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똥으로 그린 그림③
[디멘시아문학상 수기부문 장려상] 똥으로 그린 그림③
  • 염성연 작가
  • 승인 2021.10.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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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성연 작가
염성연 작가

다음 날, 나는 시누이에게 전화하여 하룻낮 동안만 어머님을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병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어머님이 하는 행동은 모두 병적인 것이다. 절대로 나를 엿 먹이려고 하는 의도적 행위가 아니다. 건강하고 젊은 나는 끝까지 어머님의 인격을 존중하는 요양 보호를 해야 한다.’ 머리로는 이렇게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나도 병원 의사의 도움이 절실하였다. 

전문의와 상담도 하고, 그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도 잠깐 만나 얼굴 보고 인사말만 나누었는데 오후가 되었다. 쌓여있던 수다 보따리는 풀어 보지도 못하고 헤어졌다. 집에 있는 시누이와 어머님이 걱정되어서, 이불 속에 엿 묻어 놓고 온 아낙처럼, 물가에 어린애 놓고 온 엄마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수다를 떨 흥이 오르지 않았다. 

부랴부랴 집에 왔다. 아니나 다를까, 통곡 소리가 문밖에까지 들리었다. 문을 박차고 들어서니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엄마, 우리 같이 죽자. 이렇게 살아 뭐해. 나와 엄마가 함께 죽는다면 누구도 뭐라고 말 못 해. 그러니 엄마, 나와 같이 죽어버리자. 그래야 우리 집이 편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사람같이 살 것 같아. 우리 둘이 죽어버리자.”

시누이가 어머님을 끌어안고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기세로 설쳐대고 있었다. 혼비백산이 된 다섯 살짜리 어린 손녀가 시누이 다리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데 얼굴은 눈물인지 콧물인지 마구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기씨, 왜 이래. 아기씨까지 이러면 어떡해!” 
 “죽어야 해요, 내가 엄마와 같이 죽어야 이 집에 평화가 찾아와요. 언니, 몇 년 동안 천일도 더 되는 날들을 어떻게 견디었어요? 나는 단 하루도 이겨내지 못하고 이 난리를 치르고 있는데. 흑, 흑흑, 미안해요, 언니, 정말 미안해요.”

나는 시누이를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마음 굳게 먹고 참아요. 참다 보면 다 지나갈 거예요.”
 나는 이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낮에 있었던 일을 시누이가 이야기하였다. 시누이는 어머님이 평소에 손자 손녀들을 특별히 귀여워하시는 걸 아는지라 손녀를 데리고 왔다. 어머님은 증손녀를 보자 밝게 웃으시며 머리도 쓰다듬어주며 반가워하셨다. 증손녀가 노래하고 춤추자 손뼉도 치고 두 팔을 들고 어깨춤도 추면서 무척 즐거워하셨다. 점심도 맛나게 먹고 낮잠도 한잠 달콤히 자고 깨어났다. 시누이는 간식을 챙겨 어머님과 손녀에게 주고 음료수 가지러 주방에 들어갔다. 음료수를 들고 거실에 들어서는데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들리었다. 한달음에 달려와 보니 울고 있는 손녀의 입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웬일이야, 왜 이렇게 됐어?”

 시누이는 손녀의 볼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들여다보며 물었다.

 “왕 할머니가 그랬어요. 손가락으로 콱 이랬어요.”

손녀가 손가락으로 할퀴는 시늉을 하며 또박또박 말하였다.

 “도둑년, 우리 집에 왜 왔어. 과자 훔쳐 먹으러 왔지? 나가, 당장 나가.”

어머님의 손에는 피 묻은, 손녀의 치아 자국이 선명한 과자가 쥐어져 있었다. 간식을 나눠 먹던 어머님은 당신 것은 호주머니에 감추고 증손녀 입에 들어간 과자를 뺏다가 입까지 찢어놓은 것이었다. 

 “엄마, 어쩌면 증손녀에게까지 이럴 수가 있어요? 엄마 정신 좀 차려요.”
 “뭐야, 이 도둑년! 내 간식 훔쳐먹으러 왔지? 어서 썩 물러가. 가, 가, 어서 가!”

