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 투여 가능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 포착 
비강 투여 가능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 포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09.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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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R2/MyD88/NF-κB 신호전달 타깃, wtTIDM 및 wtNBD 팹타이드 발견

간단히 비강에 투여하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첫 단추가 끼워졌다. 기존과 같은 단순 증상 조절 용도가 아닌, 질환의 진행을 막는 치료제 개념이다. 

이제 막 실험실적 연구 단계를 밟고 첫 발을 뗀 셈이지만, 'TLR2/MyD88/NF-κB 신호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새로운 팹타이드 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는 이유에서다.

주인공은 TIDM (TLR2-interacting domain of MyD88)과 NBD (NEMO-binding domain)다. 비강으로 투약 가능한 해당 두 개 팹타이드 물질이, 뇌의 염증반응을 느리게 하고 파킨슨병에 걸린 임상용 쥐들의 뇌에서 알파 시뉴클레인(alpha-synuclein)의 축적을 중단시킨다는 결과물을 확인한 것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담은 파킨슨병 최신 임상 결과가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2021년 9월 21일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미국 시카고 러시대학 메디칼센터 신경과 Kalipada Pahan 교수는 논문을 통해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 옵션은 아직 없다. 기존 약제들은 증상 조절이 주된 목적"이라면서 "다음 연구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도출된다고 하면 굉장히 주목할 만한 진전을 가져갈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의 핵심은 이렇다. 임상 실험용 쥐를 사용하는 마이스 모델 평가에서 비강에 팹타이드 물질을 투약한 쥐들은 파킨슨병 진행이 지연되는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단백질 팹타이드가 알파 시뉴클레인의 축적을 느리게 한 것"이라며 "알파 시뉴클레인을 조절하는 기전이 뇌 보호효과 및 루이 소체 관련 신경계 질환들의 진행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TLR2/MyD88/NF-κB 신호전달 경로 따라 알파 시뉴클레인 응집 달라져"

통상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과는 다른 병리적 발생기전을 가진다.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을 주요 병인으로 바라보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파킨슨병에서는 루이 소체(Lewy bodies)로 부르는 비정상적인 알파-시뉴클레인 응집반응이 문제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실제 학계에서는 신경 뉴런과 기타 각종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알파-시뉴클레인의 과도한 응집반응이 파킨슨병 및 루이 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알파-시뉴클레인은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되어 뉴런의 기능부전 및 손상을 유발시키고, 파킨슨병 발병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단백질의 일종.

때문에 뇌 실질에서 이러한 알파 시뉴클레인의 응집을 줄이는 것이, 파킨슨병을 비롯한 루이 소체 치매, 다계통 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 이하 MSA) 등의 발병과 진행도 어느정도 감소시킬 것으로 내다보는 까닭이었다. 여기서 다계통 위축증의 경우는 비전형 파킨슨 증후군과는 명확한 감별이 필요한 희귀 신경병증이기도 하다. 

지금껏 보고된 유전자적 관점의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알파 시뉴클레인 N-말단 부위의 점 돌연변이(A53T, A30P, E46K 등 포함)가 생기거나 유전자 복제 및 삼중 복제에 의한 WT 단백질의 과발현이 아밀로이드 생성을 유도한다. 동시에 알파 시뉴클레인 중합체(oligomer) 및 원시섬유(protofibril) 응집체들이 만들어진다고 보고한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이다. 알파 시뉴클레인의 확산을 제어할 수 있는 기전을 놓고, 여전히 명쾌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실마리 정보가 던져졌다.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사전에 형성된 알파 시뉴클레인 섬유소(preformed alpha-synuclein fibrils, 이하 PFF)가 TLR2와 MyD88의 상호작용을 늘려 뇌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n vitro 연구 결과, 정상형 wtTIDM (wild type TLR2-interaction domain of MyD88) 단백질 팹타이드 매개 선택적 TLR2 억제작용은, PFF가 유도하는 미세아교세포 염증반응을 줄였다.

실험용 마이스 모델 평가에서도 일부 혜택이 관찰됐다. wtTIDM 팹타이드 및 wtNBD 팹타이드를 비강에 투약했거나, TLR2 유전자 결손이 일어난 쥐들에서는 미세아교세포의 염증을 줄이는 동시에 알파 시뉴클레인의 응집반응을 감소시키고 시냅스 가소성 및 기억의 형성 과정에 관여하는 핵인자 카파비(NF-κB)를 억제해 도파민성 뉴런을 보호했다는 대목이었다.

결론적으로, TLR2/MyD88/NF-κB 신호전달 경로에 따라 알파 시뉴클레인의 응집반응이 달라지는 한편 wtTIDM 및 wtNBD 펩타이드의 비강 투약에 의해서도 감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었다.

주목할 점은, 해당 팹타이드 물질이 작용하는 TLR2/MyD88/NF-κB 신호전달 경로였다. NF-κB는 DNA 전사과정에서 사이토카인의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복합체로, 다양한 상황에서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거나 염증반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TLR(Toll like recepter)의 경우는 인체 선천면역을 인식하고 활성화하는 자연면역체계의 최일선을 맡고 있다. 세부적으로 TLR2는 뇌 미세아교세포 및 성상세포 등 중추 신경계 손상 모델에서 흔하게 발견되기도 한다.

MyD88은 세포 신호전달 과정에서 세포와 단백질간의 가역적인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어댑터 단백질(adapter protein)로, TLR2의 활성화가 다운스트림 어댑터 단백질인 MyD88과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이 밖에도 wtTIDM 및 wtNBD 펩타이드를 투약한 쥐들의 경우는 보행(gait), 균형(balance) 등의 운동기능 평가에서도 개선된 효과를 나타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지원을 받고 진행됐다.

<논문>Dutta, D., Jana, M., Majumder, M. et al. Selective targeting of the TLR2/MyD88/NF-κB pathway reduces α-synuclein spreading in vitro and in vivo. Nat Commun 12, 5382(2021). https://doi.org/10.1038/s41467-021-25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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