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치매 대체 용어가 갖춰야 할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칼럼] 치매 대체 용어가 갖춰야 할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10.15 08: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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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는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와 타당성을 지니면서, 현재의 부정적인 명칭에서 비롯된 편견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임상 현장과 실생활에서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치매’를 대체할 새로운 용어가 구체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치매를 인지증으로 대체하면서 일본에서 검토한 조건’, ‘간질을 뇌전증으로 변경하면서 사용한 기준’,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명칭개정시의 방침’, 그리고 ‘치매 용어 대체 개정법률안에 반영한 원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일본은 2004년도에 치매 명칭을 개정하면서 대체 병명의 조건으로 ‘불쾌감이나 모멸감이 들지 않아야 한다’,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간단한 용어이어야 한다’, ‘치매라는 용어와 혼동 없이 통용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세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다음으로, 대한조현병학회는 2008년도에 정신분열병 병명을 개정하면서, ‘과학적 타당성’, ‘사회적 효용성’, ‘의료적 효율성’의 기본 원칙을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병명은 과학적 근거와 보편적 개념을 포함해야 하고, 현재의 사회적 편견 해소에 도움을 주고, 국민 계몽에 도움을 주어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대한뇌전증학회는 2008년도에 간질 이름을 바꾸면서 ‘중립적인 용어를 우선으로 학술적 의미를 함축할 것’, ‘발작 경련 등의 유사 용어와 혼동되지 말 것’, ‘명사와 형용사적 용도로 사용이 가능할 것’, 그리고 ‘한자권과 영어권 등에서의 국제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2011년 성윤환 의원은 치매 대체 용어로 인지장애증(認知障碍症)을 제안하면서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측면이 잘 드러나야 하고’,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이해하기 쉬워야 하며’, ‘종래 사용되고 있는 용어와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권고를 따랐다.

위와 같이, 치매를 포함한 과거 병명 개정 시에 마련된 ‘새로운 용어가 갖춰야 할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질병의 본질을 잘 반영해야 한다.
- 과학적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 일반인의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 환자에게 수치심이나 모멸감이 들지 않아야 한다.
- 국민들이 쉽게 이해해야 한다.
-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 치매라는 용어와 무리 없이 통용이 가능해야 한다.
-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다른 질환명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
- 다른 용어와 합쳐질 수 있도록 짧고 단순해야 한다
-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측면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
- 국제화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을 발표하면서, ‘치매’ 용어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여 내년 2021년도에 ‘치매’ 용어 변경을 위한 국민 인식도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치매 용어 변경을 추진해왔던 과정을 보면, 의견 수렴과 명칭 선정 등의 과정에 주로 일반인, 공무원, 종사자,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치매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참여는 부족한 것으로 파악이 된다. 단순한 치매 인식도에 대한 조사 차원이 아닌 치매 용어 변경을 위한 인식도 조사라면, 다양한 일반인과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인식으로 차별받고 있는 당사자인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편견과 오해로 점철된 병명으로 인해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인 만큼 치매 명칭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과 명칭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불리고 싶은 이름이 무엇인지 찾아줘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 치매 용어 변경을 시도해왔던 경험과 위에서 정리한 ‘치매의 새로운 용어가 갖춰야 할 조건’들이 검토 후 잘 반영되어, 인권적인 명칭이 만들어져 치매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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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0-10-15 11:00:15
학회나 정부가 할 일을 민간인이 하시는 군요. 좋은 글 잘 읽어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