어머님은 시누이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무작정 밖으로 떠밀었다. 시누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내 새끼를 내가 때릴 때는 괜찮으나 다른 사람이, 그가 친아빠일지라도 혼내면 화가 난다. 남이 내 새끼를 건드리는 꼴을 절대 못 보는 것이 모성애가 아닐까. 나를 때리고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내 새끼를 그것도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손녀를 해코지하는 데는 인내성이 한계를 느꼈다. 시누이 눈에서 불이 일어났다. 

 “엄마, 내 엄마 맞아? 어찌 이리 변했소? 귀엽다고 물고 빨던 증손녀도 몰라보고, 이게 어디 사람 꼴이요! 짐승도 제 새끼는 핥아주는데 엄마 이게 뭐요!”
 “너 누구니? 오, 도둑년이로구나. 빨리 나가지 못해!”
 “엄마,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소. 엄마와 나 둘이 같이 죽으면 모두가 편안해지지 않겠소. 같이 죽어요, 죽자고.”

시누이는 그동안의 일을 얘기하면서 목놓아 운다.

 “언니, 언니가 없는 몇 시간 동안에 깨달은 바가 많아요. 엄마를 언니에게만 맡겨놓고 며느리의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녜요. 내가 이 짐을 나누어지고 엄마를 모셔야 하는데 돌봐야 할 식구들이 많아 그러지도 못하고. 언니, 우리 큰맘 먹고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이렇게 지내다간 언니가 엄마 먼저 쓰러질 것 같아요. 내가 오빠하고 상의할 테니 그렇게 해요.”

나도 힘들 때면 어머님을 요양원에 보내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어머님 보기가 죄스러워진다.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로 남아 괴로울 것 같았다. 그보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의 자식들에게 본보기는 못 되더라도 부끄럽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참고 버틸 수 있는 제일 큰 힘이었다. 

나는 시누이의 손을 잡고 간곡히 말하였다. 

 “나의 건강을 생각하는 아가씨 말씀은 고마워요. 그러나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할 거예요. 그러니 아가씨도 틈나는 대로 나를 도와주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어깨를 다독였다.

어머님은 날마다 지옥과 천국을 오락가락하는 것 같았다. 때로는 어린아이로 변하여 동화 속에서 웃고 떠들고, 때로는 지옥에서 악마와 싸우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아주 가끔 맑은 정신으로 돌아올 때가 있었다. 그런 날은 내 손을 꼭 잡고 말씀하였다.

 “내가 못 할 짓을 많이도 하는 것 같구나. 내가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였기에 하나밖에 없는 내 며느리는 꼭 딸처럼 잘해주겠다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는데, 미안하다.”

어머님 눈가가 촉촉해진다.

 “어머님, 괜찮아요.” 

쓰러질 지경으로 힘들다가도 어머님의 미안해하는 한마디 말씀에 쌓였던 고뇌가 봄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힘을 얻어 일어나곤 했다. 

내가 시집을 오자 어머님이 나를 불러놓고 당신이 시집살이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머님은 열여섯 어린 나이에 보리밥이나마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전 씨 댁으로 시집을 왔단다. 호된 시집살이를 했던 젊은 시어머니 밑에서 시어머니의 화풀이 상대나 다름없는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에 식구가 많은 친정에서 맏딸로 살다 보니 웬만한 힘든 일은 다 참고 견딜 수 있는데 먹는 걸 가지고 구박하는 것은 참기가 제일 힘들었단다. 

밥때가 되면 십여 명 되는 식구들 밥을 퍼담아 서너 상 차리고 나면 가마솥 밑굽에는 누룽지만 남았다. 물을 부어 퍼질 때를 기다려 바가지에 긁어 담아 부엌에서 한술 뜨려고 하면 윗방에서 다 먹었다고 밥상을 치우라고 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식구들이 먹다 남은 반찬에 퉁퉁 불어터진 보리밥 누룽지로나마 주린 배를 채우려고 입에 한 숟가락 떠넣고 있는데 불호령이 떨어진다. 

 “아가야, 여태 뭐하고 꾸물거리는 거야, 얼른 가서 개, 돼지죽 떠주지 않고. 사람 믿고 사는 짐승 개인데 모두 굶겨 죽일 작정이냐.”

개, 돼지 굶는 것은 걱정이나 열여섯 살 어린 며느리가 아직 밥 한술 먹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어머니였다. 

