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치매국가책임제 4년, "여전히 머나먼 치매극복의 길"
[기획] 치매국가책임제 4년, "여전히 머나먼 치매극복의 길"
  • 최봉영 기자
  • 승인 2021.09.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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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책으로 인식 환기...일부 정책은 여전히 미흡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지 4년이 됐다. 이 기간동안 치매와 관련한 신규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치매환자에 대한 다양한 혜택이 주어졌다.

대표적인 성과를 보면,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가 개소돼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 중증 치매환자의 집중치료를 위한 치매안심병원도 5곳이 선정됐다. 인지지원등급도 신설돼 경증 치매환자도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게 됐으며, 장기요양에 대한 본임부담률도 줄었다.

중증치매환자의 의료비 부담비율도 최대 60%에서 10%로 낮아졌으며, 신경인지검사와 MRI 등 고비용 치매검사의 본인부담도 대폭 줄었다. 치매환자만을 위한 치매공공후견제도도 시행되고 있으며, 치매가족휴가제도 기존 6일에서 8일로 기간이 늘었다. 치매 원인 진단부터 치료기술까지 연구하기 위한 국가치매연구개발계획도 본 궤도에 올랐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 시행으로 많은 치매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으나, 여전히 완성된 제도로 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치매센터·치매안심센터 등 기관 운영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기존에 운영되던 치매 관련 조직의 확대였다. 수도권에 집중돼 운영되던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256개 지자체에 모두 설치됐으며, 공립요양병원 중 5개는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치매를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의 규모나 인력은 확대됐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일부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관련한 연구사업이나 법률·제도에 대한 연구개발 기능을 담당해야 하지만, 부족한 면이 있다. 매년 발간하고 있는 보고서도 대한민국 치매현황, 국제치매정책동향 등 기초 자료나 외국 사례 분석에 그치고 있다. 또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이 정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단이나 심평원 등의 자료 연계가 필수지만, 기관 간 데이터베이스 공유는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치매안심센터
치매안심센터

치매안심센터는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매해 지적되고 있다. 협력의사의 경우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닐 경우 진단 전문성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임상심리사가 배치되지 못한 곳은 전국 센터의 절반 가량이며, 작업치료사나 사회복지사 역시 관련 교육이 부족하다. 치매안심센터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치매조기검진이지만, 결과에 대해 신뢰성을 보증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치매안심센터의 진단검사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제1호 치매안심병원 '경북도립안동노인전문요양병원'(출처: 병원 홈페이지)
제1호 치매안심병원 '경북도립안동노인전문요양병원'(출처: 병원 홈페이지)

치매안심심병원은 전국에 5곳이 지정됐다. 시설적인 측면에서 치매전문병동을 설치한 곳이 50곳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적은 수치다. 이는 대다수 병원이 치매안심병원이 갖춰야 할 인력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치매안심병원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인력 추가 채용에 따른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운영비에 대한 지원은 없다. 정부가 치매안심병원을 구상할 때 수가 지원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는 논의만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치매안심병원의 역할 중 하나인 지역사회로 치매환자를 돌려보내겠다는 계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치매공공후견제도 등 정책적 한계 노출

공공후견인제도
공공후견인제도

치매공공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치매환자의 의사결정권 보호를 위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발굴된 피후견인 수는 240여명이며, 후견인은 약 1,000명이 양성됐다. 제도의 틀을 갖추기는 했으나, 막상 후견이 필요한 치매환자의 발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후견인은 매년 300명 정도가 양성되지만, 매칭이 되지 않아 대다수 후견인이 매칭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치매가족휴가제는 2014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사용자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며, 지난해에는 1,100여명이 혜택을 봤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치매가족휴가제의 연간 사용 기한이 6일에서 8일로 늘었다. 모든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제도를 활용 가능하지만, 치매환자 수에 비해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편이다. 제도 자체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또 일부에서는 해당 지역에 위치한 기관에서 신청을 받지 않는 사례도 있어 활용도를 낮추는 요소가 되고 있다.

연도별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현황(단위: 개)
연도별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현황(단위: 개)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면서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 중 하나가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의 확대였다. 치매환자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전문적인 돌봄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에서 내놓은 정책이었다. 2017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약 200곳 정도의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관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기관이 참여가 필요한 데 치매전담형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인력과 시설 기준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도 민간기관 독려를 위해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는 있지만, 유인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연구비 축소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사업 추진 체계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사업 추진 체계

정부는 치매에 대한 조기진단과 원인규명, 예측, 예방 및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대한 연구를 위해 막대한 예산 지원을 계획했다. 최초 계획된 규모는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 간 1조1,05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면서 전체 예산은 약 2,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5분의 1 이하로 축소됐다. 국내에 연구를 진행할 인력이나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과 일부 사업은 연구비가 과도하게 편성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치매치료제 개발 등 일부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연구비 축소 결정은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다양한 신규 정책이 포함돼 있어 기존 치매 관련 정책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치매가족 상담수가 도입, 비대면 치매진단검사 개발, 치매 진료지침 표준화, 치매 검사비 지원 확대, 치매전문병동 확충, 디지털치료제 개발 등이 있다. 치매 환자의 증가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 역시 상황에 맞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기조 아래 정부도 정책적인 지원을 꾸준히 늘려가는 만큼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부담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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