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도 치과 치료받을 권리와 지원이 절실합니다”
“치매 어르신도 치과 치료받을 권리와 지원이 절실합니다”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1.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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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치매구강건강연구회 임지준 대표(따뜻한 치과병원)
▲대한치매구강건강연구회 임지준 대표(따뜻한 치과병원)

치매국가책임제와 함께 다양한 치매관리 정책과 지원이 등장하고 있지만, 치매환자의 구강 관리지원과 인프라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치매환자의 경우 치과 치료를 지원하는 수가 항목은 사실상 전무해 치과의 기피 대상 환자일 뿐 아니라 병원을 방문할 차량 지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책적 현실과 달리 현재 구강 관리와 치매의 연관성을 연구하려는 시도는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중요성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이렇듯 치매환자의 구강관리 중요성은 높아졌지만, 국회는 물론 의료계-일반 대중까지 치매와 구강 관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저조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치과계에서 발족한 대한치매구강건강연구회는 치매환자의 치과 치료 인프라 확대와 정책개선, 대국민 인식개선 등 여러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디멘시아뉴스는 치과계에서 커지는 치매 관리 목소리와 치아 건강의 중요성, 그리고 나아가 관련 분야의 국가적 지원 필요 영역 등에 대해 임지준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 대표는 본지와 만남을 통해 치매 환자의 인지 저하라는 큰 문제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구강 관리의 중요성이 외면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치매환자가 아닌 일반 고령층도 치아 건강에 큰 영향을 받는데, 하물며 스스로 관리가 쉽지 않은 치매 환자나 치매 고위험군의 관리 중요성은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임 대표는 치매환자가 치과 치료를 원만하게 받을 수 있는 치매치과병원 확대와 이를 위한 정부 지원강화, 치매환자 구강 실태조사, 치과계 인력활용 확대 등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치매구강건강연구회 탄생 계기는? 

치매 어르신이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과가 너무 없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연구회 창립을 마음먹었다. 앞서 진행했던 장애인 치과 치료 활성화로 시작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설립-운영과 함께 장애인 치과 수가신설 등 지원 확대 사례를 직접 겪고 영감을 얻어 치매환자를 돕기 위해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현재 연구회는 30여명의 자문의원과 500여명의 회원이 교육-홍보, 인식개선, 정책 제안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온라인 학술대회도 성황리에 개최했다. 

◆치매환자 구강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을수록 치매 발생률을 높이고, 진행된 치매 악화 등 다양한 연구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반대로 치아를 건강하게 지킬수록 치매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진행도 늦출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임플란트 같은 복잡한 치과 치료 외에도 치아 음식물 제거와 양치질과 같은 기본 관리만 이뤄져도 고령층에게 긍정적인 건강 요인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 일본 나고야 시립대학원의 미치카와 마코토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일반 알츠하이머 쥐에 비해 치주균에 감염된 알츠하이머 쥐에서 4개월 뒤 해마에 생성된 베타아밀로이드의 면적과 양이 각각 2.5배, 1.5배 증가했다.

◆치매환자는 왜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가?

치매에 직면하게 되면 치과 문제는 사실상 생각하기 힘들고, 치매가 진행될수록 치매환자 스스로 칫솔질 같은 기본 위생 관리를 할 수 없게 된다. 이후 식사나 수면, 배변 등 기본적 생활에 밀려 구강관리는 더욱 소홀하게 된다. 이후 구강건강 악화로 치과를 방문해도 환자의 이상행동에 따른 거부 등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게 된다. 이에 구강건강 문제로 영양섭취가 부족해져 치매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이상행동이 과격한 환자의 경우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치과병원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실제 경주-안동-남해 등 다수 지역에서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 치과 치료를 위해 서울까지 상경하는 가족이 많다는 게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치매국가책임제 등 치매정책에서 치과계는 사실상 배제됐다. 현실은? 

치매와 연관해 구강건강이 중요하지만, 치매 예방과 치매관리에 있어 구강관리 영역은 소외 받다 못해 치매국가책임제에서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연구회 차원에서 중앙치매센터에 질의한 결과 2021년 6월 기준 전국 256개 안심센터와 전국 1만220개 노인장기요양기관 중 구강 담당 정규 근무자는 단 1명도 없으며, 관련 예산 역시 책정된 게 전혀 없다. 또 의사-간호사 등 치매 관련 인력에 이뤄지는 직종별 전문교육조차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등 치과 의료인력은 배제된 상태다.

결국 국가가 치매를 책임진다는 모토로 시작한 치매국가책임제에서 치매환자의 구강 관리는 오롯이 가족에게 전가되는 문제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치매 환자에 대한 구강건강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치매환자에 대한 구강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이를 통해 향후 구강정책 수립과 지원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5,000만원에서 1억원 가량의 예산이면 충분하다. 

또 경증 치매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치과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치과의사나 의료진에 대한 인식개선과 홍보 활동도 필요하다. 가칭 치매안심치과 네트워크가 전국에 구성된다면 치과 치료를 위해 최소한 먼 곳에서 서울을 방문하는 가족의 고생은 근절할 수 있다.

전국 치매안심센터에 구강건강 전문인력의 배치도 필요하다. 전국 256개 병원 중 간호사-작업치료사-사회복지사 등은 5,000명에 이르지만, 치과 위생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센터에 방문하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구강 위생관리-교육, 관내시설 환자 구강건강 파악관리, 치과와 진료 연계지원, 시설 관계자 구강 교육 등을 시행한다면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노인장기요양시설에 치과위생사 직종 배치도 필요하다. 현재 노인장기요양 체계에서는 구강위생관리 항목 급여 지급근거가 없어 전국 장기요양기관에 치과 위생사는 1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치매환자의 이동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본다. 중증 와상 환자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할 경우 1회 왕복 교통비만 20만원에 달해 치료비보다 교통비가 더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치매환자도 비슷한 어려움에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또 치매환자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인 콜택시나 장애인 주차장 사용이 불가한 점도 문제다. 결국 치매환자는 장애인에 준해 장애인 주차장 활용과 콜택시 이용이 가능토록 법령이나 규칙을 개정해 교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결국, 크게 보면 장애인과 치매환자를 아우를 수 있는 가칭 스페셜 케어 센터 개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행동조절이 안되는 중증치매 환자의 경우 부득이 전신-수면 마취 등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14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통해 치매환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편-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매환자의 구강관리와 관련된 담당부처 관계자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치매환자의 구강 관리는 삶의 질, 폭넓게는 인권과도 관련된 주요 문제로 볼 수 있다. 건강한 상태로 최대한 가족들과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담당자들의 관심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치매환자 가족들의 행복도 함께 커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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