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칼럼]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10.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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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으로 불리던 ‘조현병(調絃病)’은 사고(思考), 감정(感情), 지각(知覺), 행동(行動) 등 여러 측면에 걸쳐 이상 증상을 일으키며, 치매와 마찬가지로 뇌질환이다.

조현병(調絃病)은 치매(癡呆)에서도 흔히 보이는 환각, 망상, 이상 언어·행동을 보여 치매와 매우 유사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현병은 치매보다 발병 연령이 빨라 주로 20대에 증상이 시작된다. 그래서, 독일의 정신의학자 하인리히 슐러(Heinrich Schüle, 1840~1916)는 1886년도에 ‘조발성(早發性) 치매(Dementia praecox)’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후,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파울 오이겐 블로일러(Paul Eugen Bleuler, 1857~1939)가 이전에 사용해오던 ‘dementia praecox’라는 용어를 1908년도에 ‘schizophrenia’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이다.

‘Schizophrenia’는 그리스 어원으로, ‘분열’을 의미하는 ‘schizo (schizein, σχίζειν, ‘to split’)’와 ‘정신·마음’을 뜻하는 ‘phrenia (phrēn, φρεν, ‘mind’)’로 구성된 합성어로, 말 그대로 ‘정신·마음의 분열병(splitting of the mind)’, ‘마음이 찢어지고 갈라진 병’을 의미한다.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은 일본에서 ‘schizophrenia’를 번역하면서 1937년도에 만들어진 용어이다.

하지만, ‘정신분열병’이라는 명칭이 질병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단지 ‘정신·마음이 분열되는 병’이라는 의미로 일반인에게 전달되어,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에서 오는 편견·오해 등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병명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1993년 일본가족협회가 일본정신신경학회에 ‘정신분열병’을 다른 명칭으로 대체해줄 것을 요청했고, 일본정신신경학회에서 10여 년간 노력한 끝에 2002년 정신분열병을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으로 변경했다. 그 효과로 환자에 대한 편견이 감소했고, 치료 효율성과 환자의 인권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정신분열병 환자가족동호회 ‘아름다운 동행’에서 ‘정신분열병’이라는 병명이 주는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없애고자, 2007년 9월 3,689명의 서명이 담긴 ‘정신분열병 병명 개정을 위한 서명서’를 대한정신분열병학회에 전달했다.

환자가족동호회의 병명개정 요구에 따라, 대한정신분열병학회는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정신분열병의 명칭변경에 대해 환자, 보호자, 일반인, 정신건강의학과 모두의 과반수가 찬성했다.

대한정신분열병학회는 2008년에 ‘정신분열병 병명개정위원회’를 결성하고 명칭변경 작업에 착수했으며, 새로운 대체명칭으로는 조현병(調絃病), 조현증(調絃症), 조현긴완증(調絃緊緩症), 사고긴완증(思考緊緩症), 통합이완증(統合弛緩症), 사각민감증(思覺敏感症), 블로일러병(Bleuler’s disease), 통합실조증 등을 논의했다.

2011년도에 정신분열병을 ‘조현병(調絃病)’으로 변경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학회 명칭 또한 ‘대한정신분열병학회’에서 ‘대한조현병학회’로 개정했다. 3년 여의 노력으로 명칭 개정법률안은 2011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듬해 2012년 국회에서 ‘조현병’으로 병명을 개정하는 법령이 공표됐다.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음률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정신·마음의 기능을 ‘악기의 줄’에 비유한 것이다. ‘조현병(調絃病)’은 현악기의 줄이 잘 조율되지 않은 상태를 ‘정신·마음의 기능이 잘 조절되지 않아 나타나는 병’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정신질환의 낮은 치료율과 ‘정신과’라는 명칭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2011년도에 ‘정신과’라는 진료과목 명칭을 정신건강의학과’로 개정했다.

참고문헌
대한조현병학회. (정신분열병) 병명 개정 백서: 조현병-정신분열병의 새로운 이름. 2011.
Lee YS, Kim JJ, Kwon JS. Renaming schizophrenia in South Korea. Lancet. 2013 Aug 24;382(9893):683-4. doi: 10.1016/S0140-6736(13)617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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