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두카누맙의 개발, 미국 FDA 허가, 그리고 이어지는 논란
[칼럼] 아두카누맙의 개발, 미국 FDA 허가, 그리고 이어지는 논란
  • 양현덕 기자
  • 승인 2021.06.1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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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15년 전인 1906년도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가 최초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보고했으나, 그로부터 87년이 흐른 1993년도에 이르러서야 ‘타크린’이라는 알츠하이머치료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타크린의 뒤를 이어 도네페질(1996년), 리바스티그민(1997년), 갈란타민(2000년), 메만틴(2003년)이 세상에 나왔지만, 메만틴 이후로 18년 동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나오지 못했다.

또한 도네페질을 주축으로 하는 현재까지의 약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발생한 알츠하이머치매의 임상증상만을 일부 개선시킬 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없애지는 못하므로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이뤄진 수많은 임상시험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해서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으며, 드디어 지난 6월 7일 미국 FDA는 최초의 근본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아두카누맙(Aducanubmab)의 시판(상품명 Aduhelm)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 글에서는 아두카누맙의 개발과 미국 FDA의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허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치매신약 아두헴
치매신약 아두헴

 

아두카누맙의 개발

아두카누맙은 스위스의 뉴리뮨(Neurimmune)에서 처음 개발했으며, 2007년도에 미국의 바이오젠(Biogen)에서 넘겨받았고, 2017년도부터 일본의 에자이(Eisai)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다.

아두카누맙은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로 치매가 없는 건강한 노인에게서 얻어 치료제로 개발됐다. 아밀로이드 단량체(monomer)에는 결합하지 않으며, 응집된 형태의 아밀로이드에 결합한다.

알츠하이머 유전자 동물(APP-transgenic mouse)을 이용한 실험에서 뇌의 아밀로이드 반(amyloid plaques)을 성공적으로 줄였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아두카누맙 임상시험

2015년도에 발표된 1상 임상시험(PRIME 연구) 결과는 성공적으로, 56명의 경증 및 증등도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아두카누맙은 뇌의 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ARIA-E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E)와 두통 설사 어지럼증 등의 경미한 부작용을 보였으나, 약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1개의 2상 임상시험(EVOLVE 연구)과 2개의 동일한 3상 임상시험(EMERGE 연구와 ENGAGE 연구)이 각각 1.350명의 경증 알츠하이머병(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던 2019년 3월에 바이오젠은 3상 임상시험을 중간 분석한 결과,아두카누맙이 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측되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존 하디(John Hardy)와 제럴드 히긴스(Gerald Higgins)가 1992년도에 아밀로이드 증폭 가설(Amyloid cascade hypothesis)을 제안한 이후 27년 동안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이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다행히, 2019년 10월에 바이오젠은 아직까지 진행했던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2개의 3상 임상시험 중 EMERGE 연구의 고용량 투여군(10 mg/kg)에서 대조군에 비해 임상치매척도(CDR-SB)로 평가한 치매 증상이 23%만큼 덜 악화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제 개발을 재개해서 FDA에 시판 허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FDA의 Aduhelm 시판 승인

2020년 7월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위해 미국 FDA에 우선검토(Priority Review)를 신청했다. ENGAGE 연구가 실패했으나, EMERGE 연구의 고용량 투여군에서의 개선 효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FDA는 2020년 8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에 대해 우선검토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의 FDA 승인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도 전문가 회의를 통해 신약 승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아두카누맙의 유효성 검증을 위해 별도의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는 2020년 11월에 열린 자문회의에 앞서,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현실에서 추가적인 유효성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3상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것은 수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4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판 후 조사 연구를 조건으로 아두카누맙 사용을 승인해줄 것을 청원하는 서한을 FDA에 보내기도 했다.

2020년 11월 6일에 열린 FDA 자문위원회에서 11명의 자문위원 중 8명이 유효성 인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자문위원회는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시험을 FDA에 권고했다.

또한, 미국의 시민단체(Public Citizen)도 미국 보건사회복지부(Health and Human Services)에 서한을 보내 FDA와 바이오젠의 부적절한 협력관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한편 2021년 3월 30일, 미국 FDA 자문위원회 소속의 전문의 3명(G. Caleb Alexander, Scott Emerson, Aaron S. Kesselheim)은 미국의사협회지(JAMA) 논평을 통해 아두카누맙의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FDA 승인에 반대하는 의견을 재차 표명했다.

