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성 뇌손상이 알츠하이머 유발요인? "임상근거 쌓는 중"
외상성 뇌손상이 알츠하이머 유발요인? "임상근거 쌓는 중"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1.20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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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추적관찰 환자증례 분석 "혈관 병변, 치매 위험도 4배 상승"  

'뇌진탕' 후유증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최대 4배까지 늘린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외상성 뇌손상(traumatic brain injury, 이하 TBI)'으로 인한 만성적인 혈관 병변을 가졌거나 '외상후 기억상실(post-traumatic amnesia, 이하 PTA)' 등과 같은 증세가 나타날 경우, 추후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과도 직결된다는 임상적 근거가 추가로 포착된 것이다.

비록 해당 분석자료가 근거수준이 낮은 후향적(retrospective) 평가결과라는 데 해석에 제한점은 나오지만, 현재 외상성 뇌손상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위험인자로 논의되는 만큼 각별한 관리가 요구될 전망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외상성 뇌손상과 알츠하이머 발병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환자증례 및 대조군연구 데이터가 국제학술지 'Alzheimer Disease & Associated Disorders' 2021년 12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캐나다 몬트리올재활연구소 외상성뇌손상 프로그램 총괄책임자인 Jehane H. Dagher 박사는 "TBI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해당 외상성 환자들은 인지저하를 비롯한 조직생활의 어려움 등 일터나 일상생활로의 복귀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TBI 환자들에는 지역사회 및 의료체계를 통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상성 뇌손상 환자 7% 치매 진행 집계…12년간 추적관찰 진행

노령 인구에서 신경인지장애(neurocognitive disorders) 유병률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신경인지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이 지목된다"며 "실제 85세 이상 연령층의 35% 수준에서 신경인지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TBI는 신경인지장애의 주요 위험인자로 분류된다. TBI 환자 가운데 최대 7%는 추후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는 통계치가 나오면서 해당 외상성 뇌손상 환자들의 경우엔 일반 인원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외상성 뇌손상과 알츠하이머 발생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12년간 추적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를 살펴보면, 이를 위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TBI로 인해 외상센터 진료경험을 가진 총 5,642명 환자들의 의무기록 및 의료보험자료를 평가했다. 외상성 뇌손상을 일으킨 이유로는 오토바이 사고 및 낙상, 폭행, 운동 관련 사고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종 분석에는 2018년말 이전에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발병한 TBI 환자 30명과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80명이 대조군으로 잡혀 비교가 됐다. 치매 환자군의 경우 손상을 받은 연령이 58.3세(중간값), 대조군은 70.4세(중간값)였다. 또 외상성 뇌손상 이후 치매를 진단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3.3년(중간값)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혼란(confusion)과 방향감각상실(disorientation) 등 PTA를 진단받은 환자가 25.5%, 최소 1회 이상의 TBI를 경험한 과거력을 가진 환자가 16.7%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환자들은 기저질환으로 당뇨병(19.4%), 고혈압(55.5%), 이상지질혈증(37.0%), 관상동맥질환(25.0%) 등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 시작 당시 영상검사상 혈관 병변과 뇌위축 소견이 관찰된 비율은 각각 23.6%, 27.6%로 조사됐다.

#소혈관질환 허혈증, 알츠하이머 가속화…"TBI, 치매 촉진 유발요인"

그 결과는 어땠을까. PTA와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엔 유의한 연관성이 보고됐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환자에서는 비진단 인원 대비 위험도가 2.88배 높게 확인된 것이다(odds ratio [OR], 2.88; 95% CI, 1.06-7.81; P = 0.04).

통상 PTA는 뇌손상의 중증도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는데, 이에 연구팀은 "심각한 TBI를 경험한 인원에서는 치매 발병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영상검사상 혈관 병변이 관찰된 인원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치매 발병 확률은 병변이 없는 인원들에 비해 위험도가 3.81배 높게 나타났다(OR, 3.81; 95% CI, 1.04-4.07; P = 0.04).

흥미로운 부분은 더 있다. 만성혈관병변(chronic vascular lesions)은 소혈관질환(small vessel disease, 이하 SVD)의 발생을 시사하는 것으로, 알츠하이머 발병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타우 단백의 엉킴현상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더욱이 연구팀은 소혈관질환으로 인한 허혈(ischemia) 증상은 알츠하이머 발병을 가속화시키고, TBI가 이러한 진행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논문을 통해 "당뇨병 및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기저질환은 치매 위험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임상에 등록된 치매 인원의 수가 적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추적기간이 10년에 불과했기에 연령의 경우도 영향력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분석 결과는 TBI가 치매로 인해 벌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유발요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셈"이라며 "TBI 관련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중장기적 방안으로는 외상성 뇌손상 환자를 검사하고 치료, 관리하기 위한 의료체계의 개선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논문> Guise, Elaine de, Soucy, Beatrice, Joubert, Sven, Correa, José A., Dagher, Jehane H., Risk Factors for Alzheimer Disease Development After Traumatic Brain Injury, Alzheimer Disease & Associated Disorders: December 30, 2021 - Volume - Issue - doi: 10.1097/WAD.0000000000000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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