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셔병·파킨슨병 잡는 유전자 치료제 "GBA1 변이 주목" 
고셔병·파킨슨병 잡는 유전자 치료제 "GBA1 변이 주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09.09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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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인 테라퓨틱스, SEE-Tx 플랫폼 접목 화합물 2종 개발 진행

파킨슨병과 고셔병을 타깃으로 한 유전자 치료물질이 성공 가능성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개 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된 'GBA1 유전자' 돌연변이 경로를 교정하는 것이 해당 표적치료 방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유전자적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했다는 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독자 개발한 약물 발견 플랫폼을 접목해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 이하 GCase)의 활성을 늘리고, 문제로 지목되는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의 축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희귀 유전병인 고셔병(Gaucher disease)과 파킨슨병을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의 톱라인 결과가 공개됐다.

여기서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allosteric regulation)' 작용을 하는 두 개 후보물질이 고셔병 및 GBA1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파킨슨병에 잠재적 치료 후보물질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의 경우, 효과를 나타내는 활성물질이 효소나 단백질의 활성부위가 아닌 다른 자리에 결합하면서 생화학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지칭한다.

해당 후보물질은 현재 바이오테크 게인 테라퓨틱스(Gain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GT-02287(실험물질명) 및 GT-02329로, 'STAR(structurally targeted allosteric regulator, 구조적 표적 알로스테릭 조절제)' 화합물로 이름 붙었다.

차별점은 이렇다. STAR 화합물의 경우 게인 테라퓨틱스가 독점적 라이선스를 보유한 'SEE-Tx(site-directed enzyme enhancement therapy) 약물 발견 플랫폼'을 통해 식별된 알로스테릭 부위에 결합하고, 결과적으로 잘못 접힌 GCase의 효소 활성을 안정화시켜 손상을 복원한다는 개념이다.

회사측은 공시를 통해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STAR 화합물은 GBA1 변이가 유발하는 파킨슨병에 직접 작용하는 새로운 유망 치료옵션으로 기대를 모은다"며 "독자적인 약물 플랫폼을 통해 해당 뇌신경질환자들에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BA1 변이 여파? "리소좀 효소 저장 장애 및 알파 시뉴클레인 축적" 

통상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과는 다른 병리적 발생기전을 가진다.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을 주요 병인으로 바라보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파킨슨병에서는 루이 소체(Lewy bodies)로 부르는 비정상적인 뉴런 내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 응집반응이 문제로 지목된다.

관전 포인트는 여기에 놓인다. 이번 치료제 개발에 핵심이 되는 GBA1 유전자 돌연변이는 파킨슨병과 시뉴클레인병증(synucleinopathy) 진행에 가장 흔한 유전적 위험인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금껏 보고된 연구들을 종합해볼 때 해당 유전자는 당지질 대사과정에서 GCase를 암호화하고, 이 유전자에 동형접합성 돌연변이가 일어날 경우 고셔병이라는 리소좀 효소(lysosomal enzyme) 저장 장애를 유발시킨다.

다시말해 GBA1 돌연변이가 알파-시뉴클레인의 비정상적인 축적을 촉발시키고, 결국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얘기. 또 고셔병 환자에서는 루이 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및 파킨슨병 진행 위험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실제 학계에서는 뉴런과 기타 각종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알파-시뉴클레인의 과도한 응집반응은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알파-시뉴클레인은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되어 뉴런의 기능부전 및 손상을 유발시키고, 파킨슨병 발병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평가된다.

#알파-시뉴클레인-p129 수치 감소 주목 "올 연말 신약임상 진행 예정" 

연구 책임자인 메릴랜드의대 Ricardo Feldman 교수는 "고셔병과 GBA1 유전자 관련 파킨슨병 환자에서 얻어진 유도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이하 iPSC)를 이용해 개발 중인 STAR 화합물의 유용성 평가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개발 상황을 짚어보면, 이러한 신경병증성 고셔병 환자의 iPSC 유래 대뇌피질 및 도파민성 뉴런을 사용한 연구 결과 해당 화합물은 GCase 단백질 수치를 증가시키고, 리소좀으로의 수송 및 효소 활성을 늘리는 것으로 보고했다.

더욱이 도파민성 신경 뉴런에서는 두 개 화합물이 문제를 일으킨 알파-시뉴클레인-p129(α-synuclein-p129) 수치를 감소시키는 한편, GBA1 돌연변이와 관련된 파킨슨병 치료에도 잠재적 유용성이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임상프로그램을 지원 중인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Michael J. Fox Foundation) Marco Baptista 부의장은 "GBA1 유전자 변이 경로를 바로잡는 방안은 파킨슨병의 주요 표적 치료법이 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임상진행을 위해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게인 테라퓨틱스는 두 개 후보물질의 고셔병과 파킨슨병 신약 임상연구를 올 연말 새롭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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