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치료제 등장의 서막, 유전자 치매약 새 길 여나
원샷 치료제 등장의 서막, 유전자 치매약 새 길 여나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3.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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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세오 개발, 1회 주사 AAV 플랫폼 기술 접목 "초기 임상 성공적"
출처: 렉세오 테라퓨틱스 홈페이지.

최고가 유전자 신약(한화 약 25억원) '졸겐스마'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시장에 첫 발을 디딘 이후,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작용기전을 가진 유전자 치료 옵션이 등장할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보호효과를 가진 'APOE2' 유전자를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에 담아 뇌 및 척수 등의 중추신경계 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작용기전이 치료제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경우도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 치료를 끝마치는 차세대 유전자치료제라는 데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테크 렉세오 테라퓨틱스(Lexeo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LX1001(실험물질명)'이 1/2상임상(NCT03634007) 결과 환자의 뇌척수액(CSF)에서 알츠하이머병에 보호작용을 가지는 유전자 APOE2 단백 수치를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저용량 치료를 시행한 환자군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인 독성 타우 단백의 수치를 감소시켰으며, 안전성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렉세오는 공시를 통해 "초기 임상 분석결과 APOE2 표적 유전자 치료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타우 등의 주요 지표가 줄어드는 혜택이 감지됐다"며 "이는 APOE4 유전자와 관련한 알츠하이머병에 LX1001의 잠재력을 제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시장 성장세…"APOE2 유전자 선별, 중추신경계 타깃"

최근 들어 유전자치료제 시장에는 재조합 바이러스 'AAV (Adeno-Associated Virus)'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상용화까지 성공시키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실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개발사 노바티스)'를 비롯해 선천성 실명 치료제 '럭스터나(개발사 노바티스)', 지단백지질분해효소 결핍증 치료제 '글리베라(개발사 유니큐어)' 등도 이러한 AAV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들 모두는 1회 치료 목적의 유전자치료제로 개발됐다는 것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일단 렉세오는 코넬의대 Ronald G. Crystal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지난 201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중소기업 지원 보조금으로 설립된 바이오테크 업체다. 작년 1월엔 8,500만 달러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렉세오가 주력하는 신약 파이프라인도 AAV 기술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 개의 신약 후보물질은 하나같이 희귀 난치성질환들에 초점을 잡았다는 부분. LX1001 및 LX1004, LX2006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LX1001은 APOE4 관련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적응증으로 1상임상 단계가 진행 중이며, LX1004는 CLN2 바텐병(Batten disease)을 적응증으로 1상임상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LX2006은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와 관련된 심근병증 치료제로 전임상 평가절차를 밟고 있다. 바텐병은 신경 세로이드 리포푸신증(neuronal ceroid lipofuscinosis, NCLs)으로 알려진 희귀 퇴행성 뇌신경질환이다.

Frataxin 유전자를 AAV 벡터에 실어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LX2006과 CLN2 유전자를 담은 LX1004와 달리, LX1001은 APOE2 유전자를 AAV에 태워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는 기전을 가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LX1001이 타깃한 APOE 유전자치료제로의 차별화 전략이다. 통상 모든 사람은 생물학적 부모로부터 하나씩, 두 개의 APOE 유전자 복제본을 물려받게 된다. 이 같은 조합에 따라 추후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는 대목.

APOE 유전자의 경우 APOE2를 비롯한 APOE3, APOE4 등 세 개의 대립형질을 가진다. 세부적으로 APOE2 대립유전자는 알츠하이머 위험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면, APOE4는 위험도 증가와 연관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LX1001은 이러한 성향을 가진 APOE2 유전자를 바이러스 벡터에 실어 두 개의 APOE4 대립유전자(APOE4 allele copies)를 보유한 환자들의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LX1001는 해당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작년 5월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패스트트랙(fast track designation) 대상 약물로 지정받으며 신속심사 절차를 밟게 됐다.

◆용량별 추가 분석 결과도 준비 중…"세부 데이터 올해 학회 발표 예정"

현재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시행 중인 1/2상임상은 50세 이상의 알츠하이머병 환자 15명을 모집해 평가가 진행됐다. 임상참가자들의 경우, 뇌영상스캔 및 뇌척수액검사 결과 비정상적인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반응을 보인 이들이 주요 대상으로 잡혔다. 특히 두 개의 APOE4 대립유전자를 가졌거나,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은 이들로 한정됐다.

오픈라벨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임상을 살펴보면, 연구는 세 개 용량 치료군으로 구분해 담금질이 이뤄졌다. LX1001 저용량 치료군(5.0 x 1010 genome copies per mililiter, 이하 gc/ml) 및 중간 용량 치료군(1.6 x 10^11 gc/ml), 고용량 치료군(5.0 x 1011 gc/ml) 등이다.

주요 평가지표는 안전성 및 최대 내약용량 평가였으며, 이차 평가지표는 APOE 단백을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치료제의 개선 효과였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저용량을 투약받은 4명의 환자들에서는 연구 시작시점 대비 CSF 검사상 APOE2 단백질 수치가 유의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2명은 치료 후 3개월, 나머지 2명에서는 12개월 동안 추적관찰이 이뤄진 결과였다. 더불어 저용량 치료군 2명의 경우, CSF내 총 타우 및 인산화된 타우(phosphorylated tau, 이하 pTau) 수치 또한 모두 감소했다. 

회사는 "중간 용량으로 치료받은 환자군의 초기 분석 데이터와 저용량군의 추가 분석 결과도 오는 연말까지 공개할 예정"이라며 "세부 데이터는 국제학술대회에서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렉세오가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LX2006 후보물질 평가는 올해 중순 1상 및 2상임상에 돌입할 계획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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