이에 따라, FDA는 관련 규정에 따라 2021년 3월 7일까지 승인 검토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심사 기간을 3개월 연장해 심사 기일을 6월 7일로 변경했다.

2021년 6월 7일, 유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FDA는 가속승인제도(Accelerated Approval Pathway)에 따라 Aduhelm 시판을 조건부 승인했다. FDA는 임상 4상인 시판 후 조사를 통해 효능을 추가로 입증할 것을 조건으로 요구했다.

FDA 자문위원의 사퇴

한편, 유효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자문위원회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FDA가 Aduhelm의 시판을 승인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자문위원이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6월 10일 메이요 클리닉의 David Knopman 박사와 워싱턴 대학의 Joel Perlmutter 박사가 이번 FDA의 승인 결정은 옳지 않음을 주장하며 자문위원회에서 사퇴했으며, 연이어 11일에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Aaron Kesselheim 교수가 사퇴했다.

FDA 가속승인제도(Accelerated Approval Pathway)란 무엇인가?

FDA 가속승인프로그램은 미국 FDA가 미 충족 의료요구도(unmet medical need)가 높은 중증 질환을 위한 치료제 승인을 앞당기기 위해 1992년도에 도입한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치료제의 승인을 위해서는 임상 효능(clinical benefit)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요구한다. 하지만, 가속승인프로그램을 통한 신속 승인은 아직까지 임상 효능이 명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을지라도, 임상 효능을 예측할 수 있는 대리결과변수(surrogate endpoint) 결과를 토대로 승인하며, 승인 후 임상 4상을 통해서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만일 임상 효능을 증명하지 못하면 FDA는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아두카누맙의 경우,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치료제가 없어 미 충족 수요가 매우 크다는 현실에서, 2개의 3상 임상시험 중 EMERGE 연구에서만 임상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EMERGE와 ENGAGE 연구 모두에서 일관되게 아두카누맙 투여 용량에 비례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아밀로이드를 제거(대리결과변수)했으므로, 치매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임상 효능을 기대하여 승인이 가능했다.

모든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에서 투여가 가능한가?

병리•생물학적 진단인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양상은 매우 다양하여, 치매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부터 주관적 단순건망증, 경도인지장애(치매의 전단계), 그리고 치매 단계(경증, 중등도, 중증)에 걸쳐 나타난다.

아두카누맙의 3상 임상시험은 위의 여러 단계 중,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경도인지장애와 경증 단계의 알츠하이머치매)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므로, 증등도나 중증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에게는 투여할 근거가 부족하다.

Aduhelm의 연간 약가는 대략 56,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Aduhelm을 투여 받기 전에 아밀로이드 PET 영상을 통해서 알츠하이머병이 확진 돼야 한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 비용도 고가로 국내에서는 120 ~ 18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최근에 혈액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혈액진단키트가 상용화되었다. 이를 이용하면 치료 대상자 선정에 필요한 진단 비용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두카누맙은 어느 정도의 임상 효과를 보였는가?

78주에 걸쳐 진행된 아두카누맙 3상 임상시험은 일차 평가변수로 임상치매척도 총점(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을 이용했다.

참고로, CDR-SB는 총 18점으로 치매가 진행할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Global CDR이 0.5 점인 경우에는 CDR-SB가 일년에 1.43점 그리고 Global CDR이 1 점인 경우에는 1.91점씩 증가한다.

아두카누맙 3상 임상시험 중 통계적 의미를 보인 EMERGE 연구 결과를 보면, 대조군의 CDR-SB가 76주 동안 1.74점 증가한 반면 고용량 치료군은 1.35점 증가하여 대조군에 비해 치료군에서 23%만큼 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CDR-SB 총점이 18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76주라는 기간 동안 0.39점의 차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행 중인 항체 연구

아두카누맙이 최초로 미국 FDA 시판 허가를 받은 항아밀로이드 백신이지만,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최초의 백신은 아니다. 처음으로 개발된 항아밀로이드 백신은 AN-1792 (Elan)으로, 뇌의 아밀로이드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뇌염이라는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은 실패로 끝났다.

