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치매국가책임제 5년차 일선 대학교수들이 보는 미래는?
[기획]치매국가책임제 5년차 일선 대학교수들이 보는 미래는?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1.09.1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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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구성 긍정 평가 대다수…관건은 정권 변경 이후도 정책 유지
▲출저. 채널명 문재인 공식유튜브 

‘치매국가책임제’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어르신과 그 가족이 전부 떠안아야 했던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정부가 책임지는 문재인 케어의 대표 복지정책이다.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7년부터 전국 256개의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치매안심병원 확충과 중증치매 환자 본인부담 경감 등이 진행됐다. 

진행된 주요 사항을 보면 ▲중증치매 산정 특례 ▲신경인지검사와 MRI 건강보험 적용 ▲인지지원등급 신설 ▲장기요양 본인 부담 경감 확대 ▲치매전담형 시설과 치매안심병원 확충 ▲치매 연구개발(R&D) 투자 9년간(2020년부터 2028년) 2,000억 원 투입 등이 대표적 정책으로 추진됐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정책위키 中]

복지부는 지난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추진계획을 처음 밝혔다. 이후 수많은 치매 정책이 탄생하며, 치매 인프라가 확대됐다. 사회 전반으로 치매 관련 저변이 크게 발전했다. 또 국민들의 치매 인식은 높아졌고, 매년 치매 극복 캠페인도 활발하다. 

하지만 이제 치매국가책임제는 새로운 기로에 섰다. 국가책임제를 복지정책 전면에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오는 2022년 5월 9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정치적 변화에 따라 제도 자체의 변화도 예상되는 만큼 향후 변화 등이 중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에 디멘시아뉴스는 오는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향후 치매국가책임제가 나아갈 길과 함께 치매 정책의 방향성을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청취했다. 

일선 교수들은 치매국가책임제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향후 중요한 사항은 치매 정책 유지를 바탕으로 디테일(Detail)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치매국가책임제, 치매국민책임제로 발전적 이양”

박건우 교수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치매학회 이사장)는 최근 정책브리핑 기고를 통해 치매국가책임제의 방향성을 치매국민책임제로 제안했다. 

국가책임제로 치매 인식 변화를 진료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고, 자발적 치매 예방에 나서는 환자와 가족들을 마주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체험했지만, 향후 정책 우선순위에 밀려 치매국가책임제가 동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즉,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가 새로운 이슈에 묻히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치매국가책임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민이 주도하고 노력하는 국민책임제가 필요하다는 것.

박건우 교수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어려움을 줄여 주려는 노력 등으로 우리나라의 치매 관리 대책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우위에 있음을 느꼈다”며 “이제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모든 국민이 노력해 치매국민책임제로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현국 교수
임현국 교수

◆“치매국가책임제 기조 유지 최우선…정신복지센터와 통폐합은 위험”

“치매국가책임제는 딱 하나만 하면 됩니다. 바로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노인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향후 치매국가책임제의 가장 중요한 점으로 정책기조 유지를 꼽았다. 

정권의 변화가 아닌 치매 문제를 국가적 이슈로 받아들이고 사회적 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치매국가책임제 진행 사업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제도 자체의 설계는 굉장히 잘된 편이기 때문에 현행 관리체계의 유지와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또 치매국가책임제가 축소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단순 효율성으로 통폐합이 진행될 경우 정신복지센터와 통합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망하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임현국 교수는 “치매 문제와 정신보건은 각자의 영역이 크게 다르며, 콘텐츠와 전문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정신보건센터 등은 조현병 관리에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치매와 통합이 이뤄지면 양자에게 득이 될 부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찬녕 교수
이찬녕 교수

◆“치매국가임제라는 프레임은 없어져도 정책변화는 크지 않을 것”

“치매국가책임제라는 단어 자체는 퇴색될 수 있지만, 고령화의 심각성과 치매 유병률 상승을 생각하면 치매 정책의 변화나 후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찬녕 교수(치매학회 총무이사)는 치매의 사회적 비용 유발과 고령화 등에 따른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증명-인식됐기 때문에 정책적 후퇴는 크지 않으리라는 평가다.

또 이 교수는 학회 활동이나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여야의원 등을 만나도, 치매 정책에 대한 지원과 해결 의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느껴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책적인 세부사항을 보면 여전히 진단에 지나치게 집중된 부분이 있어, 사례 관리 등 세부적인 영역으로 정책의 중심축이 이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차후 중증 치매환자 등을 관리할 치매안심병원 등의 발전이 치매 정책의 방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찬녕 교수는 “지역 치매환자 발굴은 이미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에 정책의 역량을 발전-변화시켜야 한다”며 “치매안심병원 등 중증치매환자와 보호자들을 전문가들이 관리해줄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우정 교수
김우정 교수

◆“치매국가책임제 발전했지만, 중증치매 기피 여전”

“치매국가책임제의 효과와 정책 등에는 긍정적 평가를 보내지만, 치매안심병원이나 치매전담형 보호시설 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중증치매환자와 가족을 지켜줄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우정 교수(前 경기도광역치매센터장)는 치매국가책임제가 환자와 보호자가 더욱 체감할 수 있는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이상행동증상에 의한 일부 요양병원 등의 환자 기피는 물론 보호자-가족 교육-지지 프로그램의 부족 등으로 가족이 짊어지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해석에서다. 

김 교수는 향후 정권 등의 변화에 따라 여러 상황은 변할 수 있겠지만, 치매에 대한 개선과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해 발전시키는 정책적 행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정 교수는 “치매국가책임제의 발전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동안의 노력이나 초점-방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법적 근거 마련 등 중앙치매센터의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건하 교수
김건하 교수

◆“늘어나는 치매관리비용 가족상담 수가 등으로 해결해야”

“과장해서 말하면 일선 병원에서는 진단과 처방 이외에는 해주고 싶어도 해줄 부분들이 부족합니다. 치매 환자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가족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합니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치매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치매가족 상담수가 등을 통한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치매의 특성상 환자가 자신을 스스로 관리하기 어렵고, 보호자나 가족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양질의 가족 프로그램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가책임제를 통해 일선 안심센터가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진단 기능에 다소 집중된 탓에 환자나 가족의 교육 등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김건하 교수는 “향후 치매관리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안심센터 등도 진단과 사례관리, 교육 등의 비중을 조정해 중증치매환자와 보호자들의 교육 스트레스를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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