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운동증세, 병용약물 선택지 '최적 조합 따로 있다?'
파킨슨병 운동증세, 병용약물 선택지 '최적 조합 따로 있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1.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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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작용제VS재흡수억제제 "무승부"…MAO-B 억제제 "운동 개선 우월"

파킨슨병 환자에 병용약물 선택지를 놓고, 약물 간 '헤드투헤드(Head-to-Head)' 방식으로 유효성을 저울질한 최신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현행 '도파민 작용제'와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 보조요법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연구 결과로 주목된다.

무엇보다 '레보도파(levodopa)'에 의해서도 증세가 조절되지 않는 파킨슨병 관련 운동동요(motor fluctuations) 및 이상운동증(dyskinesias)에 대한 병용 치료제들의 효과를 저울질한 결과였다는 대목. 

일단, 해당 두 기전의 약물들 사이엔 이렇다할 효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파민 재흡수 억제기전을 가진 계열약 가운데에서는 'MAO-B 억제제'가 'COMT 억제제' 계열약에 비해 운동능 개선혜택이 앞서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에서 병용·보조요법으로 도파민 작용제와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의 유효성을 직접 비교한 새로운 분석 데이터가 국제학술지 JAMA Neurology 2021년 12월 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분석 연구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39개 항목의 파킨슨병설문(39-item Parkinson's Disease Questionnaire, 이하 PDQ-39)을 통해 운동능 점수를 비교한 결과, 도파민 작용제(로피니롤 및 프라미펙솔 등)를 보조요법으로 투약한 파킨슨병 환자들에서는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MAO-B 억제제 및 COMT 억제제 계열)를 사용한 환자들에 비해 PDQ-39 지표가 2.4점 높게 나오기는 했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도파민 작용제와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가 가진 병용 유효성에는 '우월성'을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었는데, 주목할 점은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 계열약 사이에선 치료제의 혜택이 갈렸다는 부분이다. 특히 일부 운동 증상 점수를 비교했을 때, 뇌내 도파민 대사에 작용하는 'MAO-B 억제제(모노아민 산화효소 B형)'를 사용한 환자들에서는 'COMT (catechol-o-methyltransferase) 억제제'를 투약한 환자들에 비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보고했기 때문이다.

책임저자인 영국 옥스포드대학 의료통계학과 Richard Gray 명예교수는 논문을 통해 "흥미롭게도 임상참가들에서는 MAO-B 억제제를 보조요법으로 추가하는 것이, 더 비싼 도파민 작용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큼 효과적으로 나타났다"면서 "유효성에 차이가 작기에 보다 저렴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쪽이 비용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전 포인트1. 5년 추적관찰, 도파민 작용제 및 MAO-B, COMT 억제제 저울질

통상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1차 치료전략으로 레보도파를 사용했음에도, 이상운동증 및 운동동요 증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때문에 해당 증세 조절을 위해, 도파민 작용제나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 기전에 속하는 MAO-B 억제제 및 COMT 억제제 등의 보조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도 약물간 혜택을 두고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특히 MAO-B 억제제의 경우, 단독 또는 레보도파와의 병용요법을 통해 운동동요 증상과 이상운동증을 개선시키고, 레보도파의 총 투약용량을 낮추며 휴지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보도파 및 도파민 작용제에 비해 초기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완화 효과는 다소 약할 수 있으나, 운동성 합병증 발생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낮다는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관건은, 그동안 보조약제 선택에 있어 이러한 도파민 작용제나 MAO-B 억제제, COMT 억제제 등 대표적인 계열 약물의 유효성을 직접비교한 임상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레보도파 사용에도 불구, 운동 증세 합병증이 나타난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약물 비교 평가를 진행했다. 임상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73세로, 62.8%가 남성이었다. 각 치료군에 포함된 환자 특성은 유사했다.

연구에는 도파민 작용제를 비롯한 COMT 억제제 또는 MAO-B 억제제를 투약한 환자들이 포함됐다. 다만, 해당 임상의 경우 추적관찰기간이 길고 치료제의 용량 조정이 필요했기에 맹검법은 시행하지 않았다.

일차 평가지표는 PDQ-39 설문으로 평가된 파킨슨병 환자들의 운동 상태였으며, 이차 평가지표는 PDQ-39 총점수 및 치료 순응도였다. 환자와 간병인에는 임상 무작위 배정 전과 6개월, 1년 및 이후 시점에 매년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약물 선택과 관련해, 도파민 작용제로는 ▲'로피니롤(ropinirole)' 43.2% ▲'프라미펙솔(pramipexole)'을 배정받은 환자가 35.0%였다. MAO-B 억제제 계열약으로는 ▲'경구용 셀레길린(selegiline)' 51.6% ▲'라사길린(rasagiline)' 29.5% ▲'셀레길린 설하제(sublingual selegiline)' 치료 환자가 13.8%였다. 또한 COMT 억제제 계열약으로는 90.8%의 환자가 ▲'엔타카폰(entacapone)'을 투약받았다.

#관전 포인트2. 'MAO-B' VS 'COMT' 억제제 병용 승부…"운동 증상 개선 차이보여"

분석 결과, 도파민 작용제(30%) 및 MAO-B 억제제(38%), COMT 억제제(36%) 계열약의 투약 중단율은 1년차 및 5년차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상참가자들 대부분이 고령 환자들이었기에, 각 치료군에서의 주된 치료 중단 사유는 부작용 발생이었다.

그렇다면 유효성을 비교한 결과는 어땠을까. 4.5년(중간값)에 걸친 추적관찰 기간, MAO-B 및 COMT 억제제를 보조요법으로 사용한 환자군에 비해 도파민 작용제 치료군에서 PDQ-39 운동능 점수가 2.4점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는 대목. 치료적 혜택을 놓고 주요 평가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치료제 사이엔 이렇다할 차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도파민 재흡수 억제제 치료군에선 유효성에 희비가 갈렸다. MAO-B 억제제 치료군의 경우, COMT 억제제 치료군에 비해 PDQ-39 점수가 4.2점 유의하게 높게 나온 것이다(P = 0.03). 

더욱이 MAO-B 억제제 치료군에서는 COMT 억제제 대비 일상생활수행능 비교상 4점이 더 높았으며(P = 0.03), 감정적인 안정(emotional well-being) 지표가 4.4점(P = 0.009), 사회적지지(social support) 점수가 3.7점(P = 0.01) 높게 관찰됐다.

이 밖에도 치매 발병률은 MAO-B 억제제 치료군에서 32%, COMT 억제제 치료군에서 37%로 보고됐으며 사망률도 각각 55%, 63%로 나타났으나,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 유의수준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한편 파킨슨병연구 및 운동장애프로그램 총괄책임자인 미국 루이빌주립대학 Peter Hedera 교수는 이번 연구에 논평을 통해 제한점을 밝혔다.

그는 "진료현장에선 COMT 및 MAO-B 억제제를 함께 병용해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비운동증상 개선효과에도 혜택 차이가 갈리는 상황에서, 해당 두 계열 약물을 비교하는 것엔 일정 부분 어폐도 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부분적으로 봤을 때엔 COMT 억제제에 비해 MAO-B 억제제가 우월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환자군의 특성을 달리해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문> Gray R, Patel S, Ives N, et al. Long-term Effectiveness of Adjuvant Treatment With Catechol-O-Methyltransferase or Monoamine Oxidase B Inhibitors Compared With Dopamine Agonists Among Patients With Parkinson Disease Uncontrolled by Levodopa Therapy: The PD MED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Neurol. Published online December 28, 2021. doi:10.1001/jamaneurol.202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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