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 오랜 다발경화증약 주목하는 이유?
알츠하이머 치료, 오랜 다발경화증약 주목하는 이유?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1.09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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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전 밝힌 첫 비임상, 아밀로이드 병리 및 뇌 미세아교세포 변화 연관성 포착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 성분의 오리지널약 코팍손.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 성분의 오리지널약 코팍손.

'다발경화증 분야에 광범위하게 처방되는 블록버스터 약물을 활용해 알츠하이머까지 관리한다?'  

신경염증과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용도로 널리 사용되는 다발경화증약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glatiramer acetate, 오리지널 제품명 코팍손)' 주사제를 놓고 일단, 가능성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아직은 비임상연구 단계로 첫 걸음마를 뗀 격이지만, 평가 결과 실험용 쥐들의 인지행동을 개선하는 한편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의 비정상적 변화를 감소시키고 뇌내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활성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관찰된 것이다.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를 사용해 알츠하이머병의 개선 혜택과 병리적 변화를 평가한 최신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Neuroscience 2021년 10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의 중심에 선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 피하주사제. 해당 치료제는 재발완화형 다발경화증(RRMS) 환자에 재발 빈도를 줄이고, 재발 시 동반되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혜택이 인정받고 있다.

책임저자인 미국 로체스터대학 델몬트신경과학연구소 M. Kerry O’Banion 교수는 "기억상실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삶의 질을 고갈시키는 특징적 증상 중 하나"라며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질병으로 인한 인지저하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은 치료제 개발에 주된 목표기도 하다"고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다발경화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가 마이스 모델 평가 결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면서 "특히 뇌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미세아교세포의 활동 변화와 인지행동 증세를 개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앞선 연구에서도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가 알츠하이머병 마이스 모델에 뇌 병리학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들을 제시했지만, 정확한 기전 만큼은 밝히지 않았다"며 "이번 분석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감소와 타우 단백의 변형, 알츠하이머병의 분자적 특징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Dcstamp 상향조절 및 미세아교세포 활성화, RNA 발현 변화 주목"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발병기전으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과 타우 단백 엉킴현상은 신경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핵심요인으로도 알려졌다. 

연구는 이러한 유력가설을 놓고, 다발경화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염증 및 면역조절제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의 잠재적 혜택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잡았다.

무엇보다 해당 치료제가 골수성 세포(myeloid cell)의 활성화와 보조 T세포(helper T cell, Th cell) 제2형에 작용한다는 기전상의 이점을 근거로,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의 병리적 변화와 미세아교세포의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한 것이다.

먼저 연구에 사용된 실험용 쥐는 '3xTg AD 마이스' 모델을 이용했다. 해당 마이스 모델은 뇌내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과 함께 타우 단백의 과인산화가 진행됐으며, 인간 APP Swedish를 비롯한 MAPT P301L, PSEN1 M146V 등에 유전자적 변이가 발현된 경우였다.  

아울러 해당 마이스 모델은 15개월 가량 된 암컷 쥐들로, 특정 유전자를 이식시키지 않은 마이스 모델(non-transgenic mice)과의 직접 비교를 통해 변화 정도를 파악했다.

연구팀은 해당 연령의 마이스 모델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았다. 여기서 "아밀로이드의 병리적 변화와 타우 인산화반응이 명확하게 관찰되는 시점이 15개월"이라고 언급한 것.

이렇게 선정된 3xTg AD 마이스 모델을 대상으로 8주간 매주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 피하주사를 진행케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의 잠재적 치료 혜택을 추론해볼 수 있는 5가지 특징들이 관찰됐다. 

먼저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를 투약한 마이스 모델에서는 인지행동이 개선됐다. 더불어 아밀로이드 축적이 감소됐으며, 타우 단백의 인산화에도 어느정도 영향력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타우 단백의 표현형 변화를 놓고 면역조직화학염색(immunohistochemistry) 검사상 특징적인 변화가 관찰된 것. 다만, 단백질 사이의 특이적인 상호작용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검출해내는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검사상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는 뇌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와 분자 형택적 변화를 유도했으며, RNA 발현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면역반응과 관련,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를 주사한 마이스 모델의 경우 말초 신경에 CD4+ Th 세포의 분포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면역 T세포의 활성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시사한 것인데, 통상 보조 T세포의 세포막에는 CD4 단백 인자가 위치한다. 이를 CD4 T세포라고 지칭하며, 이들은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 이하 APC)가 세포막에 손상된 항원을 올려놓으면 Th 세포가 이를 인식하도록 유도해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 치료는 3xTg AD 마이스 모델에서 분명한 혜택을 보고했다"며 "일부 타우 단백의 병리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확실치 않았으나 인지행동을 개선시키고 베타 아밀로이드 병리적 변화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Dcstamp의 상향조절(upregulation)을 특징으로 하는 미세아교세포의 분자 형태적 변화 및 RNA 발현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논문>Dionisio-Santos DA, Karaahmet B, Belcher EK, Owlett LD, Trojanczyk LA, Olschowka JA and O’Banion MK (2021) Evaluating Effects of Glatiramer Acetate Treatment on Amyloid Deposition and Tau Phosphorylation in the 3xTg Mouse Model of Alzheimer’s Disease. Front. Neurosci. 15:758677. doi: 10.3389/fnins.2021.758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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