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약 스타틴, 치매 치료 활용 방안에 '물음표' 남겨  
고지혈증약 스타틴, 치매 치료 활용 방안에 '물음표' 남겨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08.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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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고령 환자 1만 9천여 명 대상 5년 추적관찰 공개

이상지질혈증 분야 대표 치료 옵션인 '스타틴'이 치매(인지증) 약제로의 영역 확장을 놓고 다시 한 번 물음표가 달렸다.

5년 가까이 진행된 최신 무작위 임상 결과에서도, 65세 이상 고령 환자들의 치매나 인지기능 문제엔 어떠한 혜택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아밀로이드 대사과정에 관여하는 특정 효소(Alpha-secretase)의 활성을 끌어올리는 스타틴의 작용기전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유효성을 놓고는 말그대로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고령 환자의 인지기능 감소 및 치매 발생에 스타틴 치료 효과(Effect of Statin Therapy on Cognitive Decline and Incident Dementia in Older Adults)'를 평가한 호주 타즈매니아대 멘지스 메디칼센터 Zhen Zhou 교수팀의 이번 스타틴 연구는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6월 29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스타틴 치료가 치매나 인지기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명확한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도 스타틴이 가진 신경인지기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해당 연구도 스타틴 투약에 따른 인지기능 감소 및 치매 발생 사이에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잡은 이유기도 했다.

저용량 아스피린 연구와 별도로, 65세 이상 총 1만 8,84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무작위 치매 임상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임상에 참가한 환자들의 경우 이전에 심혈관 사건을 비롯한 주요 신체장애, 초기 치매를 경험한 적이 없는 이들이었다.

4.7년간 진행된 연구는 스타틴 치료 이후 치매 발생과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 등 변화된 지표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엔 전반적인 인지(global cognition), 기억, 언어 및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정신운동 속도(psychomotor speed) 등 인지기능 변화도 추가로 분석된 것.

더불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결과 평가를 위해 스타틴 사용군과 비사용군으로 나눠 '콕스 비례 위험 모형(Cox proportional hazards models)'을 사용했으며, 환자들의 인지기능 변화에는 '선형 혼합 효과 모형(linear mixed-effects models)'을 통해 효과를 비교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스타틴을 투약한 환자들에서도 치매를 비롯한 경도인지장애 및 인지기능 점수 변화에 어떠한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친수성(hydrophilic) 스타틴과 친유성(lipophilic) 스타틴 사용자 간에도 차이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65세 이상 연령대에서 스타틴 치료가 치매 발생이나 경도인지장애, 인지기능 감소에는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무작위 임상을 통해 다시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틴-치매 연구, 2000년부터 희비 교차 "심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임상 주목"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스타틴을 활용하려는 시도들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타틴 치료가 아밀로이드반(Amyloid plaque) 형성과 관련해, 아밀로이드 전구체(APP) 대사과정에서 중요한 Alpha-secretase의 활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의 힌트가 됐다.

실제 스타틴 계열 약제 중에서도 심바스타틴(simvastatin)과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을 이용한 임상 연구는 비교적 활발히 진행됐다.

먼저 심바스타틴의 경우, 2002년 독일 연구를 통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및 뇌척수액(CSF) 검사상 베타 아밀로이드(Aβ) 지표를 모두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뒤이어 2003년, 19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스웨덴 오픈라벨 임상도 이러한 기대감을 키웠다. 심바스타틴을 3개월간 투약한 결과, 뇌척수액 내 APP 처리에 변화가 생겼으며 인지 개선 반응 등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감도 오래가지 않았다. 동일 환자군을 대상으로 심바스타틴 치료를 12개월로 늘려 진행한 연구에서는 뇌의 콜레스테롤 대사에는 변화가 생겼으나, 뇌척수액 또는 혈중 Aβ42 수치에 명확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바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이 불분명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은, 다기관 임상이었던 'CLASP 연구' 결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03년~2007년까지 북미지역에서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406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해당 연구는, 심바스타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8개월간 심바스타틴 치료를 이어갔을 때의 알츠하이머병 진행 지연과 전반적인 인지기능 변화를 분석한 것.

그 결과, 심바스타틴은 지질 수치를 안전하게 줄였으나 증상성 알츠하이머병에는 어떠한 혜택도 확인하지 못했다.

아토르바스타틴도 얘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0년~2004년에 실시된 예비임상(pilot study) 결과에 따르면,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67명에 아토르바스타틴을 1년간 치료한 경우 일부 인지기능에 혜택을 보였지만 이마저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것이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제약이 실시한 3상임상 'LEADe 연구(Lipitor's Effect on Alzheimer's Dementia)'였다. 2002년~2007년까지 미국 99개 지역을 비롯 유럽, 호주, 남아프리카 등 641명의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참여했다.

여기서 대표적 치매 치료제인 도네페질(donepezil)에 아토르바스타틴(80 mg/일)을 추가 투여하는 일명 '애드 온(add-on)' 요법으로 효과를 알아본 것.

하지만 기대와 달리, 대규모 임상 분석 결과 18개월간 아토르바스타틴을 추가 투여하는 데 따른 어떠한 임상적 혜택도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대목이다.

한편 하버드의대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의료정보 채널인 Harvard Health Publishing에서도 미국심장학회지에 실린 이번 스타틴 연구 결과에 논평을 달았다.

브리핑을 통해 "현재 스타틴을 복용 중인 노인 환자들에서도 최신 임상 데이터는 중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구 시작시 모든 임상 참가자는 정상적인 인지기능과 심장 관련한 문제가 없었고 약 3분의 1이 스타틴을 복용 중이었다"며 "하지만 평균 5년 가까이 시행한 추적관찰 결과, 스타틴을 복용한 인원과 복용하지 않은 인원들 사이에 치매 및 인지 문제, 기억력, 언어 능력 또는 이와 관련한 문제들의 발생률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논문>Zhou Z, Ryan J, Ernst ME, Zoungas S, Tonkin AM, Woods RL, McNeil JJ, Reid CM, Curtis AJ, Wolfe R, Wrigglesworth J, Shah RC, Storey E, Murray A, Orchard SG, Nelson MR; ASPREE Investigator Group. Effect of Statin Therapy on Cognitive Decline and Incident Dementia in Older Adults. J Am Coll Cardiol. 2021 Jun 29;77(25):3145-3156. doi: 10.1016/j.jacc.2021.04.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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