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알츠하이머병 진단기술의 발전: 혈액진단의 의미
[칼럼] 알츠하이머병 진단기술의 발전: 혈액진단의 의미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10.20 0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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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질환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피플바이오(PeopleBio)’가 코스닥 상장 첫날(10월 19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알츠하이머병의 혈액진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발생한다. 흥미로운 점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부검을 통해 뇌에서 직접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침착을 조직검사로 확인해야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단기술의 발달로 뇌척수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측정해 진단할 수 있으며, ‘아밀로이드 PET’를 통해서도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뇌의 변화를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뇌척수액을 이용한 검사는 검체를 얻기가 쉽지 않고,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뇌척수액 검사는 위해서는 숙련된 의사가 요추천자를 해야 하고 검사를 받은 후에는 몇 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아밀로이드 PET는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매우 적을뿐더러, 한번 검사하는 데 1백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 혈액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되었다. 혈액을 이용하면 손쉽게 검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혈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를 분석하는 데는 매우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혈액은 뇌척수액에 비해,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가 50배나 낮고 ‘베타아밀로이드’ 외 다른 단백질이 1,000배나 많이 존재한다. 즉, 혈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하는 것은 뇌척수액에서 분석하는 것보다 대략 5만 배는 어려운 셈이다.

2017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의과대학 신경과 ‘랜들 J. 베이트만(Randell J. Bateman)’ 교수는 혈액을 활용해서 알츠하이머병을 간단하고 빠르게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2017년도에 발표된 선행 연구에서, 연구진은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나아가, 2019년도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혈액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해 94%의 정확도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했으며,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혈액 내의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낮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랜들 J. 베이트만(출처: 워싱턴 의과대학 홈페이지)
랜들 J. 베이트만(출처: 워싱턴 의과대학 홈페이지)

이 혈액검사는 뇌척수액 검사나 아밀로이드 PET 검사보다 더 정확도가 높았다. 또한,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정상이더라도 혈액 검사에서 이상을 보인 경우는, 단순 오류가 아니고 4년 후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이상을 보일 확률이 15배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즉,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저렴한 혈액 검사가 아밀로이드 PET 검사보다 더 이른 시기에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

베이트만 교수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치매연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포탐킨상(Potamkin Prize)’을 2019년도에 수상했다.

한편,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여러 바이오 기업들이 혈액을 이용해 알츠하이머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피플바이오’와 ‘메디프론’을 들 수 있다.

‘피플바이오’는 혈액에서 알츠하이머병 병리증상에 관여하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올리고머화 정도를 측정하는 멀티머검출시스템(Multimer Detection System, MDS)을 개발해 2018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올해 초 발표된 임상연구 결과에 의하면, 해당 진단키트는 임상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민감도는 100% 그리고 특이도는 92%로 매우 높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인 ‘메디프론’도 베타아밀로이드를 포함한 혈액 내 다중 바이오마커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해 2020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혈액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을 간단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알츠하이머병의 혈액진단이 가지는 의미를 ‘임상시험’과 ‘임상현장’의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임상시험의 관점’에서 볼 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실패를 거듭해온 이유 중의 하나는 임상시험 참여자의 이질성이다. 임상적으로는 알츠하이머치매의 증상을 보이지만, 실제 병리학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경우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치료 후보물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험자의 이질성으로 인해 치료 후보물질의 효과가 경감되어 나타나 전체적으로 연구가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을 가능성을 말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최근에 이뤄지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에서는 참여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임상증상과 뇌 MRI에만 의존하지 않고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이용해서 대상자의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PET 검사 비용이 워낙 고가이며 매우 소수의 연구기관에서만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를 확보하는 데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알츠하이머치매를 진단하는 데 혈액검사 방법을 활용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임상시험의 효율을 높여 치료제 개발을 그만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임상현장의 관점’에서 볼 때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것이 치료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점이다.

현재 알츠하이머치매 치료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약제는 치매의 증상만을 조절할 뿐, 원인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또한,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였다고 모두 알츠하이머치매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노인의 30% 가량에서는 치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베타아밀로이드가 양성으로 나온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예를 들어 무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이나 치매선별 차원에서의 혈액 검사는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혈액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기술은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한 반면,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아직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남용될 여지가 크다.

마찬가지로, 연구 목적이 아니면서 치매환자에서 혈액으로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하여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것이 환자의 치료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유효성 검토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부재한 상태에서 환자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중시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처럼 알츠하이머병 혈액진단검사도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검사가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Amyloid Imaging Task Force (AIT)는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불확실한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가 의심되나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 ‘초로기 치매의 경우’에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반면,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치매의 중증도를 판단하고자 하는 경우’, ‘치매의 가족력이나 치매 유전자가 있기 때문’, ‘증상이 없거나 인지장애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경우’, ‘법적, 보험 관련, 취업 등 비의료적인 목적의 경우’에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받는 것은 적절치 않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한편,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한 혈액 치매진단키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는 받았고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본격적 상용화는 ‘진료 현장에서의 보편적인 사용’을 의미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진단 의료행위가 안정성과 유효성 평가를 거쳐 ‘신의료기술’과 ‘보험급여’로 등재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상현장의 치료 관점에서 기대해 본다면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를 표적으로 한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이 개발이 되기만 한다면 알츠하이머치매 혈액검사의 장점은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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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0-10-20 10:51:22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