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⑪
[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⑪
  • 천정은 작가
  • 승인 2021.10.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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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은 작가
천정은 작가

Part11. 오늘 하루가 특별한 이유

부자인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누구는 더 많은 부를 위해 하루를 보내고 누구는 생계를 위해 하루를 보낸다.
하루를 보내는 시간은 다 똑같다.
다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왜 라는 질문에 답하는 이유만 다르다.
나 역시 하루의 시간이 어떤 날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고, 어떤 날은 감사의 시간이기도 했다.
가족의 병간호로 1년 넘게 병원의 보호자실에서 상주했을 때의 하루하루는 죽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동료들은 대학병원의 간호사로 취업이 돼서 승승장구의 시간을 보냈다.
반면 나는 하루 종일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죽음이라는 문턱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내 눈에는 나빼고 남들은 모두 다 행복하게 보였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들이 지나고 나서 나에게 삶이란 그저 주어진 시간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쉽게 돈과 부를 쟁취한 사람도 있겠지만, 살기 위해 안간힘 쓰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양면성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늘 고민을 했다.
이왕 하루를 보내는 거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셋을 키우며 직장생활 하면서도 자격증 뿐 아니라 사회복지학과 편입도 했다.
하루의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남들 힘들다는 응급실을 지원해서 가는 건 물론이거니와, 일부러 밤 근무도 자진해서 했다.
낮에는 다른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며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그게 내가 남들과 다르게 보내는 하루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는 독서라는 무기로 나를 무장하기 시작했다.
늘 좋기만 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도 노력 없이는 평화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엄마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에도 최선의 엄마가 되기 위해 나름 애썼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독서하고 책 쓰고 출간까지 했다.
일하고 육아하고 독서하고, 책 출간까지 쉽지 않았지만 하루의 시간을 남들보다 두 배로 노력했다.
물론 성공이나 부가 따라오지는 않았지만 내 삶의 평범함을 거부했다.
나에게 하루의 시간은 물 흐르듯 그냥 흘러가는 시간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독서와 책쓰기가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다.
작은 나의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힘든 시간들이 있다.
나 역시도 그런 시간들을 보냈다.
엄마의 병환으로 늘 우울했다.
학창시절에 남들처럼 엄마의 치마폭에 살아본 적이 없다.
그때 선생님들은 엄마의 치마폭에 사는 아이들에게만 잘해주었다.
그래서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입학식 졸업식에도 짜장면 한 그릇 먹지 못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가족의 병환으로 또 한 번 우울한 시간이 다가왔다.
남들에게 지극히 평범했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그토록 어려웠던 것이었다.
직장인이 되어도 남들보다 힘든 부서에서 악착같이 버텼다.
결혼 후 아이 셋을 낳고 엄마가 되고 보니 육아 또한 힘든 시간 이었다

지금 중년이 된 나는 인생이 무엇일까?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곳의 치매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는 많은 걸 느끼며 살고 있다.
부와 권력 성공한 사람도 치매라는 병 앞에서는 아무 부질없는 게 인생이라고 말이다.
가난과 소외된 사람도 하루가 결코 고된 시간만은 아니라는 걸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의 나에게 하루의 시간을 살면서 내가 느낀 건 바로 이것이다.
하루라는 이 시간은 절대 오지 않는다.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라.
오늘이 힘들어도 나는 오늘 하루가 소중하다.
지금 있는 그대로가 소중하다.
이걸 깨닫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아픔과 고통을 견디며 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나는 모든 게 불만이었다.
남들은 시집도 잘 가서 일안하고 골프치고 다니는데..
남들은 명품관에 가서 가방도 쉽게 사는데...
남들은 몸매 관리하고 피부 관리하러 다니는데..
팔자 좋은 여자들만 보였다.
남들은 취업도 빽으로 잘도 들어갔다.
회사 생활도 공주 대접 받으며 여유로워 보였다.
반면, 나는 독박육아 뿐 아니라 워킹맘으로 늘 뛰어 다녔다.
명품관 구경도 가보지 못했다.  
보세 가방 한 개로 4년 정도 메고 다닌다.
골프는 부자인 사람이 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으로 산다.
몸매관리는 이미 늦었고, 피부는 집에서 애들 유통기간 지난 우유로 한 달에 한번 한다.
그것도 아까워서 유통기간 2-3일 지난 건 내가 마신다.
IMF때 대학 병원에 겨우 턱걸이로 들어가서 가장 힘든 과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쳤다.
회사생활 역시 주위 부정적인 사람 탓에 정신 건강이 피곤하다.
내 편이 없어서 혼자 고독하게 견디는 중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가 나에게 특별하다.
이 시간이 다시 한 번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지금의 시간이 훗날 나에게 추억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에
오늘 시간이 소중하다..
나에게 오늘은 특별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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