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치주질환·장내미생물·뇌질환' 뫼비우스 띠
탄력받는 '치주질환·장내미생물·뇌질환' 뫼비우스 띠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2.16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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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ENT 연구 결과 공개 "치주질환-대장암 연관성 파악 주목"

잇몸병(치주질환) 세균감염과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 사이의 상관관계가 재차 주목받을 전망이다. 

최신 환자-대조군 연구를 통해서도 치주질환이 대장암 발생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다시 한 번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치주질환과 산발적 직장·결장암(sporadic colorectal cancer) 발생의 연결고리를 파악한 인구기반 환자-대조군 임상 'COLDENT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Cancer Causes and Control' 2022년 1월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주목할 점은 연구에 주요 대상이 된 환자들은 과거 병력으로 치주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대목.

다양한 의학적, 인구 통계학적 요인들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를 짚어보면, 치주질환 병력을 가진 인원들에서는 과거 병력이 없는 대조군보다 산발적 직장·결장암을 새롭게 진단받은 비율이 50% 가량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치주질환이 위장관 계통의 악성 암종을 포함한 구강 외 건강 결과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분석 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심혈관계를 비롯한 호흡기, 만성 신장 및 대사질환, 알츠하이머 등의 퇴행성 뇌신경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언급했다.

책임저자인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Amal Idrissi Janati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치주질환과 산발적 직장·결장암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이전 연구들은 기존에 진행된 다른 연구 데이터를 2차적으로 가공 및 분석한 결과라는 데 자료 해석에 제한점이 있었다"면서 "이번 분석은 환자-대조군 임상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관전 포인트 1. "치주질환 감염 병원체 내독소 파종, 염증산물 혈류 방출 지목"

통상 산발적 직장·결장암의 경우, 지금껏 익히 알려진 대장암에 위험요인들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환경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원인으로 파악되는데, 환자 숙주세포에 DNA 유전적 변화를 비롯해 이러한 유전적 요인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후성적(epigenetic) 변이(표현형 변화)'가 산발적인 직장 및 결장암의 발생을 유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암연구학회(Cancer Research Society)가 진행한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산발적 직장·결장암의 발병과정에 있어 치주질환의 병인적 역할을 보다 면밀히 평가하기 위해 2013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조직학적으로 진단된 직장 또는 결장암 사례 348건과 대조군 310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연령 및 성별 등을 보정해 분석한 주요 결과에 의하면, 치주질환 병력을 가진 인원에서의 산발적 직장·결장암의 진단율은 대조군 대비 1.4배 높았다. 

더욱이 보정인자로 체질량지수(BMI) 및 학력, 소득, 당뇨병, 산발적 직장·결장암 가족력, 아스피린 및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의 정기적 사용, 평생 누적흡연, 가공육 및 알코올 섭취, 총 신체활동점수 등을 추가로 조정한다면 진단율은 1.45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는 치주질환과 산발적 직장·결장암 발생 위험 사이의 연결고리를 뒷받침하는 결과"라며 "이 같은 연관성을 추정해볼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는 치주질환 병원체가 구강 외 조직으로 확산한 이후 박테리아 내독소(endotoxin)의 파종(dissemination) 및 염증대사산물이 혈류로 직접 방출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설명했다.

이어 "치주질환과 관련된 만성염증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도하고 세포사멸(apoptosis) 억제, 혈관신생(angiogenesis) 자극, 세포 증식 및 후성 유전학적(epigenetic alteration) 변화를 통해 발암을 촉진한다"면서 "추가 역학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다 앞선 2019년 11월에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산발적 직장·결장암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6년 4월 출범한 온코믹스(Oncomix) 연구그룹에 의해 주도된 해당 연구 결과에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시행한 동물실험에서 장내 미생물총 특정 박테리아의 불균형이 후성유전 메커니즘을 자극해 산발적 직장·결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

◆관전 포인트 2. "장내 미생물 불균형 가설로 연결…서로 영향 주고받아"

관건은, 치주질환 세균감염이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뇌에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이다.

최근 학계에서도 퇴행성 뇌신경질환의 주요 인자로 '장내 미생물 불균형(microbiota dysbiosis)' 가설을 주목하고 있다.

뇌와 장내 미생물총(gut microbiota)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개념으로, 뇌의 기능장애가 장내 미생물 분포에 영향을 주는 것과 더불어 미생물총의 상태 변화가 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엔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파킨슨병의 병태생리를 파악하려는 시도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일반 건강한 인원과는 차이를 보인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미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에서도 감염가설을 기반으로 한 장내 미생물 및 대사산물의 조절에 초점을 잡은 연구들이 활발한 상황이다.

실제 국제학술지 'Brain' 2021년 9월호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뇌-장-미생물 축(microbiota-gut-brain axis)' 가설을 근거로 파킨슨병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의 영향력을 평가했다. 

이를 통해 장관계 신경계통과 중추신경계(CNS) 사이에는 양방향 소통(bidirectional communication)을 주고받으며, 여기에 핵심가설인 뇌-장-미생물 축을 바탕으로 파킨슨병의 주요 인자인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의 생성과 전달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학계에서도 신경 뉴런과 기타 각종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알파-시뉴클레인의 과도한 응집반응이 파킨슨병 및 루이 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인 싱가포르 국립신경과학연구소 Sven Pettersson 교수는 "환자 증례 및 대조군 연구들에서도 건강한 인원과 비교해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총 구성의 변화가 포착된다"며 "해당 미생물총의 분포 변화와 질병 진행에 연관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전 포인트 3. "진지페인 가설 검증 신약 개발…유효성 및 부작용 조절 과제"

한편 알츠하이머 발병을 놓고 치주질환 세균감염을 주목한 '진지페인 가설(P. gingivalis 감염)' 검증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경구용 저분자화합물로 개발 중이던 '아투자진스타트(실험물질명 COR388)'는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균이 생성하거나 해당 균의 생존에 필요한 특정 독성물질(gingipain)을 직접 억제하는 표적 작용기전을 가졌다.

개발사인 미국 바이오벤쳐 코르텍심(Cortexyme)은 작년 11월 아투자진스타트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2/3상임상 GAIN 연구(NCT03823404)의 추가 분석 데이터를 제14회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Clinical trials of Alzheimer`s Disease, 이하 CTAD)에서 발표한 바 있다.

검증 결과, 절반의 성공을 담기는 했다. 추가 분석 결과 복합 1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으나, 진지발리스균(Porphyromonas gingivalis, 이하 P. gingivalis)을 고농도로 가진 환자들의 경우엔 인지저하를 둔화시키는 일부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유효성 부족과 고용량 제형에 간 관련 부작용 문제가 지속 제기됐던 아투자진스타트의 개발 계획은 "전면 백지화"라는 암초를 만나기는 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코르텍심은 아투자진스타트의 2상 및 3상임상을 완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부작용 및 유효성과 관련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완전 보류(full clinical hold on)' 명령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고용량 투약 환자에서 간독성 및 빌리루빈 등 간효소 상승 문제로 인해 작년 2월 미국FDA는 해당 후보물질의 임상 환자등록을 제한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COR388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이외 적응증 탐색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며 "대신 초기임상 단계에 진입한 후보물질인 COR588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논문> Idrissi Janati, A., Karp, I., Latulippe, JF. et al. Periodontal disease as a risk factor for sporadic colorectal cancer: results from COLDENT study. Cancer Causes Control 33, 463–472 (2022). https://doi.org/10.1007/s10552-021-01541-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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