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⑫
[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⑫
  • 천정은 작가
  • 승인 2021.10.19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정은 작가
천정은 작가

Part12.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오늘의 시간만 남았다면 말이야..
나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야 할까?
잘나가던 CEO가 어느 날 심장마비로 돌아갔다.
힘든 시기를 지내는 연예인이 악플로 자살했다.
수험생이었던 학생이 스트레스로 자살했다.
부와 권력을 거머쥔 사장이 뇌출혈로 사망했다.
건강하던 아이가 어느 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의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도 그렇다.

우리 센터의 어르신 중 한분은 늘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힘든 시간은 지나 갈 거라고..
인생 살아보니 별거 아니라고..
오르막길도 있지만 내리막길도 있는 거라고...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그 분 역시 젊은 시절 남편을 떠나보내고 4남매를 눈물로 키웠단다.
먹을 게 없어서 보리쌀을 얻어다가 아이들을 먹이고 자신은 물로 배를 채웠다고 말이다.
자식들은 늘 배가 굶주려서 삐쩍 말랐고, 그런 자식들에게 더 먹이기 위해 정작 자신은 굶은 세월이 더 많았단다.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자식들이 하나둘 부모 곁을 떠나서 독립했다.
자신의 딸은 좋은데 시집가서 잘 살줄 알았더니 지금은 이혼해서 혼자라고 했다.
좋은 대학까지 보내고 취직도 남들 알아주는 데로 했지만, 막상 지금의 인생은 초라하다고 말이다.
밤낮으로 딸 걱정에 어르신은 잠도 못 잤다며 속앓이를 풀어냈다.
이혼한 게 뭐가 대수라고 울고만 있냐며 딸에게 모질게 채찍질을 했단다.
인생 살다 보면 힘든 시간이 지나간다며 상심한 딸이 다른 마음먹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딸은 지금 화장품 회사의 팀장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수입을 벌고 있다고 했다.
죽을 거 같이 힘든 시간도 다 지나간다.
하루하루 잘 견디다 보면 살아진다.
그게 인생이다.
울고만 있었다면, 신세한탄만 했다면 어쩔 뻔 했겠냐고 이야기한다.
자신도 혼자서 자식들 먹여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죽지 못해 살았단다.
힘든 시간을 견뎌야 사람은 단단해진다고 말한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마지막이라면 나는 무얼 해야 할까?
아마도 지금까지 잘 살아온 나를 꼭 껴안아 줄 것이다.
외로운 시간도, 힘겹게 이겨낸 시간도, 열심히 살아온 시간도 나에겐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잘했다 라고 응원해줄 것이다.
돈과 권력 성공을 쟁취하지 못했지만, 쓰러지지 않고 잘 견뎌왔던 내가 대견하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다.
요즘은 저녁 해질 무렵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이 시간만큼은 하루 중 가장 힐링의 시간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자신에게 응원하고, 나 자신을 다독인다.
그래서 내일을 견디는 힘을 비축한다.
하루를 살더라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다.
매 순간 그렇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은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대학가서는 취업을 눈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면 마음편한 날 없이 산다.
상사한테, 후배한테 치여 가며 버티는 하루하루로 산다.
스트레스는 술로 풀고 인생이 뭐있냐며 한탄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지낸 세월이 있었다.
꼴 보기 싫은 상사가 싫어서 직장생활이 힘들었고, 경쟁만 하는 동료도 싫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도 싫었다.
유일한 친구가 술이었다.
다음날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속은 울렁거렸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아니라, 술 먹는 순간만 즐거웠다.
그렇게 술과 작별을 하고 나는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글쓰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며 동네 곳곳을 돌아다닌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조건 자전거 타고 나간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고, 생각을 지우는 연습을 한다.
남이 나에게 던진 상처, 직장에 목매는 하루, 여유 없는 하루를 지양한다.
그래서 지금은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내 삶은 나의 영역이니 말이다.

직장생활 18년 차가 넘어가니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아니 마음의 근육이 단련됐다.
직장에 목매이지 않고 내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늘 하루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책도 써야지, 독서도 해야지. 자전거도 타야지.
아이들도 봐야지. 남편과 대화도 해야지.
할 일이 많다.
다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건 내 할 일이 줄어 든 게 아니라, 내가 하루를 마지막처럼 산다는 의미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나는 오늘도 마지막처럼 시간을 보낸다.
인생.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너무 목매여 살지 마.
힘든 시간 다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
우리 모두는 다 소중하다.
그러니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자.
우리 모두는 힘든 삶을 견디며 사는 중이다.
다만, 힘든 삶속에서도 살아내는 게 진정한 삶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