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가 초로기 치매 지원 사업을 시작한 까닭은?
시흥시가 초로기 치매 지원 사업을 시작한 까닭은?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1.2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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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던 초로기 치매…지자체 사업 등 관심 확대 마중물 기대
▲시흥시치매안심센터가 진행하는 초로기 치매환자 일자리 사업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인성 치매와 달리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초로기 치매에 대한 관심 환기가 조금씩 이뤄지는 모양새다.

지자체 지원 사업과 더불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됨에 따른 것으로 이 같은 흐름은 치매 전반의 정책 확대와 함께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경기도 시흥시가 ‘경기도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통해 초로기 치매환자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의 모집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로기 치매는 65세 미만 젊은 연령에서 발병한 치매를 말한다. 고령층이 주요 대상인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환자 연령층이 젊은 탓에 정책적 지원 순위에서 밀려 그동안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치매 환자 중 10.7%(9만 4,187명)가 65세 이전에 발병했다. 캐나다와 영국, 호주 등 국가에서는 초로기 치매를 대상으로 직업, 여가, 친교 활동 등 다방면의 사회 활동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국내 초로기 치매 관련 사업이나 제도는 부족하지만, 최근 경기도 시흥시가 젊은 치매환자를 대상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초로기 치매가 실직과 의료비 부담, 그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유발함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관련 사회적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됐다. 

참여자는 사업개시일 기준 만 18세 이상인 자로 가구소득이 기준중위소득 65%이하 또는 1인 가구는 기준 중위소득 120%이면서 재산이 4억 이하인 자로 한다. 사업 내용은 치매관련 영화상영관 알츠 시네마(Alz Cinema) 업무 지원과 치매 인식개선 교육인 알츠 스쿨(Alz School)의 업무 지원을 돕는다. 

복지부도 지난 2021년부터 치매정책사업 안내를 통해 초로기 치매환자 지원 강화를 명시한 바 있다. ▲65세 이전 발병 초로기 치매환자 대상 안심센터 쉼터 프로그램 개발·보급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 활용 초로기 치매환자 정보교류 사이트 개설 ▲공공근로프로그램 개발과 경증 치매 환자 공공근로 우선 대상자 포함 등을 예고했다. 

다만 사업 등을 위한 규정은 탄생했지만, 사실상 일선 치매 관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초로기 치매를 지원하는 움직임은 적은 편이다. 사례도 적고, 경험도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움직임이 어려운 탓이다. 

◆관심도 낮은 초로기 치매지원 사업 시작한 이유는?

“고령 치매환자 중 70-80%가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지만 초로기 치매 환자는 인지력 이외 일상능력이 유지됨에 따라 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 방치된 분이 많습니다.”

사업 담당자인 경기도 시흥치매안심센터 김진하 주무관은 디멘시아뉴스에 이번 사업을 계기로 초로기 치매 지원 확대와 인식개선은 물론 타 지자체 사업에서 벤치마킹이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다. 

김 주무관은 이번 사업추진 배경에 대해 현장에서 초로기 치매로 직장을 잃고, 노부모 부양 부담, 사회적 편견 등 삼중고 이상을 겪는 사례자를 다수 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로기 치매로 인해 최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다수 목격했다는 것.

현재 시흥시에 등록된 전체 치매환자 중 초로기 치매 환자는 5~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건보공단에서 치매로 병원 진료를 받는 환자 연령층별 자료를 보면 그 비율은 15~20%로 더욱 높게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업은 경기도 주관 지역공동체 일자리 프로그램으로 도비와 국비 각각 5:5를 매칭해 진행된다. 각 시별로 경기도에 사업 내용 신청하면 도에서 심사 후 선정해 예산을 교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과 등에 따라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 대책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여지도 충분하다는 게 김 주무관의 생각이다. 향후 참여자에 대해 지원 사업 이후 일자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시킨 후 기타 일자리 연계까지 진행하는 등 장기 대책까지 논의 중이다. 

김진하 주무관은 “초로기 치매 이후 자신감을 상실하고 실직 후 트라우마를 겪는 사례를 다수 접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최대한 오랜 기간 생계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코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로기 지원-홍보 이제 시작…사각지대 다수

김 주무관은 향후 초로기 치매 정책 방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현장에서 환자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질적으로 초로기 치매에 대한 돌봄과 지원 등 사회보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견해에 따른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퇴직 연금 수령이 가능한 65세에 근접해 초로기 치매에 걸릴 경우 적응 가능한 부서로 옮겨 최대한 직업 활동을 최대한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 

결국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근로 현장 지원 등 인센티브 선행과 인식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진하 주무관은 “일반적 치매가 돌봄이 10여년이 필요하다면 초로기 치매는 20~30년의 돌봄이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장기간에 걸친 싸움이 될 수 있어 이를 지원하는 제도나 사회적 인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흥시의 이번 초로기 일자리 치매지원 사업이 타 지자체로 벤치마킹이 활발하게 이뤄져 치매 관리 인프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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