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헬름 치료적 혜택 "불확실"…미국 학계 입열었다
아두헬름 치료적 혜택 "불확실"…미국 학계 입열었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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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N 입장문 발표 "유효성 논란 및 부작용 정보 환자에 모두 공지해야"

글로벌 승인이 가장 앞섰던 미국 학계조차 알츠하이머 치매 최초의 표적 항체 신약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치료적 혜택에는 "불확실성"을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 

아두헬름의 제한적 치료 혜택에 무게추를 두는 한편, 환자 상담시 해당 약물이 가진 유효성 논란을 비롯한 중증 부작용 정보를 빠짐없이 공지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이하 AAN)가 아두헬름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새롭게 발표했다. 해당 입장문은 발표와 동시에 학회 저널인 Neurology 2021년 11월 17일자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무엇보다 올해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아두헬름의 최종 시판허가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승인이 가장 빨랐던 지역인 만큼, 미국 학계의 이번 담화문에는 이목이 쏠린다.

미국신경과학회는 아두헬름을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는 약물로 언급하며,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에 보다 정확한 약물 사용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 성명서를 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치료 시행을 위해 환자 사전동의에 대한 윤리적 고려사항 및 권고사항을 모두 포함시켰다"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는 아두카누맙 사용과 관련한 유효성 및 이상반응 논란, 불확실성 이슈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은 관리가 난해한 질병으로 최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의료진이 치료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환자 및 가족 보호자들과 열린 소통을 하는 데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학회 입장문 발표가 유럽 허가당국의 아두헬름 승인 반대 우세 소식이 전해지던 날 진행됐다는 대목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전문가 패널 투표 결과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동일 시점에 공개가 됐다.

이는 최근 아두헬름을 투약하던 고령 환자가 미세출혈 및 뇌부종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중증 부작용 문제로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된 데다 실효성 및 안전성 이슈, 비싼 약값 문제 등 계속해서 적잖은 논란을 키워나가는 현 상황과도 결부된다. 

#AAN "치료적 혜택 알 수 없어…출혈 등 부작용 모니터링 적극 실시해야"

학회 입장문에는 아두카누맙(아두헬름의 성분명)의 유효성 부족 논란이 그대로 적시됐다. 그 근거로, 미국FDA 허가에 토대가 된 랜드마크 임상(EMERGE 및 ENGAGE 연구) 두 건을 도마에 올렸다. 

아두헬름(아두카누맙).
아두헬름(아두카누맙).

ENGAGE 연구는 유효성 입증 문제로 실패했으나, EMERGE 연구의 경우 고용량 투여군 일부에서 다소 미미한 개선효과가 확인되기는 했다. 이것이 아두카누맙 가속승인의 시발점이자,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실제 해당 임상을 짚어보면, 아두카누맙 고용량 투여군(10 mg/kg)은 대조군 대비 임상치매척도(CDR-SB)로 평가한 치매 증상이 23%만큼 덜 악화됐다는 실마리 정보가 확인됐으나 후속으로 진행한 사후분석(post-hoc analyses) 결과, 일부 고용량 치료군을 제외한 나머지 임상 데이터에는 이점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를 반영한듯 미국 시판허가 당시에도 FDA 자문위원회 논의는 승인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11명의 자문위원 가운데 8명이 아두카누맙의 유효성 인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 하지만, 여러 진통 끝에 FDA는 결국 지난 6월 7일 가속승인제도(Accelerated Approval Pathway)를 통해 아두카누맙의 조건부 승인(임상4상 시판후조사 제출 조건)을 마무리지었다.

학회는 이에 "(아두카누맙의 경우) 단일 임상에서 얻어진 작은 통계적 이점이 임상적으로 중요한지, 아직 명쾌히 알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두카누맙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바이오마커로 지목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잡고 있으나, 이것이 과연 임상적으로도 의미있는 치료적 혜택을 제공하는가엔 확실한 결론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학회는 "아두카누맙의 허가용량을 투약받은 환자의 3분의 1 이상에서 뇌 염증 및 출혈 발생과 관련이 있었던 만큼 적극적인 뇌 MRI 영상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다.

따라서 이 같은 유효성 이슈와 이상반응 모니터링 문제의 경우, 반드시 처방 전 환자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못박았다.

학회는 "아두카누맙은 인지기능을 회복시키지 않는다. 또 중등도이거나 진행성 치매 환자, 베타 아밀로이드반 소견이 없는 인원들에 처방하기에도 임상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면서 "치료를 결정할 때 이러한 모든 정보를 환자와 가족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에 참여한 인원 중에는 라틴계나 흑인의 참여 비율이 극소수에 그치는 등 인종 분포에도 차이를 보인다"며 "임상 참여가 적었던 인종의 환자들에서는 아두카누맙의 안전성 및 효능 근거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공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계 전문가들도 아두헬름의 비싼 약값 논란에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물임에도 연간 5만 6,000달러(한화 6,657만원 수준)로 책정된 아두헬름의 가격에는 의문이 따른다는 이유. 더욱이 해당 가격에는 약물 주사비용 및 영상 모니터링, 이외 의료관리 부대비용 등이 모두 빠진 순수 약값이라는 데 보험(미국 메디케어) 재정에도 악영향이 클 것이란 의견이다.

미국신경과학회는 "실제 환자별 아두카누맙의 처방비용은 연간 10만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통상 메디케어가 80%를 부담하므로 환자와 가족들도 아두헬름으로 치료를 받을 시 전액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장문 전문>Decisions With Patients and Families Regarding Aducanumab in Alzheimer Disease, With Recommendations for Consent: AAN Position Statement. Winston Chiong, Benjamin David Tolchin, Richard J Bonnie, Katharina Busl, Salvador Cruz-Flores, Leon G Epstein, Ericka P Greene, Judy Illes, Matthew Kirschen, Daniel G Larriviere, Sneha Mantri, Michael A Rubin, Barney J. Stern, Lynne P. Taylor, Ethics, Law, and Humanities Committee (a joint committee of the AAN, ANA, and CNS) Neurology Nov 2021, 10.1212/WNL.0000000000013053; DOI: 10.1212/WNL.000000000001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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