는 폐렴 환자들이 몰려 들어옵니다. 문제는 이 응급실 환자들을 정신없이 치료하던 젊은 내과 의사가 이들과 같은 증상이 생겨 동료 의사인 Joseph JY Sung이 주치의가 되어 이 병원에 입원시킵니다. 입원 후 그에게 일반적인 폐렴과 다른 비전형적인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이 과정을 “2003년 5월 10일 병동에서 일하던 33세의 젊은 의사가 39.6 도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On March 10, 2003, a 33-year-old doctor (EBW) working on ward 8A developed a fever of 39•6 °C..)”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사례 연구 논문이 2003년 세계적인 학술지 란셋지에 개재됩니다.2) 저자는 환자인 Eugene B Wu와 그를 진료한  동료 Joseph J Y Sung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그리고 자기의 친구가 걸린 병이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우 중요한 병임을 깨닫습니다. 그와 그의 친구는 이 병과 사투를 벌이는 과정 중에서도 담담하게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러나 자기가 느낀 것을 있는 대로 병의 증상과 과정을 정리하여 보고한 것입니다. 짧고 간결하며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담담한 문장입니다. 좀 특별한 것은 짧은 증례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란셋지에는 논문에 환자인 Eugene B Wu의 웃는 모습을 실었습니다(위의 그림). 이는 마치 “나 여기 있어, 아니 나 아직 살아 있어”와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짧은 증례 보고가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증상과 위험성을 세계에 경고함으로써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나오는 것을 막은 것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하얀 거탑” 은 야마사키 도요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07년에 MBC에서 제작되어 방영된 의료 드라마입니다. 얼핏 보면 이 드라마는 병원을 무대로 한 정치와 의료 사고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하얀 거탑에서 보여주는 것은 정치나 의술이기 보다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의사 그 자체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장준혁은 천재적인 실력이 있습니다. 항상 자신만만하게 “내 수술은 틀리지 않아”라고 하지만 수술 실력만으로는 그의 야망을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이를 채우기 위해 때로는 비굴하고 야비하게 남을 속이며 위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의료 사고로 인한 소송에서 패할 뿐 아니라 치명적인 담관암도 걸리게 됩니다. 결국 수술도 실패하고 그는 허무하게 죽습니다. 그의 친구는 그가 죽은 후 그의 책상에는 두 개의 봉투를 발견합니다. 하나는 패소한 재판에 대한 상고 사유서와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병에 대해서 자신의 스승에게 담담하게 자신의 증상과 원인을 쓴 편지입니다. 죽을 때까지 “내 수술은 틀리지 않았어”라고 한 그의 말은 오만한 의사로 비추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은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자기가 기존에 알고 있던 병과 전혀 다른 비전형적인 병의 진행을 기록하고 치료 방법을 추론하는 그의 모습에서 비로소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내 치료는 틀리지 않았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틀릴 수 있는 무수한 경우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반성,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죽어가는 몸 혹은 시신으로 라도 다른 사람이 틀리지 않게 하기 위한 냉정한 성찰이 있는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이는 것 그대로 그리고 최대한 절제된 의견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 그것이 “내 치료는 틀리지 않았어”라는 신념을 가장 아래에서 바쳐주는 주춧돌입니다.


참고 문헌
1. Reversible anti-TNFα treatment induced dementia: A case report. Hou C, Azzi E, Salmon A, Osmont MN, Perdriger A. Joint Bone Spine. 2020 Jul 1:S1297-319X(20)30129-9.
2. Haemorrhagic-fever-like changes and normal chest radiograph in a doctor with SARS. Wu EB, Sung JJ. Lancet. 2003 May 3;361(9368):1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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