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변이식술이 가진 회춘효과? "면역·인지행동 회복 포착"
분변이식술이 가진 회춘효과? "면역·인지행동 회복 포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09.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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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 모델 평가 첫 진행, 해마 미세아교세포 변화 증거 확인 

질환을 가진 사람의 장에 건강한 인원의 분변 속 미생물을 이식해주는 최신 치료법인 '분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이하 FMT)'.

신의료기술로도 인정받은 해당 분변이식술이 노인 인지 치료 분야에도 어느정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최신 동물실험 결과, 젊고 건강한 쥐의 분변을 이식받은 늙은 마이스(mice) 모델에서는 노화에 따른 면역과 행동, 인지 감소를 개선하는 효과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분변이식술이 가진 회춘효과(Rejuvenating Impact)에 대한 기대감까지 피어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이러한 연구 결과를 담은 전임상 결과가 국제 학술지인 Nature Aging 8월 9일자에 게재됐다.

주요 결과는 이렇다. 젊은 마이스 모델의 분변을 노화가 진행된 마이스 모델에 이식하자, 분변이식술을 받은 쥐들의 장내 미생물(gut microbiome) 환경은 젊고 건강한 공여자의 것과 비슷해졌다.

더욱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변하자 추가적인 혜택까지 관찰됐다. 분변이식술을 받은 쥐들의 해마(hippocampus)가 공여자들의 해마와 물리, 화학적으로도 유사하게 변했다는 사실. 통상 뇌의 변연계 안쪽에 위치하는 해마가 기억의 저장과 학습, 인식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부분을 짚어볼 수 있다.

실제, 건강한 분변을 이식받은 늙은 쥐들의 경우 미로의 탈출구를 찾는 작업을 보다 능숙하게 수행했다. 또 잇따른 미로 탈출 평가에서도 미로 공간의 배치도를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보고한 것이다.

연구의 책임저자인 아일랜드 APC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 Timothy Dinan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한 노화를 유도하는 적절한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흥미로운 점은 젊고 건강한 동물에서 늙은 동물로의 분변이식술이 회춘에도 영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 주목하는 분변이식술 "해마 담당 인지행동 영향"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사는 세균 및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총칭하는 용어로,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조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화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며, 질병 발생에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 이는 장내 미생물총 변화를 놓고 학계에서 심층적인 평가가 진행되는 이유기도 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대표적 이론이 중추신경계와 장신경계, 장내 미생물총이 가진 연결고리를 주목하는 '뇌-장-미생물 축(brain-gut-microbiota axis)' 가설이다.

장 속 미생물의 불균형이 장벽에 손상을 가하고, 이에 따라 만들어진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각종 유래 물질들이 혈관 및 림프관 등의 순환계통을 거쳐 체내 면역체계와 중추신경계에 까지도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게 골자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도 이 지점이었다. 건강한 분변 속 미생물을 이식한 쥐들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복원될 수 있는가와, 그렇다면 노화가 진행된 쥐들의 인지기능에는 어떠한 영향을 보이는지에 초점이 잡힌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노화에 따른 인지저하와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를 조사한 연구들은 종종 다뤄지고 있지만, 장내 미생물이 인지기능 조절에 관여한다는 임상적 근거들은 아직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최신 분석 자료에서 주목할 점은, 노화로 인한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가 '숙주 면역체계의 핵심 조절자(key regulator of host immunity)'라고 판단했다는 대목. 해마가 담당하는 인지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뇌-장-미생물 축 가설에도 일정 부분 신빙성을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마 미세아교세포 관련 유전자 복원" 35개 대사산물 노화 이전 수준 회복

연구는 마이스 모델 평가를 통해 생후 3개월~4개월된 젊은 쥐들과 19개월~20개월 가량의 노화가 진행된 쥐들을 비교 대상으로 잡았다.

결과는 이랬다. 분변이식술을 시행받은 쥐들에서는 노화로 인한 말초 및 해마 면역체계의 변화를 조절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분변이식을 받은 마이스 모델의 경우, 장 관련 장간막 림프절에서 초기 활성화된 CD8+ T세포가 상당히 증가한 것이다. 다만, 기억 CD8+ T세포(memory CD8+ T-cells, CD44)에는 어떠한 영향도 나타내지 않았다.

더불어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총 변화와 신경염증 과정,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뇌의 상주 미세세포인 해마 미세아교세포(hippocampal microglia)의 변화를 살폈다. 여기서 신경가소성이란, 내부 및 외부환경에 따라 뇌가 스스로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특성을 말한다. 

해마 미세아교세포의 변화를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당 세포는 뇌 인지 기능과 관련한 세포활동을 조절하고, 신경가소성에도 적극 관여하기 때문. 특히, 퇴행성 신경질환에서는 이러한 해마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점도 짚어볼 부분이다.

그 결과, 분변이식술을 받은 쥐들의 미세아교세포에는 뚜렷한 변화가 포착됐다. 미세아교세포체의 크기가 상당수 확대된 소견을 보인 것.

결국 분변이식술이 노화과정으로 인해 변경된 미세아교세포 센솜(microglia sensome)과 연결된 유전자들을 복원시킨다는 증거를 발견한 셈이었다. 미세아교세포 센솜은 신경발달 및 신경퇴행 분야에 최근 새롭게 주목하는 유전자 분석 컨셉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번 결과는 분변이식술이 인지저하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인 미세아교세포의 활성 변화를 복원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지 및 신경가소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노화로 인해 변경된 35개 대사산물들의 경우, 분변이식술 시행 이후 노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여기엔 수많은 아미노산을 비롯한 레티놀(비타민A), GABA 및 N-글리코릴뉴라미네이트(glycolylneuraminate)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분변이식술이 노화가 일어난 해마 대사체를 복원하는 데, 잠재적 동인으로 글루타민(glutamine)을 사용해 마이크로바이옴을 리모델링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Dinan 박사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는 노화과정에서 감소되는 해마 담당 인지기능 및 행동 변화와도 광범위하게 연결된다"며 "미로 실험에서 분변이식술을 받은 쥐 모델은 장기간 공간 기억력이 개선되면서 노화 관련 손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아일랜드과학재단(Science Foundation Ireland)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논문>Boehme, M., Guzzetta, K.E., Bastiaanssen, T.F.S. et al. Microbiota from young mice counteracts selective age-associated behavioral deficits. Nat Aging 1, 666–676 (2021). https://doi.org/10.1038/s43587-021-0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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