쌀을 넉넉히 씻어 밥을 조금만 많이 했으면 밥 한 그릇 남겼다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며느리가 쌀 한 됫박 소복이 퍼담으려 하면 시어머니는 옆에 딱 지키고 섰다가 반 됫박 도로 뒤주에 쏟아 넣는다. 매끼 마다 뒤주 단속을 직접하고 그러지 못할 때는 숱으로 뒤주에다 금을 그어 표시해놓았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친정에 며칠 다녀왔다. 돌아오자 쌀 뒤주부터 확인하고 쌀이 없어졌다고 야단을 쳤다.

 “너 이년, 나 없는 사이에 쌀을 퍼다 친정에 준 거 아니냐, 사흘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어? 뒤주의 쌀이 내려간 걸 좀 봐, 분명히 너 이 도둑년이 친정에 훔쳐다 준거지.”

한두 끼 부실하게 먹어도 참을 수 없는 십 대의 나이에 계속되는 굶주림은 눈이 뒤집히게 하였다. 한 번은 시어머니의 매 눈 같은 시선을 피해 밥 한 주걱 배춧잎에 싸서 물바가지에 담아 물동이 안에 넣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샘물터에 가서 바가지 속의 주먹밥을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추상같은 호령이 귀청을 때린다.

 “이년, 밥을 훔쳐다 샘물터에서 먹고 있다니. 굶어 죽은 귀신이 붙었나? 이년!”

시어머니는 늘 들고 다니는 석 자나 되는 장죽으로 며느리가 들고 있는 바가지를 내리쳤다. 바가지는 박살이 나고 놀란 며느리는 먹던 주먹밥을 떨어뜨렸다. 며느리는 굴러가는 밥 덩어리를 주우려고 쫓아가는데 시어머니가 장죽으로 밥 덩어리를 쳐버린다. 옆에 앉아 구경하던 누렁이가 제 앞으로 굴러오는 밥 덩이를 웬 떡이냐 하며 냉큼 물어 꿀꺽해버렸다. 도둑년 소리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웠던 어린 며느리는 흙 묻은 밥이라도 주워 먹으려 했다. 그 속을 모르는 누렁이는 굴러오는 밥 덩어리 삼키고 좋다고 꼬리를 흔든다. 그날따라 며느리 행동거지가 수상하여 샘물터까지 살그머니 미행한 시어머니였다. 며느리는 빼도 박도 못하고 진짜 도둑년이 되고 말았다. 도둑년 소리는 어린 가슴에 영영 뽑을 수 없는 대못으로 박혀버렸다. 

힘든 시집살이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정신을 놓기만 하면 주위 사람 모두가 도둑으로 보이는 도둑 망상증에 걸려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고 자식에게까지 상처를 줄까. 어린 나이에 눈칫밥을 먹으며 배가 고팠던 기억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먹을 것에 그렇게 집착할까. 어머님은 어쩌면 가슴에 박혀있는 대못을 이승에서 뽑아버리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떠나려고 인생의 막바지 길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어머님 가슴속에 한을 풀어드리고 박힌 대못을 뽑을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바탕 난동을 부리고 지쳐 쓰러져 잠든 어머님을 바라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어머님이 시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서 배불리 먹고 살아왔더라면 치매라는 몹쓸 병에 걸렸더라도 음식 탐을 심하게 하는 증상은 없지 않았을까. 증손녀의 손에서 닭 다리를 빼앗아 먹고, 입안에 들어간 과자를 뺏느라 입을 찢는 일은 없진 않았을지. 비록 자식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딸은 쌀 훔치러 온 도둑, 아들은 돈 훔치러 온 도둑이라고 빗자루 거꾸로 쥐고 내쫓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같은 여자로 태어나 같은 집에 며느리로 들어왔는데 왜 먼저 들어온 텃세를 그리도 모질게 부리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어머님은 그런 옛 시어머니 노릇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쓰시는 분이었다. 내 얼굴에 수심이라도 낀 것 같으면 따져 물었다.

 “얘야, 너 무슨 일 있니? 감추고 혼자 속 썩이지 말고 이야기해라. 이 어미는 언제나 네 편이야.”
 “친정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게 말해라. 힘 닫는 데까지 도와줄 테니까.”

나는 어머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이 세상 그 누구의 가슴보다 넓고 따스한, 인정이 넘쳐 흐르는 품이었다. 