AN-1792에 이어 바피네주맙(Bapineuzumab, Pfizer), 솔라네주맙(Solanezumab, Elli Lilly), 간테네루맙(Gantenerumab, Roche), 그리고 크레네주맙(Crenezumab, Genentech) 등 여러 항아밀로이드 백신이 개발되었으나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한 바피네주맙, 솔라네주맙, 크레네주맙, 간테네루맙 등의 항체가 실패했으나, 이번에 FDA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 외에도 기존에 실패했던 솔라네주맙, 크레네주맙, 간테네루맙을 포함하여 도나네밥(Donanemab, Elli Lilly), 레카네맙(Lecanemab, BAN2401, Biogen/Eisai)등의 항아밀로이드 항체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또한,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고수라네맙(Gosuranemab, Biogen), 세모리네맙(Semorinemab, Genentech), 틸라보네맙(Tilavonemab, AbbVie), 자고테네맙(Zagotenemab, Elli Lilly) 등의 항타우 항체를 이용한 연구도 더불어 진행되고 있다.

계속되는 아두카누맙 연구

바이오젠은 2020년 1월부터 EMERGE와 ENGAGE 연구 등에 참여했던 환자 2,40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EMBARK 연구)을 시작했다. 2년 동안 매달 고용량(10 mg/kg)을 투여 받으며 장기적 안전성과 임상 효능 및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측정한다.

Aduhelm이 FDA 가속승인제도를 통해 조건부 승인을 받은 만큼, 시판 후 조사를 통해 효능을 추가로 입증하는 임상 4상도 이뤄져야 한다.

이번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인 Aduhelm의 승인이 처음으로 이뤄진 만큼, 앞으로 다른 항아밀로이드나 항타우 항체 치료제의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고, 연구비 투자도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FDA’s Decision to Approve New Treatment for Alzheimer’s Disease
https://www.fda.gov/drugs/news-events-human-drugs/fdas-decision-approve-new-treatment-alzheimers-disease

알츠하이머. 양현덕 문민호 박영민. 디멘시아북스. 2020

Aduhelm
https://www.alzforum.org/therapeutics/aduhelm

Alexander GC, Emerson S, Kesselheim AS. Evaluation of Aducanumab for Alzheimer Disease: Scientific Evidence and Regulatory Review Involving Efficacy, Safety, and Futility. JAMA. Published online March 30, 2021. doi:10.1001/jama.2021.385.

Cummings J, Lee G, Zhong K, Fonseca J, Taghva K. Alzheimer's disease drug development pipeline: 2021. Alzheimers Dement (N Y). 2021 May 25;7(1):e12179. doi: 10.1002/trc2.12179.

Knopman DS, Jones DT, Greicius MD. Failure to demonstrate efficacy of aducanumab: An analysis of the EMERGE and ENGAGE trials as reported by Biogen, December 2019. Alzheimers Dement. 2021 Apr;17(4):696-701. doi: 10.1002/alz.12213.

Hardy JA, Higgins GA. Alzheimer's disease: the amyloid cascade hypothesis. Science. 1992 Apr 10;256(5054):184-5. doi: 10.1126/science.1566067.

Williams MM, Storandt M, Roe CM, Morris JC. Progression of Alzheimer's disease as measured by Clinical Dementia Rating Sum of Boxes scores. Alzheimers Dement. 2013 Feb;9(1 Suppl):S39-44. doi: 10.1016/j.jalz.2012.01.005.

Youn YC, Lee BS, Kim GJ, et al. Blood Amyloid-β Oligomerization as a Biomarker of Alzheimer's Disease: A Blinded Validation Study. J Alzheimers Dis. 2020;75(2):493‐499. doi:10.3233/JAD-200061


양현덕

現 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
現 디멘시아도서관 관장
現 도서출판 디멘시아북스 발행인
現 대한의원협회 학술이사
現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조정실장

前 디멘시아뉴스 초대 발행인
前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前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부교수
前 Sidney R. Baer Fellow in Behavioral Neurology & Neuropsychiatry, Department of Neurology, McLean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
前 Clinical fellow, Department of Psychiatry, Harvard Medical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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