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명칭 변경 찬반 팽팽…사회적 효용성 vs. 사회-의학 합의 부족
치매명칭 변경 찬반 팽팽…사회적 효용성 vs. 사회-의학 합의 부족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1.12.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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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개정의 대원칙은 동의-명칭과 합의과정 등은 이견
▲보건복지부와 함께하는 치매병명 개정토론회

치매명칭 변경을 두고 각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효용성이 충분하다는 찬성 의견과 사회적 합의나 의학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치 중이다. 

과거 치매명칭 변경 시도와 달리 이번에는 치매국가책임제 등 정책-사회 분위기 고조로 기대감도 커졌지만, 결국 합의 부족으로 명칭 변경은 후일을 기약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 주최로 열린 ‘보건복지부와 함께하는 치매병명개정 토론회’를 통해 치매 관련 단체들은 명칭 변경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참석자들의 찬반을 살펴보면 사실상 2:2로 비슷한 수준의 입장차를 보였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대한변호사협회는 찬성, 치매학회는 반대, 치매가족협회도 시기상조 의견에 따른 유보로 사실상 반대 입장에 가까웠다. 

복지부 김지연 치매정책과장

먼저 복지부는 치매명칭 변경에 대한 공론화 작업은 꾸준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2014년 진행된 치매용어 거부감 조사 당시 40%를 기록했고, 2021년 진행된 조사에서는 43% 가량이 나와 치매 용어에 대한 거부감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복지부 김지연 치매정책과장은 “향후 대표성 있는 단체로 TF를 구성하는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가장 좋은 용어를 고르는 선정 과정을 걸쳐 명칭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칭 변경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의료 전문가단체인 치매학회는 학술대회 등을 통해 수차례 밝혔듯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에 무게를 뒀다. 

사회적 합의 부족은 물론 단순 치매 명칭 이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의학적 진단명에 대한 변경까지 논의 과정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 

과거 조현병 명칭 변경 사례를 들어 현재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 조현병 사례를 치매에 대입할 경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명칭 변경(명칭 안정성) ▲사회적 효용성 (사회적 편견 해소는 물론 미래의 새로운 편견 유발 금지) ▲의료적 효용성 강화(의사 간 소통 문제 유발 금지-의료적 접근성 강화) 등이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 치매 명칭 변경은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치매학회 최호진 정책이사
치매학회 최호진 정책이사

최호진 이사는 “찬성 입장을 보면 사회적 효용성에만 너무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적 효용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치매가족협회장도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치매국가책임제와 민간 치매보험의 확대 등 사회 전반에서 치매를 지원하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현재 법안으로 제안된 인지흐림증은 합의 과정이나 분위기 등에 부족한 명칭이라는 지적이다. 

김성희 치매가족협회장은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정신과나 신경과 등 전문가들의 의견 반영은 부족하다”며 “우선은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 대책이 더욱 촘촘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찬성 의견을 밝힌 단체를 보면 역시 사회적 효용성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를 대표해 참석한 이윤우 수석대변인은 공론화나 사회적 합의 과정은 원론적인 이야기로 구체적 결과 도출을 진행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지적했다. 

대부분의 법 개정 사례를 보면 사회적 합의 과정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어 치매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승적 관점에서 명칭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윤우 수석대변인은 “치매 명칭에 대한 문제 의식은 충분히 모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과정보다는 문제의식을 인식하고, 꾸준히 명칭 변경을 추진하자는 행동의 발현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임재경 사무총장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임재경 사무총장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치매명칭 변경 찬성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현병 사례를 보면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들이 유발됐기 때문에 치매 명칭도 이에 상응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실제 치매가 현실에서 사용되는 부분들이 부정적인 면이 많고, 요양보호사 등 현장 근무자들도 이 같은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임재경 사무총장은 “조현병 명칭 변경으로 현장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고 실제로 느낀 한 사람으로 치매 명칭 개정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강한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치매명칭 변경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꾸준히 진행되는 만큼, 치매 명칭변경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는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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