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책] 유배중인 나의 왕
[사서가 추천하는 책] 유배중인 나의 왕
  • 홍수명(디멘시아도서관 사서)
  • 승인 2021.03.0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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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중인 나의 왕

저자 : 아르노 가이어

정가: 13,000원

 

목차

유배중인 나의 왕

옮긴이의 말

 

 

 

■ 책 소개

오스트리아 작가인 아르노 가이거가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 받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책이다. 

직장에서의 은퇴와 아내와의 별거 후,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점차 현실감각과 기억을 잃고 이상한 집착을 보이는 모습으로 가족 모두를 혼란과 절망에 빠뜨린 아버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족들은 비로소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것을 알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가족들은 그 오랜 혼란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게 된다. 아버지의 병을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당황스러움의 연속에서 지혜로움을 찾고자 한다.

치매라는 소재를 다룬 다른 책들과는 색다르게 가족 각 개인들의 삶도 보여주는데, 특히 아들은 한 남자로써의 아버지 삶을 바라보고, 아버지의 어린 소년시절부터 어머니와 가정을 이루어 4자녀를 키우는 모습과 늘 불협화음이었던 부모님 갈등, 그 안에서 특히 이방인처럼 겉돌았던 자신과 아버지를 향한 원망까지 한 가족사를 그리면서 가족이 무엇인지,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도 준다. 마치 나의 십대, 이십대 시절 우리 집을 보는 것 같아 읽는 동안 애써 외면하고 싶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

책 중간 중간에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자주 나온다. 내용은 뜬금없는 것도 있고, 심오한 것도 있다. 아버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나눈 많은 대화로 아들은 살면서 내내 원망스럽기만 했던 아버지가 실은 자상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알게 되고 아버지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게 된다.

치매 관련 책을 읽다보면 평소 아버지와 소원했던 가족들이 치매라는 병을 통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가족 구성원 전체가 가까워지는 스토리가 많다. 아버지라는 존재, 거친 세상과 싸우며 가족들을 지켜야 했고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갈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과 놀아주고 살갑게 대하고 싶지만 그 방법도 배우지 못한 채 무뚝뚝하게 속사랑만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외로운 존재. 치매라는 자신을 잃는 병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게 되고 가족들은 비로소 그 속내를 알게 되는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가족의 마음도 모르면서 다른 누구의 마음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평소엔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소통의 문제일까, 마음의 문제일까.

“우리 사이에 뭔가가 있다. 세상을 향해 내 마음을 더 활짝 열게 만든 뭔가가. 그것은 말하자면 보통 알츠하이머병의 단점이라고 하는 것, 즉 관계 단절의 반대다. 때로는 관계가 맺어지기도 한다."

치매를 앓는 환자와 가족들의 삶은 흔히 고통, 상실, 혼란, 갈등을 연상시키지만 잃는 것만 아니라 얻는 것도 있으며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아주 절망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기도 하고, 소원했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새롭게 이어주기도 하는 것을 보니.

어린 시절 산처럼 커 보이고 강인해 보였던 부모님의 약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치매를 앓는 부모님의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최근에 연로하신 아버지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시면서 자꾸 다른 가전 콘센트를 꽂으시고 전자레인지가 고장 난 것 같다, 작동이 안 된다고 하시길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소리 없이 뒤에서 지켜보며 다시 예전처럼 정상적인 아버지의 행동에 다행스런 한숨을 쉬었지만, 아버지의 이상 행동을 처음부터 섬세하게 지켜보며 더 관심을 가지고 아버지를 보살피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고 새겨듣게 된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의 모습을 오늘부턴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겠다. 또 책 속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랑하지만 쑥스러워서 한 번도 아버지 손을 먼저 잡아드린 적 없었던 나. 이제는 용기를 내보고 싶다.

“처음에는 충격, 비통함이 찾아왔습니다. 마음속으로 치매의 어두운 이미지들을 그려보았죠.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다 끝났구나, 그 병이 내게서 아버지를 빼앗아 갈 테고, 다시는 우리가 행복해질 수 없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삶의 끝 또한 삶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 무산되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진정한 삶이 시작되었음을, 고통과 불행이라고 생각되었던 사건 앞에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삶의 행복을 그려낸 <유배중인 나의 왕>이었습니다.

 

■ 저자 소개 

아르노 가이거

현재 독일어권 문학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 1968년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태어났다. 인스브루크와 빈 대학에서 독문학과 비교문학, 고대사를 공부했고, 브레겐츠 음악 페스티벌 수상 무대의 음향 비디오 기술자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다, 1997년 소설 『회전목마 타기의 짧은 수업』으로 데뷔했다. 2005년 『우리는 잘 지내』로 그해 독일어로 발표된 최고의 소설에 수여되는 독일서적상과 프리드리히 횔덜린 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요한 페터 헤벨 상을, 2011년에는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 『멋진 친구들』 『샐리에 대한 모든 것』 『하마가 함께 있는 자화상』 등이 있다. 치매 환자인 아버지에 대한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유배중인 나의 왕』은 2011년 출간과 함께 슈피겔 베스트셀러 리스트, 라이프치히 도서박람회상 후보에 올랐고 요한 베어 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 교보문고>

 

■ 역자 소개 

김인순

고려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칼스루에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고려대 독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에 출강중이다. 옮긴 책으로 『저지대』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깊이에의 강요』 『법』 『열정』 『유언』 『반항아』 『결혼의 변화』(상?하) 『하늘과 땅』 『성깔 있는 개』 『기발한 자살 여행』 『독 끓이는 여자』 등이 있다.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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