아침부터 햇빛이 쨍쨍한 하늘이다. 태양은 구석구석 어두운 곳 없이 밝게 비추려고 높이 떠 있다. 어머님의 기분도 쾌청한 날씨처럼 아주 맑아 보인다. 아침을 먹고 한 시간 남짓이 그림도 그리고 윷놀이도 하면서 웃고 떠들었다. 오늘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달력을 보니 정해진 목욕 날이라 목욕을 시켰다. 욕조에 들어갈 수 없어 의자에 앉히고 샤워기로 따뜻한 물을 끼얹으며 비누로 살살 문지르는데 뼈에 말라붙은 얄따란 살가죽은 만지기만 해도 깊은 주름을 만들며 밀려다닌다. 발목은 아기 손목만큼 가느다란데 앙상한 뼈마디가 건드리기만 해도 삐걱거린다. 빈속에 매운 생마늘을 먹은 것처럼 내 가슴이 짜르르 아려온다.

마른 목욕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나와서 소파에 앉혔다. 손톱깎이를 찾아 손톱 발톱을 깎아드렸다. 깎은 부스러기를 종이에 싸서 옆에 놓았더니 어머님이 그것을 집어 주머니에 챙기신다. 겉옷을 입히고 반지 목걸이를 걸어드리려는데 어머님이 내 손에서 목걸이를 빼앗아 내 목에 걸어준다. 

 “어머님, 반지를 내 목에 걸어놓고는 나에게 도둑맞았다고 하려고요?”
 “아니야, 너 나 때문에 고생 많았다. 내 딸도 못 하는 일을 네가 해냈다. 내 오늘 정신이 말짱할 때 너에게 이 반지를 물려준다. 이것으로 그동안 고생하고 속 썩은 것이 보상되겠냐마는 너에 대한 나의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해라. 너는 내 며느리야, 아니, 내 딸이야.”
 “어머님!”

나는 목이 메어 어머님을 끌어안았다. 어머님은 나보다 한 뼘이나 더 큰 키에 풍채가 좋은 몸매였는데 작은 내 품에 쏙 들어오는 가볍고 왜소한, 불량(?)아기로 변해있었다. 나는 안았던 어머님을 살며시 소파에 뉘어드렸다. 그동안 쌓였던 설움과 원망을 씻어내리려는 듯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모든 시름을 놓아버린 듯 어머님은 조용히 누워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어머님의 팔다리를 가볍게 안마해 드렸다. 이윽고 코 고는 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나도 어머님 머리맡에 앉아 비스듬히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어머님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갑자기 밖에서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진다. 나는 햇빛 소독을 하려고 밖에 널어놓은 어머님 속옷들이 젖을까 봐 밖으로 뛰어나갔다. 비는 언제 내렸냐는 듯 뚝 그치고 햇살이 영롱하다. 하늘을 바라보니 무지개가 곱게 떠 있다. 하늘 높이 닿아 있는 무지개다리 위로 선녀가 잠자리 날개 같은 투명한 날개옷 입고 내려오더니 소복 차림의 한 여인의 손목을 잡고 무지개다리로 오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어머님이었다. 어머님은 한 손은 선녀에게 맡기고 다른 한 손은 나를 향해 흔드신다. 어머님은 미소를 머금고 머리를 끄덕이며 서서히 무지개와 함께 하늘로 사라졌다.

 “어머님! 어디로 가세요!”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목청껏 소리질렀다. 내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꿈이었다.

어머님을 바라보니 여느 때와 다르게 너무 조용하고 안정적인 것이 이상한 것 같았다. 

 “어머님, 어머님, 어머님!”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어머님, 어머님!” 

어머님의 두 어깨를 잡고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지 않는다. 너무 깊은 잠에 빠지셨나, 어머님의 손을 잡아 일으켜 보아도 일어나지 않는다. 잡은 손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간다. 그렇게 어머님은 깊은 잠에 빠져 일어나지 않는다. 어머니의 얼굴은 평온하였다. 감고 있는 눈과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꽈르릉, 땅!”

우렛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번개가 하늘을 찢고 지나간다. 그 자리에 무지개가 커다란 호를 그리며 땅에 닿았다. 

어머님을 모시려고 선녀가 곧 내려올 것 같다.

 “어머님, 잘 가세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요.”

나는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곱게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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