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노출…치매 발병 연관성 생각보다 크지 않다?
고엽제 노출…치매 발병 연관성 생각보다 크지 않다?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1.12.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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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그룹 비노출군 대비 시공간-인지기능서 우수 결과 보여

고엽제 노출이 치매 발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기존 발표와 다소 상반된 결과가 발표되면서 눈길을 끈다. 아직 치매로 진행되지 않은 그룹의 인지기능에 대한 고엽제 노출 효과를 비교한 결과 노출 그룹이 비노출 그룹 대비 시공간 및 기억 기능 평가 등 일부 테스트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은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연구는 고엽제 노출로 인해 이미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을 비교했던 기존 연구와 달리 초기 인지기능 변화를 신경심리검사로 비교함으로써 고엽제 노출 여부와 무관하게 치매가 진행된 환자로 인한 선택 편향을 배제한 채 진행됐다. 

최근 중앙보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진희 전문의(제1저자) 등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에 '고엽제 노출군과 비노출군 노인 신경인지기능 검사 결과 비교’를 발표했다. 

앞서 2018년 6월경 치매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Plasma Oligomeric Beta Amyloid in Alzheimer's Disease with History of Agent Orange Exposure(고엽제 노출 이력이 있는 알츠하이머병의 혈장 올리고머 베타 아밀로이드)’ 논문과 상반된 결과다. 

해당 논문은 정상 대조군 환자와 비교해 혈장 Aβ 올리고머 농도는 고엽제 노출의 과거력에 관계없이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더 높았고, 고엽제에 노출된 환자의 Aβ 올리고머 농도는 고엽제에 노출되지 않은 알츠하이머 환자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고엽제에 노출되지 않은 환자보다도 노출된 환자의 Aβ 올리고머 농도가 유의하게 높아 고엽제가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물론 두 연구 간의 중요한 차이는 있다. 이번 연구는 치매로 진행되지 않은 군을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비교했고, 지난 연구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혈장 올리고머 베타 아밀로이드 농도를 비교한 연구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1년 1월 1일부터 2019년 10월 31일까지 중앙보훈병원에서 인지기능에 대한 평가를 한 번이라도 시행했던 652명을 대상으로 의무기록분석을 시행했다. 

대상자 중 정신질환의 진단과 조증 또는 경조증 에피소드, 조현병, 망상장애, 섬망,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1 이상의 치매 등의 대상자 55명을 제외하고, 인지기능에 영향을 고려해 단축형 노인 우울척도(Short form of Geriatric Depression Scale) 6점 초과자 210명을 제외해 총 387명을 분석했다. 

387명 중 대조군은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 종류)에 피폭된 사람들과 피폭되지 않은 사람들로 나눠 두 곳 모두 한국판 CERAD와 SNSB-II(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2nd Edition) 등 신경심리학적 배터리로 평가했다. 

연구 대상자 기준을 만족하는 환자 387명 중 비교를 시행한 총수는 각각 노출군 301명, 비노출군 86명이었다. 연령의 중위수는 비노출군이 73세, 노출군이 70세였고 두 군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U=16310, p<0.001), 교육수준(년)의 중위수는(U=121312, p=0.369)은 모두 12년으로 동일했다. 

또 단축형 노인 우울척도의 중위수도(U=13060, p=0.897) 두 군 모두 2점이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아니었으며, MMSE-KC의 경우 두 군 모두에서 중위수는 27점으로 같았으나 1사분위수가 노출군이 26점, 비노출군은 25점으로 노출군이 소폭 높았다. 

다만 연령, 교육수준(년), MMSE-KC, 임상치매척도점수를 통제한 공분산분석결과 레이 복합도형 검사 시행 항목에서 고엽제 노출군이 비노출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다. 

레이복합도형검사(Rey-Osterrieth complex figure test, RCFT)는 성인과 아동의 전두엽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로 신경계적 이상이나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한 인지기능의 문제 여부를 평가한다. 

연구진은 고엽제 노출군과 비노출군 간의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고엽제 노출군에서 뇌 혈관성 질환에 의한 인지기능 저하 소견의 비율이 적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곧 고엽제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정도가 일반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정도보다 우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조심스럽게 해석할 수 있겠다는 결론이다. 

다만 이번 연구가 남녀 성별 구별이 이뤄지지 않은 점, 인지기능검사를 단면적, 후향적으로 비교했고 이후 추적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고엽제 노출 여부에 따른 인지기능 변화를 관찰하거나 노출의 추후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제한점으로 봤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와 더불어 향후 고엽제 노출에 있어서 더 충분한 대상자를 기반으로 한 비교 추적 연구는 고엽제 노출이 인지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엽제는 초목을 고사시키는 제초제다. 농약의 용도상 분류에서 낙엽제(落葉劑)에 해당하는 것을 고엽제라고 속칭하지만, 흔히 미국군이 베트남전쟁 당시 밀림에 다량 살포한 2·4·5-T계와 2·4-D계를 혼합한 제초제를 가리킨다. 

<비교 논문> 
◆Han S, Choi J, So HS, Choi H, Jeon HJ, Kim J, Kim K. 고엽제 노출군과 비노출군 노인에서의 신경인지기능 검사 결과 비교.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2021 Nov;60(4):346-353. https://doi.org/10.4306/jknpa.2021.60.4.346

◆Yang Y, Giau VV, An SSA, Kim S. Plasma Oligomeric Beta Amyloid in Alzheimer's Disease with History of Agent Orange Exposure. Dement Neurocogn Disord. 2018 Jun;17(2):41-49. doi: 10.12779/dnd.2018.17.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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