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뇌신경질환, 장내 미생물 변화 주목하는 이유?
퇴행성 뇌신경질환, 장내 미생물 변화 주목하는 이유?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1.24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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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뇌장관축 가설 기반 미생물 불균형 영향력 연구 공개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를 통해 파킨슨병의 병태생리를 파악하려는 시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일반 건강한 인원과는 차이를 보인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미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에서도 감염가설을 기반으로 한 장내 미생물 및 대사산물의 조절에 초점을 잡은 연구들이 활발한 상황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뇌의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환자 조기 진단이 가능한 바이오마커로서의 활용전략과 새로운 치료법 등이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뇌-장-미생물 축(microbiota-gut-brain axis)' 가설을 근거로 파킨슨병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microbiota dysbiosis)의 영향력을 평가한 연구 논문이 국제학술지 'Brain' 2021년 9월호에 게재됐다.

해당 논문의 핵심은 최근 학계에서도 퇴행성 뇌신경질환의 주요 인자로 주목하고 있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 가설이다.

뇌와 장내 미생물총(gut microbiota)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개념으로, 뇌의 기능장애가 장내 미생물 분포에 영향을 주는 것과 더불어 미생물총의 상태 변화가 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책임저자인 싱가포르 국립신경과학연구소 Sven Pettersson 교수는 논문을 통해 "환자 증례 및 대조군 연구들에서도 건강한 인원과 비교해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총 구성의 변화가 포착된다"며 "해당 미생물총의 분포 변화와 질병 진행에 연관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대표적 퇴행성 뇌신경질환으로 알려진 파킨슨병. 연구팀은 파킨슨병이 운동증상(motor symptoms)에 앞서 위장관증상(gastrointestinal symptoms)이 먼저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에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총은 독특한 변화를 보이기에 질병 초기부터 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장내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운동성 또는 비운동성 증상의 원인이나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생물 불균형 신경전달물질과 상호작용…"알파 시뉴클레인 생성 및 전달에도 영향"

이와 관련해 지금껏 진행된 연구들에선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와 대사산물이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력을 보일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장내 미생물총 및 대사산물은 신경염증을 비롯한 뇌혈관장벽(BBB)의 기능,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을 조절함으로써 파킨슨병의 발병기전에도 관여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장관계 신경계통과 중추신경계(CNS) 사이에는 양방향 소통(bidirectional communication)을 주고받으며, 여기에 핵심가설인 뇌-장-미생물 축을 바탕으로 파킨슨병의 주요 인자인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의 생성과 전달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학계에서는 신경 뉴런과 기타 각종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알파-시뉴클레인의 과도한 응집반응이 파킨슨병 및 루이 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알파-시뉴클레인은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되어 뉴런의 기능부전 및 손상을 유발시키고, 파킨슨병 발병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뇌 실질에서 이러한 알파 시뉴클레인의 응집을 줄이는 것이 파킨슨병을 비롯한 루이 소체 치매, 다계통 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 이하 MSA) 등의 발병과 진행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것이란 의견이었다.

현재 치료 옵션으로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및 '분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등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됐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에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에 ​​대한 발견은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는 최신 연구들이 질병 발생병리에 있어 뇌-장-미생물 축 가설 검증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후 진행될 연구에서도 알파-시뉴클레인의 생성과 전달과정에서 장염증 및 신경염증 사이의 상호작용을 놓고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는 식이요법을 비롯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사용, 분변이식술 등의 가능성을 주목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장내 미생물총 및 대사산물이 면역체계를 조절하고 국소 및 전신 염증, 상피세포의 기능 변화, 신경영양인자(neurotrophic factor, 이하 NTF)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Pettersson 교수는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를 연결하는 뇌장관축 가설은 장내 미생물총이 파킨슨병의 발병기전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여전히 명확한 기전은 연구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 및 모니터링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견을 위해선 여러 단계에 걸친 장내 미생물총의 구성 특정을 조사해야만 한다"며 "프로바이오틱스 및 분변이식술 등과 같은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법은 위장증상과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을 일부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분변이식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추가 임상을 통해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냈다.

<논문> Qing Wang, Yuqi Luo, K Ray Chaudhuri, Richard Reynolds, Eng-King Tan, Sven Pettersson, The role of gut dysbiosis in Parkinson’s disease: mechanistic insights and therapeutic options, Brain, Volume 144, Issue 9, September 2021, Pages 2571–2593, https://doi.org/10.1093/brain/awab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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