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 새로운 선택지 '알파-엔도설핀' 가능성은?
알츠하이머 치료 새로운 선택지 '알파-엔도설핀' 가능성은?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2.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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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KEN 첫 발표, 네프릴리신 활성화 "알파 엔도설핀-KATP 메커니즘 규명"

알츠하이머 예방전략으로 뇌 신경펩타이드 전달과정에 주목한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던져졌다.

여기서 주요 조절인자로 거론된 '알파-엔도설핀(α-endosulfine)'은 최신 연구를 통해 노인 알츠하이머 발병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해당 물질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의 이화작용을 유도하는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신호전달 과정에 있어 '네프릴리신(neprilysin)' 효소 조절에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평가다.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시행한 첫 분석 결과, 알파-엔도설핀을 제거하거나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할 경우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뇌의 물리적 변화가 감소하고 기억력 일부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전략으로 뇌신경전달물질간 분자적 연결고리를 파악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뇌과학센터의 연구 데이터가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 2021년 11월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논문명: Somatostatin-evoked Aβ catabolism in the brain: Mechanistic involvement of α-endosulfine-KATP channel pathway).

연구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알츠하이머 발병을 놓고 성장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대표적 신경전달물질인 소마토스타틴과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네프릴리신의 조절 메커니즘이 새롭게 규명된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소마토스타틴 수치 감소에 따른 네프릴리신의 감소였다. 통상 노화가 진행될수록 소마토스타틴과 네프릴리신 수치는 모두 낮아지게 되는데, 이는 노인성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일단 해당 비임상연구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마우스 모델에서의 분자적 변화과정에 초점을 잡았다. 연구팀은 "해마 뉴런에 의해 생성된 배지에서 네프릴리신의 조절자를 선별해낼 수 있는 시험관 내 환경을 조성해야 했기에 연구의 시행단계부터 어려움이 컸다"면서 "실험 결과 알파-엔도설핀은 네프릴리신의 활성을 감소시켰고 소마토스타틴이 결핍된 마우스 모델의 뇌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소마토스타틴은 알파-엔도설핀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고 네프릴리신의 수치를 높게 만들어 베타 아밀로이드가 비정상적으로 침착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었다.

#"알츠하이머 발병 알파-엔도설핀 발현 증가"…네프릴리신에 음성조절자 역할 예상 

출처: 일본 RIKEN 전경(홈페이지). 

알츠하이머 발병에 핵심가설 중 하나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비정상적인 뇌 침착을 지목하는 '아밀로이드 가설'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소마토스타틴의 작용을 주목했다. 

소마토스타틴의 경우 네프릴리신에 의한 단백질 분해(neprilysin-catalyzed proteolytic degradation) 과정을 강화하고,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이화작용(catabolism)을 조절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화작용은 체내에 있는 고분자 유기물을 보다 간단한 형태의 저분자 유기물이나 무기물로 분해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관건은 소마토스타틴 신호전달 과정에 있어 네프릴리신의 활성에 관여하는 신규 물질인 알파-엔도설핀을 발견했다는 대목.

RIKEN 연구팀은 "소마토스타틴이 네프릴리신의 활동을 조절한다는 메커니즘 규명작업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실험실적 분석을 통해 신호전달 경로에 관여하는 신규 물질을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핵심 조절자로 알파-엔도설핀을 지목했다. 알파-엔도설핀은 'ATP에 민감한 칼륨채널(ATP-sensitive potassium channel, 이하 KATP)'의 내인성 단백질 리간드(endogenous ligand)로서 소마토스타틴 신호전달 과정에서 네프릴리신의 작용에 음성조절자(negative regulator) 역할이 기대된다는 얘기였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마우스 모델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의 알파-엔도설핀 발현은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네프릴리신은 해당 알파-엔도설핀의 분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동시에 네프릴리신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질 의존적 보상기전(substrate-dependent feedback)이 예상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더불어 네프릴리신의 활성을 조절하는 KATP 채널의 특정 하위유형(subtype)을 발견한 것도 이번 연구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KATP 채널을 표적으로 하는 약리적 개입이 뇌 베타 아밀로이드의 침착을 약화시키는 한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마우스 모델에서는 네프릴리신의 활성화를 통해 손상된 기억 기능의 일부를 개선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설검증을 위한 마우스 모델에서 고혈압과 저혈당 관리에 사용되는 약물인 '디아족사이드(diazoxide)'를 투약했다. 해당 약물은 KATP 채널과 네프릴리신을 활성화시키는 작용기전을 가진다. 그 결과, 디아족사이드를 투약한 마우스 모델에서는 네프릴리신 활성화를 통해 기억장애 및 베타 아밀로이드반 침착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저자인 일본 RIKEN 뇌과학센터 Naoto Watamura 박사는 "알파-엔도설핀은 기억을 만들고 회상하는 데 관여하는 뇌 해마의 칼륨 채널을 차단하는 작용기전을 가진다"며 "이번 발견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기 위한 대체전략으로 KATP 채널과 네프릴리신 활성화 사이의 분자적 연결고리를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KATP 채널에 작용하는 합성 약물이 상용화될 경우 올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속허가를 획득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약 아두카누맙(aducanumab)과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고, 고령화시대에 사회적으로도 수용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이화학연구소 RIKEN은 1917년 과학기술 관련 연구 및 대중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연구소다. 대학 및 기업과의 공동, 수탁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연구성과와 관련한 특허 및 지적소유권을 산업계에 이전하는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논문>Watamura, N., Kakiya, N., Nilsson, P. et al. Somatostatin-evoked Aβ catabolism in the brain: Mechanistic involvement of α-endosulfine-KATP channel pathway. Mol Psychiatry (2021). https://doi.org/10.1038/s41380-021-01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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